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후폭풍]세월호·메르스 이어 한진..정부 초동대응 실패가 사태 키워

김진우·조형국 기자 입력 2016. 9. 6. 23:13 수정 2016. 9. 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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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물류대란이 현실화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또다시 ‘초동대응 실패’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한진해운 사태가 경제에 미칠 파장을 예측해 물류대책을 협의하고 세계 각국에도 협조를 요청하는 등 선결조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탓에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집권여당에서도 초동대응 실패를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특히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이어 정부가 다시 초동대응에 실패하면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6일 국회에서 당정 간담회를 열고, 한진그룹이 담보를 제공할 경우 1000억원 이상의 장기저리자금을 대출해주는 등 지원책을 내놓았다. 지난 1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5일 만에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실제 정부가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안이한 인식과 대비 미흡, 부처 간 엇박자, 책임 떠넘기기 등으로 파장을 키웠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벌어질 사태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 기본 정보조차 챙기지 못하면서 파장 규모를 파악하지 못했다. 해수부가 한진해운으로부터 운항 중인 선박과 화물 정보를 넘겨받은 것은 지난 3일부터다. 세계 7위 해운업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 발생할 물류 혼란은 해운전문가라면 뻔히 예견되는 상황이었다. 해수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의 협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물류 혼란을 해소하는 열쇠는 공해상에 묶인 한진해운 선박들이 정상적 입항·하역을 할 수 있도록 해줄 긴급 운영자금이다. 하지만 정부는 운영자금 마련 계획도 세우지 않은 채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을 수수방관했다. 법정관리가 거론되던 시점부터 정부와 채권단, 한진해운 간에 긴급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협의도 전혀 없었다.

정부는 지난 5일 부랴부랴 범정부 합동대책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쏟아냈지만, 책임을 상황 탓으로 돌렸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해수부 중심으로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구체적일 수 없었다. 법정관리에 들어갈지도 모르는 기업에 정보를 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새누리당 내에서도 정부의 부실·뒷북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당정 간담회에서 “조금 더 일찍 초동대응을 잘하거나 빨리 좀 했으면 훨씬 더 혼선이나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도 (있다)”라고 말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태흠 의원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에서 통일된 대책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고 정부 내 혼선을 지적했다. 하태경 의원은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정부가 상당히 부실하고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 물류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도 ‘뒷북 대응’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한진해운 사태를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당정 간담회도 물류대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뒤늦게 잡힌 것이다.

<김진우·조형국 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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