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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체에 또 34개 구멍 뚫기..진상규명 '구멍 숭숭'

조형국 기자 입력 2016. 08. 14.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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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해수부, 인양 공정 발표 때 예고 없었던 작업 느닷없이 강행
ㆍ조사 핵심 탱크·기관실 등 훼손…증거물 유실 우려도 커져

정부가 세월호 선체 인양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선체에 34개의 구멍을 추가로 뚫기로 했다. 부양장치를 설치하기 위해 이미 92개의 구멍을 뚫은 것을 포함하면 세월호에는 120개 이상의 구멍이 뚫리게 된다. 특히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조사가 필요한 탱크·기관실 등 세월호 선체의 핵심 부분에 구멍을 뚫게 되는 것이어서 증거물 유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2일부터 세월호를 인양하는 과정에서 하중을 줄이기 위해 선체 하부의 탱크·기관실·보조기실·축실·타기실 등에 15×30㎝ 크기의 직사각형 배출구 34개를 뚫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14일 밝혔다.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단은 세월호 선체를 물 위로 끌어올릴 때 선내에 남은 바닷물의 무게로 플로팅 도크가 무게를 버티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선내의 물이 빠져나갈 구멍을 뚫어놓으면 배 무게가 줄어 안정적으로 인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수부는 이번 작업이 열흘에서 한 달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작업은 세월호 인양 공정을 발표할 당시에 예고하지 않은 것이다. 해수부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천공 작업을 시작하는 당일에서야 이 사실을 통보했고, 작업 착수 하루 전인 지난 11일 유가족들에게 통보했다.

특조위는 반발했다. 탱크·기관실·보조기실은 선체의 무게중심·하중·감항 능력 등 참사의 진상과 관련해 조사해야 할 게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특조위는 “기관실·보조기실·축실·타기실은 대법원에서 진상규명 대상으로 열거한 바 있는 핵심 조사 대상”이라며 “증거물 오염이 심각히 우려되며 진상규명 방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세월호에는 이미 에어백·폰툰 등 부양장치 설치를 위해 92개의 구멍이 뚫린 상태다. 이번 작업으로 구멍은 126개가 된다. 너비 1m 이상의 구멍만 13개나 된다.

하지만 이렇게 세월호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는 점을 정부는 설명하지 않았다. 애초 리프팅빔으로 선체를 끌어올리는 방법이 채택된 배경으로는 ‘온전하고 훼손 없는 선체 인양’이 전제돼 있었다.

특조위 관계자는 “선체를 들어올릴 때 무게를 덜기 위해 구멍을 뚫는다는 것은 당초 인양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안으로, 인양 하중을 잘못 계산했거나 계약을 잘못 맺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물을 빼는 방법에 관해 최근에 구체화된 것은 맞지만 배수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처음부터 논의돼 왔다”고 해명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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