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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쇼핑만 6번.. 한국인 못들어오게 막고 유커에 바가지

제주=유마디 기자 입력 2016.09.01. 03:09 수정 2016.09.0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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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광 本紙기자 동행 르포] [업그레이드 '관광 코리아'] [1] 유마디 기자 韓·日 비교 체험 - 中관광객 등치는 저가여행 인삼 5~6뿌리 포장해 120만원, 관절 특효라며 말뼛가루 40만원.. 관광지 30분 보고 나머진 쇼핑 유커들 "유명 한국 정품 사러왔다 정작 산건 이름모를 고가품들.. 숙소도 말만 호텔, 여인숙 수준"

유마디 기자는 7월 한·일 양국의 중국인 관광객 대상 여행 상품을 비교 체험했다. 하루당 여행 비용은 약 2만원 차이밖에 없었지만 내용은 천양지차였다. 한국 상품은 일정 대부분이 쇼핑으로 채워져 있었지만 일본 상품은 명소 관광 위주로 구성돼 있었다.

제주=유마디 기자

"지금부터 절대 사진 찍으시면 안 됩니다."

지난 7월 4일 제주 연동의 한 인삼 판매점. 입구에 들어서자 대기하고 있던 직원들이 중국인 관광객들 손에 카메라나 휴대전화가 있지 않은지 일일이 훑어봤다. 관광객들 앞뒤에는 직원 한 명씩이 감시하듯 따라 움직였다. 한 중국인 관광객이 제품 사진을 찍으려 하자 직원이 관광객을 몸으로 밀며 "부싱(不行·안 돼요)!"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 점포는 외국인 단체 관광객만 들어오게 하고, 한국인 입장은 엄격히 금지하는 곳이다. 외부로 매장에 대한 사진이나 가격 등이 새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듯했다. 중국에서 오랜 기간 거주, 중국어가 자유로운 기자는 중국인 관광객을 가장해 매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매장 한쪽에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의아한 표정으로 사진을 바라보는 관광객들에게 판매원이 말했다. "이분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세요? 모두 인삼 애호가라는 점입니다." 상당수 관광객이 그제야 "지우스(就是·그렇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제품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이곳에선 대여섯 뿌리 단위로 포장된 인삼이 가격 표기도 없이 60만~120만원에 팔렸다. 기자가 가격별 차이를 묻자 판매원이 "비싼 것이 숙성을 좀 더 한 것"이라고 했다. 상품 겉 포장엔 삼성 로고가 보였다. 삼성화재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뜻이었지만, 중국인들은 "삼성이 만들었으니 믿을 만하네" 하고 쇼핑백에 상품을 가득 담아 계산대로 향했다.

유명화장품 광고 붙여놓고 엉뚱한 제품 팔아 - 지난 7월 4일 제주 연동의 한 외국인 전용 화장품판매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판매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화장품 매대엔 유명 화장품 브랜드명이 써있지만 정작 판매되지는 않았다. /유마디 기자

어딜가나 싸구려 쇼핑…"다신 한국 안 와"

7월 초 3박4일 동안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과 제주 관광지를 둘러봤다. 숙박과 관광비로 43만원을 냈다. 여행사에서 보내온 일정표에는 말(馬)·초콜릿·인형 등을 주제로 한 '테마 파크' 방문이 10여곳, 사후 면세점과 소규모 토산품 상점 4곳이 포함돼 있었다.

관광은 뒷전, 쇼핑타임 - 지난 7월 제주의 한 민속촌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기념품 판매점에 모여 앉아있다. 30만~40만원에 달하는 말 뼛가루와 오미자차 등이 판매됐다. /허재성 객원기자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첫날 일정은 '박물관은 살아 있다', 퍼시픽랜드, 관광농원, 송악산 올레길, 유리의 성, 더마파크 순이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는 쉽게 찾아가기 어려운 곳들이다. 30여분 남짓 테마파크를 돌고 나면 어김없이 캐릭터 인형, 마유(馬油)크림, 유리공예품 등을 파는 기념품점이 등장했다. 중국인들은 매장마다 "70% 할인" "오늘 하루만 반값"을 외치는 판매원들의 호객 행위에 홀린 듯 바구니에 상품을 가득 담고 계산대로 향했다. 30분 남짓한 '번갯불 쇼핑'을 마치고 화장품, 생활용품 등을 가득 담은 쇼핑백을 양손에 서너 개씩 들고 나온 관광객들의 표정이 격앙돼 있었다. "직원들의 판촉 행위가 워낙 거세 얼마를 주고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일정 중 기념품점이 포함된 테마파크 관람 시간은 40여분으로 넉넉한 편이었지만, 풍광이 수려한 송악산 올레길에선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 두 장 정도를 찍을 여유조차 없었다. 호텔로 돌아오니 본 것도 즐긴 것도 없이 다리가 풀렸다. 한 것 없이 하루가 다 지나버린 느낌이었다.

이튿날부터는 공예품 전시장, 민속촌, 해녀촌, 농수산물직매장 등 가는 곳마다 바글바글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상대로 판촉 행위가 벌어졌다. 이날 기자와 함께 투어에 참가한 중국인 샤난씨는 "민속마을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정작 마을은 10여분만 보고 30만~40만원짜리 말 뼛가루를 '무릎 관절에 특효약'이라며 사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런 여행은 중국에서 '마마퇀(媽媽團·엄마 여행단)'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푸념했다. 마마퇀은 여행지에서 바가지를 쓰는 40대 이상의 여성들을 말한다. 우리로 치면 '호갱'(다루기 쉬운 어수룩한 손님)과 비슷한 뜻이다.

잘 곳도 먹을 것도 마땅찮아

저녁 6시쯤 도착한 숙소의 객실 카펫에는 거뭇거뭇한 담뱃재 자국이 가득했고, 바닥엔 엉킨 머리카락이 굴러다녔다. 유흥업소 밀집지에 있는 호텔은 밤이 되자 노랫소리와 취객들이 싸우는 소리가 방 안까지 들렸다. 호텔 입구에서 만난 중국인 일행은 "말이 호텔이지 중국판 '초대소(招待所·여인숙)'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여행사 대표는 "이런 상품은 대부분의 여행사가 항공권 수준의 돈만 받는 '땡처리 상품'으로 관광객을 꼬드긴 뒤 여러 방식으로 수익을 메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광객들이 다시 찾고 싶은 한국을 만들려면 숙박, 식당 등 관광 기반 시설을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정부는 관광업계가 쇼핑센터의 사례금 규모를 명시하게 해야 하고, 이를 통해 얻은 수입을 세금으로 징수할 수 있게 관련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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