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참사 다음날 대통령 진도행 소식, 사장 지시에 9시 뉴스 앞 순서로"

김형규 기자 2016. 9. 1.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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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세월호특조위, 청문회 증언
ㆍ13번째 아이템 7번째로 바꿔
ㆍ길 사장이 “수고했네” 문자도

1일 서울 동교동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제3차 세월호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1일 서울 동교동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세월호 3차 청문회에선 참사 당시 청와대의 압력으로 KBS 경영진이 보도에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이 또다시 드러났다. 정부가 지난 6월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종료를 선언한 가운데 이날 청문회는 정부 쪽 증인들이 대부분 불참한 채 진행됐다.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참사 다음날인 2014년 4월17일 길환영 전 KBS 사장의 지시로 원래 9시 뉴스 13번째 아이템으로 잡혀 있던 대통령의 진도 현장 방문 기사를 7번째 순서로 바꿨다고 진술했다. 김 전 국장은 “사장님 말씀하신 대로 그 위치로 올렸습니다.” “수고했네!” 등 당시 길 전 사장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도 공개했다. 그는 보도국장으로 근무하는 1년 반 동안 매일 사장에게 그날 뉴스의 내용과 순서가 담긴 큐시트(뉴스 진행표)를 팩스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전달했다고도 밝혔다.

참사 당시 언론 보도가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소유자인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에 집중되면서 침몰 원인과 재발 방지 등 본질적 문제가 상대적으로 가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서중 특조위 비상임위원은 “2014년에만 유병언 관련 보도가 8만6000건 이어졌고 그중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이 접수된 것만 1만6000건에 이를 정도로 정제되지 않은 보도가 이어졌다”며 “유병언 보도가 급격히 늘면서 반대로 구조활동과 관련된 보도는 눈에 띄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세월호 선내의 폐쇄회로(CC)TV 영상자료의 의도적 편집·삭제 의혹도 제기됐다. 특조위는 2014년 6월22일 세월호에서 인양된 선내 CCTV의 저장장치(DVR)가 해경의 구두 요청을 통한 해군의 심야 수색 등 비정상적 경로로 수거되고 이후 관리도 허술했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CCTV DVR은 당시 사고 정황을 파악할 수 있는 증거물로 주요 수색 대상이었지만 해경과 해군은 이를 확보하고도 그 사실을 작업일지 등 공식 기록에 남기지 않았다. 수색 관련 주요 사항을 협의·공지하기로 한 유족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또 복구된 DVR 영상에는 참사 당일 배가 기울기 시작한 오전 8시48분 전까지의 영상자료만 저장돼 있는데,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세월호 생존 탑승자는 선체가 기울기 시작한 이후에도 50여분 가까이 CCTV 모니터에 영상이 나왔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CCTV 프로그램 개발자와 영상분석 전문가는 “모니터에 영상이 나왔다면 DVR에도 같은 영상이 저장됐어야 한다”며 “현재로선 생존자의 증언과 남아 있는 영상기록 사이의 모순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참사 초기 정부가 구조작업을 하며 에어포켓 마련을 명분으로 실시한 공기주입 작업이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용 쇼’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윤상 언딘 대표는 청해진해운과 구난 계약을 맺고도 구조 활동에 해당하는 공기주입 작업을 맡은 이유를 묻자 “당시 세월호에 에어포켓이 존재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봤지만 내 의견이 틀릴 수도 있고 결국 해경과 해군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종운 특조위 상임위원은 “당시 현장에 있던 크레인으로 세월호가 더 가라앉지 않게 붙들거나 유속측정계를 설치했다면 구조작업이 더 효율적이었을 것”이라며 “효과 없는 공기주입에만 매달린 건 구조 실패 비난을 피하고 민간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려 한 대국민 사기 행각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38명의 증인과 29명의 참고인이 선정됐지만 대부분의 전·현직 공무원들은 출석하지 않았다. 세월호특조위는 불출석 증인에 대한 고발 여부를 의결하겠다고 밝혔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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