"화장실 열어 놓고 일보고, 약 먹어 생리 개학후로 늦추고"
방학엔 1인 근무…강원 공립 '유치원 방과후 교육사'는 괴롭다
(춘천=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강원 속초의 한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이화숙 방과 후 교육사에게 여름방학은 공포의 시간이나 다름없다.
평소에는 정규직 교사와 함께 한 학급을 나눠서 담당하지만, 방학이 되면 정교사가 자율연수를 떠나기 때문에 혼자서 하루 8시간 동안 아이들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두 학급을 통합하거나 특수교육대상 원아까지 포함하면 방학 중 방과 후 교육사가 혼자서 맡아야 하는 아이들은 20∼30명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5년 동안 방과 후 교육사로서 일하고 있는 그는 방학 중에 학교를 떠나야 하는 특수교육지도사나 조리 실무사와 함께 일을 하면 좋겠다는 방안도 제시해봤지만, 지금까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는 작심하고 최근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 앞으로 편지를 보냈다.
그는 "교육청과 방과 후 교육사들이 지혜를 모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편지를 쓴다"면서 "뛰어놀기 좋아하고 친구들과 종종 다투기로 하는 우리 아이들은 잠시라도 눈을 떼면 다칠 수도 있어 급식·간식을 준비하거나 설거지를 하는 동안 싱크대 여러 곳에 볼록 거울을 달아놓고 주시하며 다른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소개했다.
이어 "방과 후 교육사가 화장실을 갈 때는 심지어 문을 열어 놓고 볼일을 봐야 한다"며 "일부 방과 후 교육사들은 방학 기간에는 약을 먹고 생리 기간을 개학 이후로 늦추기까지 하며 버티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담당 부서에 수없이 요구했으나 묵살당한 지 3년이 훌쩍 넘었다. 방학 기간 아이들을 돌봐줄 선생님을 채용하는 데 필요한 예산보다 더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도내 공립 유치원 방과 후 교육사들은 방학 중 열악한 근무 실정을 주변에 알리고자 이달 1일부터 '교육청이 외면해도 아이들은 우리가 지킵니다'라는 단체복을 입고 근무 중이다.
유치원 방과 후 교육사는 종일제 강사로 불리던 비정규직으로 2012년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도내에서는 단설·병설 유치원에서 26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강원지부는 "방학 중 비근무직이어서 월급을 받지 못하는 특수교육지도사 등을 출근시키는 대안을 제시했는데도 강원도교육청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면서 "개학 이후에도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2학기 겨울방학에는 전면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원교육청은 "교육감 앞으로 서신이 들어와서 다음 주 방과 후 현장 점검을 나갈 예정"이라며 "방과 후 비정규직도 여러 종류가 있는 만큼 각각의 어려움을 들어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dm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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