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만지는 영수증 속에 환경호르몬이?

김지선 베이비조선 명예기자 2016. 9. 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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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요즘 축제와 행사 등으로 나들이가 많아지는 가을이 다가왔다. 아이를 데리고 나들이를 계획할 때에는 챙겨야 하는 게 많은 탓에 손이 열개라도 모자라다. 한 시간 남짓의 짧은 외출에도, 1박 2일 여행길에도, 장보기는 필수! 그렇다 보니 우리 손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 영수증일 수밖에... 그런데 영수증 한 장에 환경호르몬이 다량 들어있다는 사실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영수증 속 유해물질?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은행, 극장, 공공장소 등에서 주고받는 영수증, 순번대기표, 티켓 용지로 감열지(표면을 화학물질로 코팅, 열이 가해지는 지점에 색이 나타나는 종이로서, 감열프린터를 통해 인쇄되는 특수용지를 말함)가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감열지 표면의 발색촉매제로서 쓰이는 비스페놀 A라는 물질은 폴리카보네이트, 에폭시 수지 등 식품용기 재료의 첨가물로 사용되는 화학물질로서 최근 낮은 수준의 노출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7개 주 등에서 수거한 영수증 36개 중 16개(44%)에서 비스페놀 A가 평균 1.9%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영수증 접촉시 비스페놀 A 이행 여부 시험결과에서 함량의 평균 2.4%가 묻어나온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한국소비자원에서 보고한 <;생활주변 내분비교란물질 모니터링>;에 따르면 프랑스 국립농업연구소 연구결과 비스페놀 A 함유 영수증의 피부 접촉시 일부는 피부 층으로 흡수되며, 나머지는 피부 층을 완전히 통과하는 것으로 나타나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스페놀 A는 무엇?국내 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 꾸준히 그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는 비스페놀 A는 장난감과 젖병, 통조림 내부 코팅물질 등으로 우리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 물질이다. 특히 책 <;집이 우리를 죽인다>;에서는 캐나다 보건부의 경우, 유아가 비스페놀 A에 노출되는 것은 대부분 젖병 가열시 분해된 비스페놀 A가 흘러들어간 분유를 먹거나, 이유식 캔 뚜껑에 함유된 성분이 흘러들어간 이유식을 먹은 경우라고 밝혀짐에 따라 유아가 이런 이유로 비스페놀 A에 장기간 노출되면 향후 신경 및 행동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비스페놀 A가 함유된 젖병의 판매금지안을 발표했다고 말한다.

또한, 미국 질병관리센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93%가 소변에서 소량의 비스페놀 A가 검출되었으며, 3세 이하가 사용하는 젖병이나 물병 등의 제품에서 비스페놀 A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책 <;담배보다 나쁜 독성물질 전성시대>;에서는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도 식약처가 비스페놀 A의 허용기준을 기존 2.5ppm에서 0.6ppm으로 강화했지만 아직까지 완전히 금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여성환경연대와 환경정의, 발암물질 없는 사회만들기 국민행동의 안심마트 캠페인_영수증편>;에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주요 대형마트와 백화점 6곳에서 수거한 총 19장의 영수증 중 일부 영수증에서 비스페놀 A가 검출되었는데, 2014년부터 비스페놀계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의 영수증에서만 해당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비스페놀 A는 우리 몸속에 들어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처럼 작용하면서 정자 수를 감소시키고 비만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최근 이러한 결과로 인해 젖병 등 육아용품 등에서 비스페놀 A 프리(BPA 프리)제품들도 많이 개발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영수증의 경우 아직까지 비스페놀 A가 사용되어 지고 있는 만큼, 영수증을 만질 때 피부를 통해 흡수될 수 있으며 지갑에 영수증과 지폐를 함께 넣어 둘 경우 지폐마저도 오염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영수증뿐 아니라 캔 통조림, 플라스틱 등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경로를 통해 비스페놀계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만큼, 전문가들은 가능하다면 비스페놀 프리 영수증을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수증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서비스직 노동자들의 장갑 미착용 비율이 50%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듯이, 비스페놀 A와 같은 유해물질 노출을 줄이는 근본적인 방법이 필요한 실정이다.

무심코 아이의 손을 통해 노출될 수 있는 유해물질들은 비단 비스페놀 A 물질 뿐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 아이의 엄마라면 제품에 표시되어 있는 비스페놀 A 프리제품이라는 문구를 한 번 더 찾아보고, 불필요한 영수증 발급을 줄여 나가는 행동들을 통해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켜나가야 하지 않을까?

참고 <;백화점, 대형마트 영수증에서 환경호르몬 검출?>;(여성환경연대/2016), <;생활주변 내분비교란물질 모니터링(영수증 증의 비스페놀A를 중심으로)>;(한국소비자원/2011).

김지선 베이비조선 명예기자(jskim90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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