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글:박향진, 편집:김예지]
서울시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한 분 한 분의 지원동기를 읽으며 저희도 참 많이 울었고, 많이 마음 아팠습니다."
갑자기 온 세상이 서럽다.
"죄송합니다. 다음 달 지속지원이 불안정한 상황입니다."
옆좌석에 앉은 분의 당황한 기색이 느껴졌다. 버스를 탄 40분 동안 계속 울었다. 뉴스로 봐서 다 알고 있던 일인데, 흔히 오는 안내 문자에 나는 왜 이렇게 서러울까.
힘들지만, 스스로 일어나려는 청년들... 우리는 무기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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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
| ⓒ 박향진 |
온종일 서서 잡지를 파는 판매원분들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곳에서 소리친다.
"안녕하세요. 노숙인 잡지 빅이슈입니다."
그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곳에 아무도 없는 듯이 지나친다. 잡지를 사지 않을 때는 나도 마찬가지지만 늘 마음이 쓰인다. 거기에 서 있는 사람이 마치 나인 것처럼, 그를 지나치면서도 '안녕하세요. 지치지 마세요. 좋아질 거예요. 흔쾌히 사 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라고, 자꾸 마음으로 말을 건다.
누구는 노숙인이 나태하고 무기력하다고 하지만, 판매원분들의 이야기는 다양하다. 가족 없이 자라고 여러 일을 하다가 사기를 당한 사람, 사업에 실패해 벗어나려 했지만 결국 노숙을 시작한 사람. 외롭거나, 아프거나 또는 평범한 삶을 살던 이들이 한여름 뙤약볕에서 "나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자립하고 싶습니다"라고 외친다.
"청년은 나태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자립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한 여름의 뙤약볕 아래서 휘청거리고 서 있습니다."
나는 정책의 수혜자가 되어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한다. 이제야 청년을 믿고 진짜 지원의 의지를 가진 정책을 만났나 싶었는데... 내가 '나태'하고 '무기력'하니 현금을 주면 위험하다고 말하면서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외친다.
청년수당 직권취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울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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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건복지부가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 집행을 중단하는 직권취소 조처를 했다. 서울시는 이에 불복, 대법원에 제소하기로 해 청년수당 갈등이 법정 소송으로 비화하게 됐다. 서울시는 복지부의 반대에도 3천명의 지급 대상자를 선정하고 이중 청년수당 약정서에 동의한 2천831명에게 활동지원금을 지급했다. 사진은 4일 오후 서울시청 청년정책담당관 사무실 |
| ⓒ 연합뉴스 |
나는, 또는 정책 수혜자는 무기력하지도, 자신의 경험에 있어서 무지하지도 않다. 오히려 무지한 것은 나중에 분석해도 늦지 않을, 실효성을 운운하며 듣지 않는 사람들이다. 경제학을 배우고 대학원을 다니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학문은 절대적인 예측 도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심지어 경제학이란 이름을 달고 여러 낭설이 자명한 진리인 양 이 나라에 떠도는데, 예를 들어 복지가 근로의욕을 저하시킨다거나, 부자와 대기업에게 투자하면 소득이 낮은 사람들의 삶이 나아진다는 낙수효과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아닌 이상, 지금 이곳에서 나의 삶을 겪어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도대체 왜, 남을 돕는 5000원짜리 잡지만 사도 죄책감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아편에 취할 시간은 어디 있으며 정책 헛점이나 찾아서 6개월 동안 미래를 보류할 시간은 어디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지난해 정부정책처럼 단기 일자리 알선해주고, 정해진 학원에만 다니면 청년들의 삶과 일자리가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관련 기사 : 123억 예산 받아 157명 채용.. 청년 일자리정책 '속빈 강정')
경험해본 바로는 절대 그렇지 않다. 사람의 일은, 또 삶은 기술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이곳을 살아가는 나의 삶은 그렇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울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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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보다 더 어려운 이들은 어떡할까, 힘든 청년들을 위해 나서준 이들의 좌절감은 어떡할까. 나는 계속 눈물이 났다. |
| ⓒ pixabay |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내가 결정하는 것이 진짜 내 삶을 행복하게 하고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니, 또 그것이 나와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니 월세와 공과금 내면 끝나는 50만 원으로 6개월 만이라도 마음 편하게 일을 찾고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이야기한다.
청년들이 제안하고 만든 정책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한다고 했다. 버스에서 문자를 보고 이 정책을 제안했을 청년들이 생각났다. 힘든 청년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울었을 사람들이 떠올랐다. 나보다 더 어려운 이들은 어떡할까, 힘든 청년들을 위해 나서준 이들의 좌절감은 어떡할까. 나는 계속 눈물이 났다.
얼마나 많은 청년이 '나를 믿어주지 않는 사회'에서 울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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