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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주는 예방백신..모유의 위대함

김민정 기자 입력 2016. 08. 0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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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소 풍부해 면역력 높여주고, 인지력 발달·시력 형성에 도움, 산모에도 암 예방 등 효과 크지만, 국내 평균 수유기간 9.3개월 그쳐, 공공장소 '젖 먹일 권리' 논란 속, 직장내 모유 유축시간 보장 등, 정책지원 통한 사회인식 확산 필요
사진=이미지투데이

3일(현지시간)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 자리한 러버스파크. 아기를 품에 안은 엄마들이 저마다 돗자리를 깔고 앉아 모유 수유를 하기 시작한다. 사방이 뚫린 공개된 장소지만 모두 거리낌 없이 웃음을 띠며 수유에 집중하고 있다. 이 행사는 ‘세계 모유 수유 주간’에 맞춰 열렸다. 지난 1992년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가 모유 수유의 중요성을 알리고 모유 수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매년 8월1~7일을 세계 모유 수유 주간으로 지정해 곳곳에서 관련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공공장소 모유 수유권’ 논란은 뜨겁다. 공공장소 수유는 노출이 아닌 아이에게 먹을 것을 주는 ‘당당한 모성의 발로’라는 의견과 공공장소에서 가슴을 드러내는 것은 ‘타인에게 당혹감을 주는 비매너’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국내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노출 아닌 모성, ‘젖 먹일 권리’=유니세프가 최근 전국의 만 2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출산 후 6개월 완전 모유(완모) 수유율은 약 23%에 불과했다. WHO와 유니세프는 생후 24개월까지 꾸준히 모유 수유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실제로 24개월까지 수유하는 비율은 1%도 안 된다. 질병관리본부가 발간한 ‘2014 국민건강통계 영유아기 수유 및 이유식 섭취 현황’에 따르면 완모 수유율은 24.6%, 평균 모유 수유 기간은 9.3개월에 그쳤다.

모유 수유율이 낮은 것은 여성의 사회생활 증가로 꾸준한 모유 수유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주변의 시선 등 이를 방해하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도 있다. 일례로 모유를 먹여야 할 상황이 닥쳤을 경우 미리 유축해놓은 모유를 젖병에 넣어 물려도 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넉넉하지 않은 수유실을 찾아 어렵사리 젖을 물려야 한다. 그나마 있는 수유실도 화장실에 자리하고 있어 비위생적 느낌 때문에 꺼린다는 산모도 많다.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 가리개로 젖을 가리고 수유를 해도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당혹감을 느끼는 경우도 빈번하다.

직장에서의 모유 유축 시간 보장과 모유 수유를 권장하는 기관에 대한 국가적 지원 등 모유 수유가 건강한 아이를 키우는 밑거름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인지력·면역력 향상, ‘엄마가 주는 예방백신’=흔히 모유를 ‘엄마가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 말한다.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높여줘 잔병치레가 줄고 알레르기 발생과 비만 등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화가 안 된다는 모유 속 ‘올리고당’조차도 아기에게 큰 선물이다. 올리고당은 몸에 사는 유익균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설사를 일으키는 유해균이 장에 자리 잡지 못하게 하는 좋은 균인 ‘비피도박테리아’의 먹이가 되거나 박테리아성 설사의 주범인 ‘캄파일로박터’가 장 점막에 달라붙는 것을 예방한다. 이처럼 올리고당은 아기 몸에 들어가 좋은 균을 살리는 데 사용될 뿐 아니라 좋은 균은 곧 올리고당을 대사해 포도당으로 전환돼 궁극에는 아기에게 영양분 상태로 되돌려주기도 한다.

두뇌 등 신경계 발달에 중요한 DHA도 모유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 올해 4월 김양호 울산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팀은 9개월 이상 모유를 먹은 아기의 인지기능이 혼합 수유아(모유+분유), 분유 수유아보다 더 발달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모유는 미성숙한 뇌의 발달에 필요한 영양분을 제공하고 엄마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아이의 인지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같은 달 미국 세인트루이스아동병원 연구팀도 모유가 이른둥이(조산아)의 뇌 조직 발달을 돕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임신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임신 37주 이전에 나온 조산아는 정상적 뇌 발달이 매우 중요한데 아이가 먹는 모유의 양이 많을수록 뇌 겉 부분인 피질의 면적이 더 넓어지는 등 아기의 인지능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시력 형성에도 모유는 큰 역할을 한다. 모유로 아기에게 전달된 ‘루테인’이라는 성분은 아기의 황반 구성 등 시력 형성에 도움을 준다. 다만 이 루테인은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아 엄마가 식품이나 영양제 등으로 섭취해야 한다. 최철명 누네안과병원 각막센터 전문의는 “아기의 시력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완성돼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생후 계속해 발달하는데 모유 속 루테인 성분이 아기의 시력 형성에 도움을 준다”며 “이 루테인은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기 때문에 녹색 잎 채소나 달걀노른자 등 루테인이 다량 함유된 식품을 수유부가 직접 섭취해야 건강한 모유를 아기에게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방암 예방 등 산후 회복에 효과, 엄마에게도 선물=모유는 아기에게만 유익한 것이 아니다. 임신·출산 후 대다수 산모에게 가장 고민인 체중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 모유 수유로 칼로리 활용이 높아지고 젖을 분비하는 만큼 엄마 몸의 지방도 분해되기 때문에 출산 전 체형으로 되돌아가는 시간이 단축되는 등 산후 회복이 빠르다는 설명이다. 유방암 예방도 모유 수유의 긍정적 기능 중 하나다. 세계암연구기금(WCRF)의 연구 결과를 보면 모유 수유가 유방암 발병 위험성을 5%가량 낮추기도 한다. 자궁 수축에도 수유만 한 것이 없다. 아기가 젖을 빨 때 자궁수축제 기능을 하는 산모의 혈중 옥시토신 농도도 덩달아 높아진다. 전문의들은 모유 수유를 하게 되면 통상 6주 안에 자궁이 임신 전 크기로 되돌아간다고 얘기한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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