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두렵고 고독한 길, 철저히 홀로 극한 수행

2016. 9. 1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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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길우 기자의 휴심정

깊은 산속 천연 동굴도 있지만
대부분 쪽방 같은 허름한 거처 모인
집단 수행처 7곳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참선·예불
공양은 하루 아침 1끼
1시간 숲속 산책하며 명상

누구의 간섭 없이 수행 “한없이 행복”
주변 오색 깃발엔 불경과 소원 적어

“그저 떠가는 흰 구름, 날아가는 새
흐르는 물소리와 스치는 바람소리뿐”

인도 다람살라의 허술한 쪽방 같은 독립 거처에서 수행 중인 스님.

인도 다람살라 토굴 수행 스님들

수행의 길은 어렵다. 자신과의 싸움이기에 더 어렵다. 처절한 고독을 견뎌야 한다. 이전의 나를 부정하고, 새로운 나를 찾아야 한다. 그러기에 두렵다. 어렵고, 두렵고, 고독한 길이기에 불교에서는 수행의 방편으로 육체적 고행을 선택했다. 육신을 괴롭히는 것이다. 숨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몸을 혹사한다. 욕망의 화신인 육신이 요구하는 욕구를 견디고 제거했다. 수행자들은 그런 고행의 결말을 기대했다. 그것은 맑고 온전한 정신을 회복하고, 온갖 경계를 극복할 내공을 갖추는 것이었다.

부처는 7년간 보리수나무 아래서 하루 쌀 한 톨, 깨 한 알씩 먹으며 피골이 상접하는 극한의 고행을 보여줬다. 묵언, 장좌불와(눕지 않고 수행), 동구불출(수행하는 선방이나 토굴 밖으로 나가지 않음)의 수행 전통이 스님들을 고통으로 유혹한다.

티베트 불교의 최고 지도자 달라이 라마(81)는 지금도 하루 4시간의 자기 수행을 멈추지 않는다. 새벽 2시에 깨서 자신의 침대에서 참선을 한다. 최근 공개된 달라이 라마의 참선 모습을 보면 눈을 뜨고 선정 상태에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티베트 승려들은 참선하며 눈을 감지 않는다. 600년 전에 선정 상태에서 시해등선한 티베트 불교 겔룩파의 큰스님도 숨이 끊어지는 상태에서도 눈이 감기지 않음을 보여준다.

날마다 4시간씩 수행을 하는 다라이 라마가 참선하며 눈을 뜬 채 선정에 들어간 모습. 청전 스님 제공

달라이 라마 최소 1천일 동굴수행

이달 초 찾아간 인도 다람살라의 수행처인 토굴은 지금도 많은 스님들이 육체적 고행을 통해 극한의 수행을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토굴이라고 부르지만 대부분 동굴을 파서 만든 수행처가 아닌 허술한 독립 거처다. 한 사람 누울 침상에 경전이 놓여 있는 작은 책상, 간신히 서 있을 공간, 그리고 식사를 해결할 좁은 부엌이 전부다. 흙벽에 지붕은 양철이나 슬레이트로 비를 막을 정도다. 다람살라 주변엔 이런 집단 수행처가 7곳이 있다. 한겨울의 추위도 견뎌야 한다. 수행처 사용은 무료라고 한다. ‘티베트 어린이 마을’이라는 재단에서 운영을 한다. 빈 수행처에 들어가 수행하면 된다. 한국인 승려 1명을 포함해 모두 36명의 승려가, 방문했던 집단 수행처에서 수행하고 있었다. 물론 깊은 산속에는 홀로, 말 그대로 토굴에서 수행하는 스님들도 있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높은 산속에 천연적으로 만들어진 동굴을 수행 공간으로 삼아 정진하는 전통이 전해온다. 달라이 라마는 최소한 1000일은 동굴 수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1000일인 이유는 인간의 몸과 마음은 최소한 1000일의 집중 수행에서 업과 번뇌의 틀이 깨지며, 비로소 깊은 수행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바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왕 순듀(50)는 10살에 출가했다. 1959년 달라이 라마가 히말라야 설산을 넘어 티베트에서 다람살라로 망명할 때 그의 아버지도 따라서 망명했다. 다람살라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한 그는 가끔 외국에 가서 영어로 불교를 강의해서 필요한 생활비를 충당하곤 한다고 한다. 이 토굴엔 1년 전에 왔다. 그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새벽 3시 반에 기상해서 참선과 예불을 한다. 혼자 하루 6번의 예불을 한다. 아침은 스스로 간단히 만들어 먹는다. 오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하루 1시간 정도 숲 속을 산책하며 명상에 잠긴다. 혼자 불경을 읽는다. 누구의 간섭도 없다. 집단 예불도 없다. 가끔 속세에 있는 동생을 찾아가기도 한다.

600년 전 눈을 뜬 채 시해등선한 티베트불교 겔룩파의 한 스님의 등신불. 청전 스님 제공

이마 부딪치는 ‘최고의 축복’ 선물

“행복하냐?”고 물으니 “한없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뭐가 그리 행복하냐?”고 하니 “피곤하면 잘 수 있다”고 말하며 웃는다. 자유롭다는 뜻일 게다. 그리고 말을 잇는다. “누구의 간섭 없이 수행의 길을 갈 수 있어 좋다.”

아마도 불교의 두타행을 그대로 수행할 수 있는 기쁨일 것이다. 인간의 모든 집착과 번뇌를 버리는 수행법이다. 속세를 등지고 깊은 산속에 살고, 하루 한 끼만 먹고, 오후엔 어떤 것도 먹지 않고, 헌 옷을 기워입고, 무덤 곁에서 자고, 드러눕지 않는 등의 힘든 수행이다.

토굴 주변엔 오색 깃발들이 히말라야 설산에서 오는 바람을 타고 휘날린다. ‘룽타’라고 불리는 황색, 백색, 홍색, 청색, 녹색의 다섯 가지 깃발에는 불교 경전이 새겨져 있고 깃발의 여백에는 개인의 소원을 적어 놓기도 한다. 룽타가 바람을 타고 하늘에 닿아 부처님의 말씀과 함께 개인의 소원을 이루게 해달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롭상 왕뒤(82) 스님은 산에서 내려와 다람살라의 중심부 조그만 공간에서 수행한다. 마치 판자촌의 한 쪽방 같은 공간이다. 벽에는 달라이 라마의 사진이 걸려 있다. 그는 중국 인민군에 붙잡혀 16년간 모진 옥고를 치르고 나와, 뒤늦게 달람살라로 망명했다. 하지만 그 스님은 자신을 고문한 중국 군인을 욕하기보다는 그에게 분노를 느끼는 자신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부끄러워했다는 것이다. 그런 스님의 용서하는 마음에 감명한 중국 군인들은 육식을 하지 않는 스님을 위해 채식으로 된 식사를 특별히 만들어 제공했다고 한다. 다람살라에서 30년째 수행 중인 청전 스님의 도움으로 만난 롭상 왕뒤 스님은 가까이 오라고 하여 자신의 이마를 나의 이마에 부딪친다. 이를 본 청전 스님이 말한다. “이마를 부딪치는 것은 최고의 축복입니다. 업장을 없애고, 몸의 아픔을 사라지게 할 것입니다.” 정말 그래서일까? 스님과 이마를 부딪치고 난 뒤 한나절 동안 온몸이 후끈했다. 기분 좋은 따뜻함이 지속된 느낌이다.

“공과 자비 통해 통찰 얻어”

토굴 수행에 대해 청전 스님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토굴 수행은 자기 자신의 절체절명의 상황에 따른 결정이다. 수행자로서 일생에 경험해보고 싶은 필사의 수행 방법이기도 하다. 철저히 자기 혼자뿐이다. 어느 누구도 함께하는 사람이 없다. 그저 떠가는 흰 구름, 날아가는 새, 흐르는 물소리와 스치는 바람 소리, 그리고 가끔 호기심을 품고 곁을 지나가는 산짐승뿐이다.”

과연 그런 수행을 하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달라이 라마는 2002년 도올 김용옥 교수와 대화하며 깨달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의 정신과 생각은 항상 맑고 깨끗합니다. 자라면서 어느 순간엔가 공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갑자기 세계가 넓어지더군요. 뭔가 이 우주와 인생에 대해 조금 알 듯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공이라는 진리는 내가 살아가는 데 매우 유용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사물 전체를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자비를 깨달았습니다. 깨달음이 무엇인가를 물으신다면 이 공과 자비를 통해 무엇인가 조금 이 우주와 인생에 대해 통찰을 얻었다는 것, 그것입니다.”

다람살라(인도)/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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