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시사전망대] 금기 음식 샥스핀 올린 靑..아쉬운 메뉴 선택

2016. 8. 1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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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음식평론가 황교익

▷ 한수진/사회자:
 
프랑스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이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당신이 먹는 것을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해 주겠다. 즐겨 먹는 음식이나 식습관만 알아도 그 사람의 성품이나 교양 수준 같은 것을 짐작해볼 수 있다는 뜻일 텐데요. 최근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대놓고 샥스핀, 그러니까 상어 지느러미 요리를 먹었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죠. 금기의 음식으로 여겨지는 샥스핀을 식탁에 올리는 바람에 국제 사회 웃음거리가 되기는 했지만. 본의 아니게 샥스핀 요리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역할은 톡톡히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음식평론가 황교익 씨 연결해서 관련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황 선생님.
 
▶ 음식평론가 황교익: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안녕하세요. 이 샥스핀에 대해서 요즘 참 관심이 많은데요. 이게 무슨 요리야 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어떤 요리인가요?
 
▶ 음식평론가 황교익:
 
이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분류에서 제외시켜야 되는 것 중 하나죠. 음식 이름으로 얘기되는 게 아니고요. 환경 문제라든지, 지구에서의 삶을 어떻게 인간이 살아야 되는가에 대한 문제들. 이런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통 샥스핀을 이야기하죠. 그래서 음식 이름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더 이상 요리가 될 수 없다. 이런 말씀이신 거예요.
 
▶ 음식평론가 황교익:
 
그렇죠. 그리고 실제로 음식으로 다루지 않는 곳들이 많습니다. 유명한 호텔 같은 경우에는 샥스핀 요리들 다 포기를 했죠. 샥스핀을 먹겠다는 것은 앞에서 사바랭을 얘기했는데. 어떤 음식을 먹는지에 따라서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거든요. 지금 샥스핀 요리를 먹겠다, 내가 먹었다고 하면 세상이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거나, 교양이 없거나. 그런 정도로 취급을 하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우리나라 호텔에서도 요즘 샥스핀 요리 안 내놓나요?
 
▶ 음식평론가 황교익:
 
안 내놓습니다. 요리사들도 이 문제를 잘 알고 있죠. 그래서 그런 음식을 내놓으면 욕을 먹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안 내놓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유가 뭘까요?
 
▶ 음식평론가 황교익:
 
상어 지느러미를 샥스핀이라고 하는데. 이 상어 지느러미를 확보하기 위해서 좀 잔혹한 일들이 벌여져요. 인간은 사실 무엇이든 먹는 동물이거든요. 닥치는 대로 다 먹습니다. 그런데 상어 지느러미를 너무 많이 먹어서 상어가 멸종 위기종으로 돼있거든요. 그래서 보호를 해야 되고요. 그리고 상어 지느러미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지느러미를 떼고 몸통은 그냥 바다에 버려버리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지느러미만 잘라내고.
 
▶ 음식평론가 황교익:
 
그렇죠. 상어의 살을 먹는 문화권은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무거운 상어 몸을 배에 싣고 오면 지느러미를 많이 담지 못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냥 몸통은 바다에 버려버립니다. 그래서 산 채로 지느러미가 없는 상태에서 상어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아주 고통스럽게 죽어나가죠.
 
▷ 한수진/사회자:
 
살 수가 없는 것이로군요. 그렇게 되면.
 
▶ 음식평론가 황교익:
 
그렇죠. 그래서 동물 복지나 윤리적 측면에 의해서 봐도 상어 지느러미는 더 이상 먹으면 안 된다는 게 지금 전세계인들, 지구인들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상식으로 돼있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남획의 문제도 있는 건데. 그 채취 과정도 너무 끔찍하네요. 지금 말씀 들어보니까. 지느러미가 잘려나간 채, 피 흘린 채 그대로 바다에 던져지는 것이고. 그러면 살 수가 없다는 것이고요.
 
▶ 음식평론가 황교익:
 
그렇죠. 인간은 맛있는 음식에 대한 쾌락 추구 욕구는 분명하게 있죠. 그래도 절제를 해야 되는 것도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그래서 샥스핀은 아주 촉감이나 이런 데에서는 특이한 재료이기는 해요. 그래도 그런 쾌락을 쫓는 것보다는 절제하는 게 지금 마땅한 일이죠.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왜 이 지느러미만 채취할까요? 그냥 다 잡으면 오히려 덜 고통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음식평론가 황교익:
 
중국에서 샥스핀이 맛있다는 게 크게 번졌는데. 중국 내륙에서는 상어의 몸통을 전체로 옮겨서 상어의 살을 전체를 먹는 일이 좀 힘들었어요. 상어 지느러미도 바짝 말려서 운송하거든요. 몸통을 운송하게 되면 물류비도 많이 들 것이고, 쉽게 상하기도 하겠죠. 그래서 몸통의 살을 잘 먹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옛날부터 상어를 먹는 방식이 지느러미가 맛있다는 생각은 없었고요. 몸통, 그냥 살을 먹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우리나라 사람들도 상어를 식재료로 많이 쓰긴 썼던 모양이죠?
 
▶ 음식평론가 황교익:
 
많이 썼죠. 지금도 흔적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경상북도 영천이나 안동. 이 쪽 지역에 가면 추석이나 설날에 제수용으로 상어 고기를 반드시 올릴 정도로 상어 고기는 많이 먹습니다. 지느러미가 맛있다고 해서 지느러미를 따로 먹거나 하는 이런 것은 없었죠. 그래서 맛있는 고기이기는 한데. 이제는 멸종 위기라고 하니까 지구에 살면서 체면을 좀 지켜야 되겠죠. 이제는 좀 덜 먹어야 되는.
 
▷ 한수진/사회자:
 
그런 분위기고요.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청와대 행사 같은 데에서 메뉴를 정하거나 할 때 당연히 그런 점을 고려하고 반영했어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 음식평론가 황교익:
 
그렇죠. 원래 청와대 행사나 정치인이 먹는 음식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거든요. 국제 관계에서, 외교 활동을 할 경우에는 내빈이 왔다고 하면 한국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한국에서 맛있다고 하는 그런 음식들을 내고 대접을 하게 돼있고요. 보통 국내용의 정치적인 음식이라는 것은 대체적으로 국민의 수준, 정서를 생각해서. 그 때 상황을 생각해서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뱉죠. 정치 지도자들이 보통 시장 같은 데 가서 서민들의 음식들. 잔치국수라든지 순대라든지. 이런 것을 먹는 것도, 그것도 사실 정치적인 음식이거든요. 평소에 무엇을 먹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음식을 먹는다는 것을 통해서 국민들과의 소통을 생각하고 먹게 되는 거죠. 청와대에서 먹었던 음식들, 우리가 다 생각하고 있는 것은 칼국수 같은 거죠. 박정희 대통령도 이런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능했죠. 옛날에 육영수 여사가 해주는 칼국수나. 이런 것을 즐겨먹는다는 기사들도 많이 떠있고요.
 
▷ 한수진/사회자:
 
막걸리도 좋아하셨다고 하고.
 
▶ 음식평론가 황교익:
 
막걸리 같이 먹고. 그런 것으로 서민들과의 소통을, 마음을 잘 다독이고 하는 이런 데에 능했죠. 그런데 국내 정치적인 행위인데 그 음식이 샥스핀, 송로버섯, 랍스터. 이런 음식으로 먹었다고 동네방네 자랑하듯이 하는 일들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아주 특이한 일이죠. 이런 것은 원래 조선 양반에서도 사실 이런 일을 하지 않거든요. 안동에 가면 헛제삿밥이라는 게 있어요. 헛제삿밥의 유래가 이렇습니다. 양반들이 음식을 지지고 복고 먹는 게 주변 평민들한테는, 밥 굶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미안한 일이니까. 담장 너머로 음식 냄새가 넘어가지 않겠어요? 그러면 그 음식 냄새가 넘어가는 것에 대해서 미안하니까. 우리가 음식 먹는 것을 제사 때문에 음식을 한다고 하자. 그게 헛제삿밥이라는 말이 만들어지고 그래요. 그래서 그냥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주변의 것을 살펴야 되는 거죠. 그런 것을 염치라고 하는데. 우리 염치 있게 정치합시다.
 
▷ 한수진/사회자: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들어야겠습니다. 선생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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