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국뽕' 연설에 조선일보는 '감격'과 '흥분'

김도연 기자 2016. 8. 16. 08: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침신문솎아보기] “대한민국이 헬조선? 왜 증오를 심나”… 현대차, 주요 일간지에 올림픽 광고 도배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사가 논란이다. 구체적인 대외 메시지는 사라졌다. ‘국뽕’만 강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종합일간지 논조 차이를 살펴봤다.

① ‘국뽕’에 심취한 조선일보

예상대로 조선일보는 박 대통령의 ‘국뽕’ 연설에 심취했다. 박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언제부터인지 우리 내부에서는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가 퍼져가고 있다”며 “우리의 위대한 현대사를 부정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16일자 1면.
조선일보 1면은 흥미롭게도 “자기 비하 세태에 일침 가한 대통령”이라고 뽑았다. 기성세대에 반발하는 젊은 세대에 거칠 것 없이 훈수를 두고 훈계를 내려왔던 이 신문은 박 대통령 발언에 대해 “‘지옥 같은 나라’라는 비하의 뜻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헬조선’이란 말이 번지는 것,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지나치게 중국의 눈치를 보는 세력들 등을 의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3면 역시 톱뉴스 제목을 “‘할 수 있다’ ‘함께 가자’… 6500자 연설 키워드는 국민단합”이라고 뽑으며 1면의 기조를 이어받았다. 이 기사에서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둘러싼 국내 갈등,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룬 성과가 많은데 이를 인정하지 않고 부정적으로만 보고 비하하는 사회 풍조 등에 대해 걱정하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점은 사설이다. 조선일보는 “광복 71년 성공한 나라에 넘치는 자기 비하와 부정”이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헬조선’이나 ‘개한민국’과 같은 말에서 느껴지는 우리 사회에 대한 혐오는 사회현상에 대한 합리적 문제의식을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16일자 3면.
이어 “이런 조어는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증오를 심는다”며 “이미 일각에선 자기혐오가 무슨 유행처럼 번지면서 매사 부정적 측면만 지나칠 정도로 과장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이 지옥이라면 이 지구상에서 지옥이 아닌 나라는 몇 곳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동아일보도 3면에서 “‘자기비하는 발전의 동력 될 수 없어’… ‘헬조선’ 현상 우려”라고 뽑으며 암울한 현실에 대한 젊은 세대의 좌절과 반감을 지적하는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박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할 수 있다’(4회), ‘자신감’(4회), ‘자긍심’(1회) 등 긍정적 사고와 관련된 표현을여러 차례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② 일본 언급 1줄 지적한 중앙일보

중앙일보는 2면 제목을 “박 대통령, 중국 겨냥 사드 8문장… 일본 언급은 딱 한 줄”이라고 뽑으며 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일본’을 언급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 중앙일보 16일자 2·3면.
3면 톱뉴스를 “의원들 ‘독도 우리땅’ 대신 ‘대한민국 만세’… 일본 ‘극히 유감’”이라고 뽑고 나란히 편집 배치한 것을 보면, 15일 독도를 방문했던 국회의원들이 일본에 침묵했던 대통령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뉘앙스를 전달하기 충분한 듯하다.

사설에서 말하고자하는 바가 명확히 드러난다. 제목은 “대북대일 메시지 없는 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였다.

▲ 중앙일보 16일자 사설.
중앙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반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압박이 계속되면서 한·중 관계는 연일 위기가 거론된다. 소원했던 북·중 관계가 복원되고 러시아까지 손 잡으면 동북아 정세가 요동칠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그렇다면 취임 후 아무런 접촉이 없는 일본을 향해 좀 더 적극적인 외교적 언급과 입장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에 대해서도 압박과 대화란 투 트랙 기조를 유지하면서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낼 획기적 방안을 제시하는 게 옳은 길”이라며 “큰 길이 막혔다면 우회로나 작은 통로를 뚫어 돌파구를 내겠다는 고심과 담대한 발상의 전환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유연한 대북 정책을 주문한 것인데, 이는 강경책을 우선적으로 주문하는 조선·동아의 논조와 중앙이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③ 한겨레·경향 “국민 나무랐다”, “위안부 언급없다”

한겨레경향은 혹독한 평가를 내놨다. 경향신문은 1면 톱뉴스 제목을 “815에 또 국민만 나무란 대통령”이라고 뽑으며 “국가경쟁력이 떨어지는 책임을 국민들에게 돌리며 나무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분석했다.

▲ 경향신문 16일자 1면.

2면에서도 “‘한강의 기적’ 꺼내 ‘헬조선’ 역공, 청년세대에 ‘자긍심’ 강요”라고 뽑으며 박 대통령이 청년 세대의 좌절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어려운 현실과 청년 세대의 좌절은 외면하고 오히려 나무라며 무조건 자긍심만 강요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경향은 사설을 통해서는 “박 대통령의 경축사에서 한·일관계에 대한 언급은 단 한 문장이었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평화헌법 개정을 당연시할 만큼 우경화로 치닫는 상황인데도 미래지향만 외쳤다”며 “더구나 정부의 일방적인 일본과의 합의로 논란이 일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3면 “대일 메시지 고작 한줄… 위안부 문제 언급조차 안했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위안부 문제 침묵’에 집중하는 심층 보도를 내놨다.

▲ 한겨레 16일자 3면.
한겨레 이제훈 기자는 위안부 문제에 박 대통령이 침묵한 데 대해 “첫째, 피해 당사자들과 야당의 반대를 의식했을 수 있다”, “둘째, 10억엔의 성격과 사용처를 둘러싼 한·일 정부의 신경전을 염두에 둔 일본 정부 압박용 ‘침묵 시위’일 수 있다”며 그 원인을 짚었다.

이정현과 박근혜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

조선일보를 대표하는 김대중 고문과 한국일보를 대표하는 이충재 논설위원의 칼럼이 16일자 조간에 실렸다. 

모두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대표를 겨냥하고 있다는 데서 공통점이 있지만 논조와 어조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야당 인사들에게는 거칠 것이 없던 김 고문이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차분한 어조다. 

▲ 조선일보 16일자 김대중 칼럼.
김 고문은 내년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에 민감해했다. 

김 고문은 “여당이 지난 총선의 결과로 다수당의 위치를 빼앗기고 야당이 기고만장한 기세로 정권 탈환에 질주하는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새 지도부의 구태의연한 박근혜 모시기로는 정권을 지켜낼 수 없다”고 훈수를 뒀다.

그는 이정현 신임 새누리당 당대표의 ‘파격’을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그런 형식의 파격만으로는 이 어려운 난국을 풀어낼 수 없고 박 대통령을 구원(?)해 낼 수 없다. 정치 질서, 정치 내용의 파격이 필요하다. 먼저 당의 기강과 기율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절박함까지 느껴진다. 짜고 쳐서라도 수직적 당·청 관계를 바꿔보라는 것이다. 

김 고문은 “서로 ‘짜고 치는’ 각본을 만들어서라도 대통령이 자신의 말을 믿고 들어주는 단계까지 당·청 관계를 업그레이드하고 더 나아가 국회에 대한 국민의 질타를 소화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이 그를 명실상부한 당대표로 대우하며 지원해주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충재 논설위원은 청와대와 친박의 시나리오의 실상을 직격한다. 

“이 대표 당선은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세력의 압도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당대회 막판 ‘오더 논란’에서 드러났듯이 비박 후보 단일화에 위기감을 느낀 친박 세력이 표를 몰아줬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개입한 흔적이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흙수저의 자수성가’는 포장용에 불과하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 대표가 박 대통령을 실망시킬 리 없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많은 사람이 행복해하고 있다’고 말한 건 곧 ‘박 대통령이 행복해한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 한국일보 16일자 이충재 칼럼.
그러면서 청와대 관심이 대선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말한다.

“청와대의 관심이 오로지 대선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조만간 단행될 개각이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도 별 기대할 게 없을 듯하다. 호남출신이나 비박계 한 두 명을 장관으로 기용해 ‘탕평·균형 인사’ 모양새를 취하겠지만 호남에 대한 생색용 이상의 의미는 없다. 임기 말 대통령 권력 유지에 꼭 필요한 존재인 우 수석도 내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레임덕을 막기 위해서는 사정과 검찰 장악이 필수적인데 그만한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음직하다.”

이 위원은 “임기를 1년 반 남긴 박 대통령의 최대 관심은 레임덕을 막고 정권을 재창출해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여당을 장악한 박 대통령으로서는 당분간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런 대통령의 마이웨이를 지켜보는 국민들 심정이 편안할 리 없다”고 덧붙였다. 

‘슈스케’ 처럼 대선 선출? “반기문 띄우나”

이정현 새누리당 당대표가 전당대회 당시 ‘슈퍼스타K’ 방식으로 대선 후보를 가려내겠다고 약속한 것을 두고 새누리당 내에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당장 친박계가 국민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염두에 두고 슈스케 방식을 도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 대표가 언급했던 방식은 내년 4, 5월 새누리당 모든 후보가 참여하는 정책토론회를 열고 일정 시점마다 여론조사를 통해 한 명씩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2~3명이 남을 경우 전당대회를 개최해 최종 후보를 낙점하겠다는 얘기다.

▲ 동아일보 16일자 6면.
논란이 일자 이 대표는 15일 이를 의식한 듯 “이정현이가 얘기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라며 “파란불이 켜지면 가고 빨간불이 켜지면 안 가는 그런 상식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선 경선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 이외엔 다른 어떤 것도 없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16일자 사설을 통해 “친박이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염두에 두고 이 방식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며 “비박이 수긍하지 않는 경선 방식을 강행하면 당내 분란이 초래될 뿐 아니라 비박이 그 결과에 흔쾌히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이충재 위원도 칼럼을 통해 “반 총장을 주인공으로 한 ‘충청 대망론’에 영남 친박계의 뒷받침, 호남 당 대표는 정권 재창출의 최적 시나리오”라며 “이런 밑그림이 청와대와 친박계에서 그려졌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고 말했다.

올림픽 맞춰 광고 푼 ‘현대차’

현대자동차가 16일 주요 일간지 등을 상대로 ‘시원하게’ 한턱을 내놨다. “백발백중”이라는 제목으로 양궁선수의 사진이 실리고 “대한민국 양궁의 영광이 계속될 수 있도록 현대자동차그룹이 언제나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전면 광고를 푼 것이다. 

▲ 주요 종합일간지에 실린 16일자 현대자동차 광고.
이날 광고는 경향신문, 국민일보, 서울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아시아투데이,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아주경제, 코리아타임즈, 코리아헤럴드, 스포츠서울 등에 실렸다.

관련 기사로는 청소년 모형 자동차 대회, 현대자동차 서울 DDP 잡페어, 현대차 채용박람회 개최 등이었다. 비판 기사는 전무했다. 

경향신문의 경우 “현대차 부품계열사 영업이익 10%일 때 비계열사 3% 그쳐”라는 기사로 현대차 계열사와 비계열사간 매출 격차를 보도했다.

다음은 16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815에 또 국민만 나무란 대통령>
국민일보 <정부 ‘개혁 채찍’에… 대학 ‘피로감’ 호소>
동아일보 <KS인증 취소 中업체 버젓이 철근 한국수출>
서울신문 <“통일 땐 北간부주민에 차별없는 대우”>
세계일보 <“통일은 북 간부주민에 새로운 기회”>
조선일보 <자기 비하 세태에 일침 가한 대통령>
중앙일보 <일본서 뺏어온 TV 1등, 중국이 넘본다>
한겨레 <‘헬조선’ 아니라는 박대통령… “할 수 있다” 열변만>
한국일보 <민심은 뒷전… 공직사회 ‘靑바라기’ 도 넘었다>


[미디어오늘 바로가기][미디어오늘 페이스북]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