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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선상비자 기한도 한달서 7일로.."韓 보따리상 씨가 마를 것"

지홍구,서태욱 입력 2016.08.04. 17:56 수정 2016.08.0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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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재발급에 드는 시간·비용 피해막심선상비자는 아예 폐지 가능성까지 거론"역대최악 조치..중국인 보따리상만 이득"

◆ 한·중 사드 갈등 / 中 복수비자 올스톱에 찬바람 부는 인천·평택 국제터미널 ◆

인천과 중국 칭다오, 웨이하이, 톈진 지역을 왕래하는 여객선이 드나드는 인천국제여객터미널.

중국 옌타이에서 출발한 한중훼리호(향설란호)가 4일 오후 12시 20분 인천터미널 제1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 터미널 입구로 쏟아져 나오는 사이로 몸집만 한 가방 2~3개를 카트에 실은 30여 명의 '보따리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따리상들은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소규모 무역 상거래를 하는 소상공인들이다. 일명 보따리상, '따이공'으로 불리는 소상공인들은 개인이 운반할 수 있는 주류, 전기밥솥, 전기장판, 휴대전화 등 소량의 물품을 갖고 국경을 넘나들면서 장사를 한다.

무거운 짐을 지고 터미널을 나서는 보따리상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두워 보였다. 이날 막 인천항에 도착했지만 이미 선상에서 중국이 한국인에 대한 상용복수비자 발급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17년 동안 중국을 오가며 보따리상을 해왔다는 강 모씨(68)는 "이제 3개월마다 관광비자를 다시 받아야 하니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서 먹고살기 어려운데 갑자기 비자 문제까지 발목을 잡게 되니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며 "보따리상 '씨'가 마르게 될 것"이라고 한탄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은 이뿐만이 아니다. 매일경제가 인천항 제1여객터미널 내에 위치한 대인훼리와 한성여행사에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그동안 보따리상을 비롯한 일부 페리 여행객들이 주로 이용했던 '선상비자'도 체류기간이 확 줄어들었다.

대인훼리는 한국 인천항과 중국 다롄항을 주3회 정기 왕복 운항하는 한•중 합작 국제카훼리를 운영하는 회사다. 대인훼리 관계자는 "그간 비자 없이 승선한 뒤에 일정 금액을 내면 배에서 즉시 발급해주던 선상비자의 체류기간이 5일부터 기존 30일에서 7일로 줄었다는 통보를 중국 본사로부터 오늘 오전 받았다"고 말했다. 선상비자는 가격이 일반 관광비자에 비해 싼 대신 중국 내에서 머무를 호텔, 숙박시설 등 체류지 주소와 연락처가 필요하다.

인천항에선 이번 조치에 이어 앞으로 선상비자 자체가 중단될 것이라는 소문이 벌써 돌고 있다.

앞서 중국 당국은 한국인의 상용비자 발급에 필요한 초청장 발급을 대행해주던 자국 업체에 대해 전날 자격을 취소했다. 해당 업체는 중국 M여행사로 한국인의 상용복수비자 발급에 필요한 초청장 발급 대행 업무를 독점해오던 업체로 알려졌다.

국내 여행업체나 비자 발급 대행사들은 대부분 이 중국 업체를 통해 초청장을 받아 한국인 고객의 중국 상용복수비자를 발급받아왔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 여행사로부터 복수비자 발급이 불가능해진 것. 이번 선상비자 역시 마찬가지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2008년에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보안상 이유로 이번처럼 상용복수비자를 비롯해 인천~중국간 선상비자 발급을 중단한적이 있다.

한 한•중 여객운송업체는 "선상비자가 중단되면 우리로서도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 여객선을 통한 한•중 무역이 시작된 후 활황기를 맞이했던 보따리상들은 2012년 정점을 지나 이후 쇠퇴기를 맞이했고 최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까지 발효되자 그 '숫자'가 확 줄어들었다.

인천항에 이은 보따리상들의 주출입처인 평택항 역시 뒤통수를 맞은 모습이었다. 평택항에는 1800여 명의 보따리상이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소규모 무역을 하고 있다.

최태용 평택항소규모무역연합회장은 "중국의 상용비자 발급 중단은 역대 최악의 조치"라면서 "상용비자 발급이 중단되면 관광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한 번 발급받을 때마다 7만~8만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대기시간도 일주일 이상 걸려 이제 장사는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입항한 한 70대 보따리상은 "중국이 상용비자 발급을 중단하면 한국인 보따리상의 중국 입국도 줄어 국내 관련 시장을 중국인이 장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 <용어 설명>

▷ 선상비자 : 관광비자•상용비자 등을 신청해 발급받을 시간이 없는 경우 중국으로 가는 배 안에서 돈으로 바로 살 수 있는 비자를 말한다. 통상 2만원 안팎에 구입이 가능하지만 중국 현지에 미리 예약한 호텔 주소와 전화번호 등 체류 정보가 있어야 한다. 체류기간이 현재 30일이지만 5일부터는 7일로 바뀌게 될 전망이다.

[평택 = 지홍구 기자 / 인천 =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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