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예쁘지만 독성 있어서 위험" 협죽도 가로수 괜찮나

입력 2016.08.21.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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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관광지·공원·학교 곳곳에 '활짝'..위험성 안내는 '미미' 산림청 "장비 없어 독성검사 못해"..지자체 "유해성 판단 어렵다"
제주시 도리로의 협죽도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유명 관광지인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 진입로 도로변은 여름철 분홍색 꽃으로 아름답게 물든다.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띈다.

이 나무는 협죽도다. 드물게 여름에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데다 공기정화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관상수 등으로 쓰이지만, 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먹거나 입에 대는 등 함부로 접촉해선 안 된다.

만장굴 주변 말고도 제주공항 인근 제주시 도리로와 신제주로터리에서 제주공항 방면까지 이어지는 신대로 도로변 등 제주 곳곳에는 협죽도가 여름 햇살 아래 화려한 꽃을 피웠다.

21일 제주도에 따르면 1985년과 1999년에 협죽도를 가로수로 심었으며 행정당국이 심은 협죽도 가운데는 현재 제주시 신대로, 도리로 등에 291그루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만장굴 진입로처럼 지자체가 직접 심지 않은 것, 임야 등에서 자라는 것, 개인이 심은 것 등은 어디에 얼마나 분포해 있는지조차 파악되지 않는 실정이다.

현재 제주에는 삼무공원 등 다중이용시설과 일부 학교 교정 등에도 협죽도가 심어져 있지만, 위험성에 대한 안내는 거의 없다.

제주시가 신대로, 도리로, 삼무공원 등 3곳에 협죽도 식물에 대한 정보와 함께 '주의. 나무껍질이나 뿌리, 씨앗 등 식물 전체에 독성이 있으므로 식용 및 젓가락 등의 용도로 사용을 금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힌 조그만 안내판 총 10개를 설치해놓은 것이 전부다.

협죽도는 제주도를 비롯해 전남, 경남 등 남해안 지역에서 주로 볼 수 있다. 독성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다른 지역에서도 제거 작업을 벌이거나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나름의 조치를 하고 있다.

제주시가 설치한 협죽도 주의 안내판

그러나 독성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지, 치사량은 얼마인지 등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고 유관기관도 "장비가 없다", "검사할 수가 없다"며 손을 놓고 있어서 지자체들은 협죽도가 가로수나 조경수로 적절한지 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서도 협죽도에 대해 강심, 이뇨, 거담 등의 약효를 소개하고 "신선한 잎 3∼4개를 달여서 복용하거나 0.09∼0.15g을 분말로 복용한다. 짓찧어서 바른다"등의 용법을 소개할 뿐 부작용이나 위험성에 대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경남 통영시의 경우 지난해 여름 유해성 문제가 보도돼 논란이 생긴 이후 협죽도를 모두 제거했다.

통영시는 협죽도가 조경수로 적절한지 판단하기 위해 산림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협죽도의 독성 성분 검사를 의뢰했지만 검사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고, 산림청에서 지자체 판단에 따라 조처하도록 하자 협죽도를 모두 제거했다.

통영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산림청과 식약처에서는 검사할 수 없다고 하고, 그러는 와중에 위험한 협죽도를 왜 베어내지 않느냐는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해서 협죽도를 제거하고 대체 수종을 심었다"고 말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검사해보려고 했으나 장비가 없어서 검사할 수가 없었다"며 "협죽도에 독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긴 하지만 민간의 소문만을 갖고 유해성을 판단할 수는 없지 않느냐. 정확한 검사 결과가 없는 상태에서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제주에서도 협죽도의 독성에 대한 사실이 알려지며 마을 곳곳의 협죽도를 많이 베어냈지만 그래도 여름철이면 제주 곳곳에 분홍빛 꽃을 피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제주에서는 협죽도 가지를 젓가락으로 써서 음식을 먹은 사람이 죽었다거나, 협죽도 가지를 꺾어서 혀에 갖다 대면 마비된다는 말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정도로 위험성에 대한 얘기가 예로부터 알려졌지만, 관광객 등 외지 사람들은 이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제주도 홈페이지 게시판에 한 관광객이 "임신 중인데 만장굴 주변에 예쁜 꽃이 피어있길래 밑에 떨어진 꽃을 만지며 재밌게 놀고 난 이후 택시기사에게 그 꽃이 독성이 강한 협죽도라는 사실을 알고 며칠간 매우 걱정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제주시민 김모(28·여)씨는 "제주에 이주한 친구에게 물어보니 협죽도를 전혀 모른다. 관광객들도 마찬가지로 정보가 없을 것"이라며 "꽃이 예쁘니 가지를 꺾거나 떨어진 꽃을 만질 수도 있고 어린아이들은 입에 넣을 수도 있는데 최소한 위험에 대한 경고는 있어야 하는 아니냐"고 말했다.

만장굴 진입로 협죽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에 대해 제주도는 협죽도 가지를 젓가락으로 쓴 사람이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뿐 그동안 협죽도로 인한 인명피해가 없었으며, 협죽도가 독성을 가진 식물은 맞지만, 꽃이나 잎 등을 훼손해 먹거나 하지만 않는다면 문제가 없다고 보고 현재 남아있는 나무들을 제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고사하거나 태풍이나 강풍 등으로 피해가 생기는 경우 다시 협죽도를 심지 않기로 했고, 다른 지역에 추가로 협죽도를 가로수로 심을 계획도 없다고 덧붙였다.

도 산림휴양과 관계자는 "지중해 부근 등에도 경관을 위해 협죽도를 심어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먹지만 않으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며 공기정화능력이 탁월하다고 하고 약효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협죽도를 먹거나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홍보를 꾸준히 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협죽도(夾竹桃)는 잎이 좁고 줄기는 대나무와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꽃이 복숭아와 비슷해 유도화라고도 불린다. 여름철 화려한 꽃을 피워 이국적 경관을 연출하며, 공해에도 강하다고 한다.

약효도 있다고 하나 올레안드린(oleandrin) 등의 성분이 포함돼 부작용 증상을 유발하며 사망에도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홈페이지에는 올레안드린에 대해 '협죽도에서 발견되는 강심배당체로 심혈관계와 위장관계에 영향을 미치며, 청산가리보다 독성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돼 있다.

ato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