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사, 우병우 비리의혹 눈감고 이석수 유출의혹만 겨누나
[한겨레] ‘우병우 라인’ 윤갑근 특별수사팀장 임명
우·윤, 정윤회 문건유출 수사 때
‘국정 농단’보다 유출에 초점 맞춰
박대통령이 지목한 “국기문란”사건
윤 고검장, 두번째로 해결 떠맡아
윤, 우병우와 동기·황교안과 동문
차기 서울중앙지검장 발판삼나 우려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 사건을 우 수석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윤갑근 대구고검장이 맡기로 한 것을 두고 검찰 안팎에서 수사의 공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윤 고검장이 우 수석과 손발을 맞춰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을 박근혜 정부의 의도대로 처리한 공로로 대검 요직에 발탁된 경력 때문이다. 그는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황교안 국무총리와 대학 동문으로 특수 관계로 알려져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고검장과 우 수석은 1987년 사법시험에 나란히 합격해(연수원 19기), 검찰 내에서 주로 특수통 경력을 쌓아왔다. 2008년엔 서울중앙지검에서 윤 고검장이 특수2부장, 우 수석이 금융조세조사2부장을 맡아 1년여 동안 함께 근무했다. 당시 이들을 총괄한 3차장은 김수남 현 총장이었다. 2013년 말 검사장으로 승진한 윤 고검장이 지난해 말 고검장으로 승진할 때 인사 검증 책임자도 우 수석이었다.
둘의 인연은 무엇보다 2014년 11월 불거진 ‘비선 실세’ 정윤회씨 국정농단 의혹 수사에서 두드러진다. 당시 대검 강력부장이던 윤 고검장은 반부패부장 직무대리를 맡으면서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되던 수사를 총괄했고, 우 수석은 당시 민정비서관으로서 청와대에서 해당 수사를 컨트롤했다. 검찰은 유출된 문건 내용인 청와대 비선 조직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수사는 뒤로한 채, 문건이 유출된 과정에 초점을 맞췄고 결국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조 의원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을 박근혜 정부의 입맛에 맞게 처리한 공로를 인정받아 우 수석은 지난해 2월 비서관에서 수석으로 승진했고, 윤 고검장은 지난해 2월 검찰 특수부 수사를 총괄하는 반부패부장에 정식으로 임명됐다. 윤 고검장이 지난해 12월 쟁쟁한 연수원 18기 선배들을 제치고 고검장으로 승진한 것도 우 수석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해 “국기문란 행위”라고 규정했는데, 윤 고검장은 2년여 만에 또다시 박 대통령이 국기문란 행위라고 규정한 사건을 맡게 됐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특별수사팀이 우 수석 수사는 뒷전에 두고, 박 대통령이 국기문란 행위로 규정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기밀 누설 수사에 집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윤 고검장이 황 총리와 대학 동문으로 각별한 사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황 총리는 박근혜 정부 들어 법무부 장관을 맡아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진행하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고,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을 방해하는 등 박 대통령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윤 고검장이 현 정부 들어 잘나가는 배경에 황 총리가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차기 서울중앙지검장 후보군 중의 하나인 윤 고검장이 이번 수사를 ‘영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는 한 검찰 관계자는 “현직 고검장은 내년에 있을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김수남 총장이 특별수사팀을 구성하는 강수를 뒀지만 수사팀장 인선에는 실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검찰 안에서 누가 특별수사팀장을 맡든 우병우 라인이라는 말이 안 나올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30년 가까이 근무한 우 수석과 인연이 겹치지 않는 검찰 고위 간부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근무 인연으로 문제를 삼는다면 결국 특검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현준 김지훈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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