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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집' 몰래 방문한 여가부 장관

정유진 기자 입력 2016.09.09. 17:39 수정 2016.09.09.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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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한·일 치유재단 10억엔 논란 의식한 듯 일정 번복 끝 ‘비공개’
ㆍ1만원 상품권 돌려…여가부 “홍보로 보일까봐 알리지 않은 것”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52·사진)이 추석을 앞둔 지난 8일 언론에 미리 알리지 않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을 방문했다. 통상 각 부처들은 장관의 현장 방문을 홍보하기 위해 사전에 보도자료를 내고 취재를 요청한다. 여가부는 9일에도 강 장관이 이날 오후 원불교 서울교당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미리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이번 나눔의집 방문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나눔의집 관계자는 “장관이 방문 날짜와 시간을 몇 차례 변경하고, 처음에는 언론에 공개한다고 했다가 다시 전화해 비공개로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번 비공개 요청은 정부의 한·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와 일본이 주기로 한 10억엔의 성격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가부는 한·일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준 10억엔을 집행할 ‘화해·치유재단’의 주무 부처다. 나눔의집 할머니 6명은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며 일본 정부가 주기로 한 1억원을 받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여가부와 나눔의집 측에 따르면 강 장관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일본 정부가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빌었다. 얼마 전에 재단에 돈을 보내왔고 할머니들께 나눠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물로 사온 스카프를 할머니 9명에게 일일이 목에 둘러 드렸다. 이 가운데 정복수 할머니(100)가 스카프를 손으로 뿌리치자, 강 장관은 “정 할머니가 (원래) 잘 뿌리치신다”고 말했다. 강 장관과 함께 온 여가부 직원 4명은 할머니들과 윷놀이를 한 뒤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시라”며 온누리상품권 1만원권을 한 장씩 돌리기도 했다.

통상 정부 고위관계자가 방문하면 거실에 둘러앉아 할머니 한 사람씩 돌아가며 말하는 시간을 갖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공식 발언의 기회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강 장관과 작별 인사를 할 때쯤에야 이옥선 할머니(89)가 “(위안부 문제를) 빨리 풀어달라. 합의된 거 반대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여가부 관계자는 이번 방문을 비공개로 진행한 것에 대해 “언론에 장관의 일정을 홍보하는 것처럼 비칠까봐 미리 알리지 않은 것”이라면서 “어버이날 등 이전에도 몇차례 언론에 알리지 않고 다녀온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상품권은 윷놀이 분위기를 돋우려고 준비한 것인데 의도와 달리 비쳐져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추석 무렵 김희정 당시 여가부 장관이 나눔의집을 방문했을 때는 언론 공개 형태로 진행됐다. 당시에는 김 전 장관이 정부가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제작한 <일본군 ‘위안부’ 바로 알기> 교재를 할머니들에게 직접 소개하는 등 올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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