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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들 혼자 둘수없어" 차태워 일하러 다니다 함께 숨진 아빠(종합)

입력 2016. 09. 06. 14:40 수정 2016. 09. 0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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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민영규 차근호 기자 = 아내는 가출했다. 40대 아빠는 장애가 있는 8살 아들을 집에 혼자 둘 수 없었다.

건설일용직으로 공사현장을 돌아다녀야 하는 아빠는 학교가 파하면 아들을 차에 태우고 다녔다.

트럭을 타고 동고동락하던 아버지와 아들이 안락한 삶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교통사고로 함께 숨져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6일 오전 1시 49분께 부산 사상구 낙동대로 한 모텔 앞에서 임모(47)씨가 몰던 1t 트럭이 정차해 있는 25t 탑차(운전자 최모·50)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아버지 임씨가 그 자리에서 숨지고,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들(8)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시간 만에 목숨을 잃었다.

경찰 조사 결과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임씨는 9년 전 외국인 여성과 결혼해 이듬해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아내는 3년 전 뇌병변 2급인 아들을 두고 가출해 연락이 두절됐다.

처음에는 여동생의 도움으로 아들을 돌봤지만, 올해 초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주변의 도움 없이 임씨 혼자 아들을 보살폈다.

혼자 아들을 돌보면서 생계도 꾸려야 했던 임씨는 아들을 맡길 데가 없어 전전긍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임씨는 아들이 학교수업을 마치면 차에 태우고 다니며 공사판을 전전했다.

고된 노동 중에도 틈틈이 아들이 잘 있는지 살피고, 말동무가 되어주며 지극하게 보살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씨의 형수는 "정시 출퇴근하는 일반 직장은 아들이 아프거나 할 경우 갑자기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이유로 임씨가 일용직 일을 택했다"면서 "아들이 남들처럼 정상으로 태어나지 못한 것에 대해 늘 미안하다고 말했고, 입버릇처럼 '아들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임씨는 형편이 넉넉지 못했다. 영세민 아파트에 살았고 임씨가 이날 운전한 차량도 한달 전 병으로 숨진 형에게 물려받아 사용하는 것이었다.

차 안에서 어린이 보호장비(카시트)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임씨와 아들이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는 바람에 각각 운전대와 대시보드를 강하게 충격해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밤길이기는 하지만 사고 현장 주변 조명이 밝아 불법 정차한 25t 탑차가 잘 보이는 편이었고, 주변 폐쇄회로TV(CCTV)에 찍힌 장면을 분석한 결과 임씨의 트럭이 사고 전 속도를 줄이거나 방향을 급하게 바꾸려 한 흔적이 없는 것으로 미뤄 졸음운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25t 탑차 운전자 최씨는 사고 현장 주변 업체에 설탕을 배달하려고 전날 밤 인천에서 부산으로 내려와 업체가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리느라 차를 불법 정차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임씨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려던 길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근처에 있는 다른 형의 가게나 부산 북구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향하던 것으로 추정됐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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