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집 밖에서만 용변 보는 기특한 강아지

추현호 입력 2016.09.22.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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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엄마와 아들 개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 1]

[오마이뉴스 글:추현호, 편집:김대홍]

반려동물은 우리의 삶에 어느 덧 중요하고도 소중한 일부가 되었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그 일부는 때론 전부가 되기도 합니다. 반려동물과의 특별한 삶의 이야기가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함께 지구라는 공동체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전하는 감동의 메시지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 기자 말

▲ 힘든 일이 있을땐 굴이 아니라, 터널이라 생각해보는 거에요!  힘든 일이 일어날 때 자주 우리는 너무도 버겁게 느껴집니다. 힘든 일은 자주 연달아 일어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그 힘든 일의 끝은 막혀 있는 굴이 아니라 터널이라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 정은경
동이 틀 무렵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한국어도, 영어도, 일본어도 아닌 이 언어는 "멍"으로 시작해서 "멍"으로 끝이 납니다. 무슨 뜻인지 해석할 순 없지만 함께 살아온 지난 1000일의 시간이 이 "멍멍"이란 소리가 가진 뜻을 이해하게 합니다. 

바로 웰시 코기 강아지 늉이가 아침 산책을 가자고 울부짖는 소리입니다. 이 녀석은 지금 용변이 급합니다. 밤새 이 순간만을 기다렸기 때문입니다. 신기하죠? 왜 집안에서는 용변을 보지 않고 밖에서만 용변을 보는지, 늉이를 생후 2개월에 입양한 늉이 엄마 다은(필명)은 그 이유를 분석하고자 여러 강아지 심리학 자료를 뒤져 보았지만 이내 정체 불명의 이 심리상태를 분석해내진 못했습니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큰~ 뜻이 숨겨져 있었어요.

어제나, 그제나 항상 아침은 다은과 늉이의 줄다리기입니다. 조금만 더 잠을 청하고픈 다은과 늉이는 침대 모퉁이를 사이에 두고 실랑이를 벌입니다.

늉 : "멍! 멍! 참 을만큼 참았어요, 날 데리고 밖으로 나가줘요, 엄마."
다은: "아가야, 엄마가 오늘은 허리가 쑤셔서 좀 더 잠을 자야겠다. 30분만 있다가 나가면 안되겠니?"

끙.

이내 늉이는 바닥에 깔아놓은 쿨 매트 위에서 30분 동안 하염없이 기다리기 시작합니다. 사실 다은은 자가 면역 질환인 희귀병을 앓고 있습니다. 베체트라고 하는 이 병은 몸을 몹시 피곤하게 만듭니다.

베체트를 앓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 비하면 아주 작은 일에도 피로함을 수십 배 내지 수백 배를 느낀다고 표현하면 어떨까요? 그래서 다은에게 매일 아침은 사실 푹 자고 일어난 뻐근함보다는 일상적인 두통과 어지러움, 메스꺼움과 시작하는 고달픈 아침입니다.

몇 해 전 일어난 교통사고, 그 이후 삶이 달라졌다

▲ 우리 모두에게 웃음이 필요해요. 사람들은 저마다 삶의 활력이 필요해요. 반려동물과의 소소한 일상은 우리의 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줘요. 다은과 늉이의 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이 나게 하네요^^
ⓒ 정은경
몇 해 전, 직장에서 퇴근하고 돌아오던 차 안은 어느 때처럼 조용하고 평화로웠습니다. 어느 순간 졸음 운전을 한 다른 차가 다은의 차로 돌진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눈을 깨어보니 병원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멍해졌고 온몸의 뼈마디가 부서지는 것처럼 아팠습니다. 그렇게 약 1년간의 병원 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외롭고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병원에서 교통사고 이후의 후유증 검사를 받고 다양한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매일 매일 찾아오는 고통과 병원에서의 고독한 시간은 열정적이고 하고 싶은 게 많았던 다은의 일상과는 너무도 반대였습니다. 가슴은 답답했고 삶은 억울해졌습니다. 가슴이 먹먹했고 눈물이 났습니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이후 다은은 재활 치료의 고통을 이겨내고 힘차게 다시 두발로 병원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병실 침상에 누워 자신 스스로 일으키고 넘어지고를 수없이 반복해야 했습니다. 넘어지는 것은 일상이 되었고, 다시 서는 것은 더욱 힘든 일상이 되었습니다. 다시 서지 못한다면 또 다른 일상은 없는 것이니까요. 힘을 내야만 했습니다.

퇴원 후 바라본 세상은 그렇게 찬란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 찾은 일상, 모든 게 행복해야 했지만,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병원 치료 도중 다양한 약물에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고, 검사를 해 본 결과 희귀병인 자가면역질환 베체트를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별한 치료법도 없고 증상이 악화되지 않게 일상생활을 잘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교통 사고의 후유증은 다은의 허리와 목 디스크만 망가뜨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후 정말 거짓말 같게도 두 번의 교통사고를 더 경험하게 되고 이는 극심한 트라우마가 되었습니다. 그 뒤 다은은 악몽에 시달렸고, 생의 의지와 고통스러운 하루하루 사이에서 매일 힘겨운 사투를 벌여야 했습니다. 그런 다은에게 일상의 고마움을 느끼게 해준 기적이 바로 세상 걱정을 다 잊게 하는 웰시 코기 늉이와의 만남이었습니다.

그 귀엽고 쪼그맣던 늉이는 어느덧 12kg이 넘는 청년 늉이가 되었습니다. 늉이와 다은이 엎치락뒤치락 함께 보낸 세월이 어느 덧 1000일이 넘어가네요. 수더분해 보이는 늉이는 이제는 제법 힘도 세고 고집도 강합니다. 아니. 고집은 어릴 때부터 강했으니깐 이제는, 이란 말이 맞지 않겠어요.

늉이와 다은의 일상은 사람 엄마와 아들 개의 산책 실랑이로 시작됩니다. 매번 밖을 나가고 싶어하는 늉이와 4시간마다 산책을 나가야 하는 엄마 다은. 두 사람? 아니 두 존재의 격한 아침은 온 동네를 때론 떠나가게 합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아기 늉이가 어쩌면 엄마 다은의 몸상태를 알고 나서부터 밖에서 용변을 보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어지럼증에 쓰러지고 밤이면 악몽에 시달리고 집안에서 침잠해가는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며 늉이는 엄마를 집 밖으로 불러내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늉이와의 산책은 다은에게 다시 걸을 힘을 길러주었습니다. 햇볕의 따스함과 하루의 변화를 느끼게 해주었고, 계절의 흐름을 실감하게 해주었습니다.

다은은 자신의 아팠던 경험을 그저 아픔으로 남기지 않고, 재활 치료를 돕는 사람이 되고자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선택한 것은 재활 승마였습니다. 직접 미국의 코네티컷으로 가 힘든 몸을 이끌고 추운 겨울을 나며 재활승마치료 전문가 과정을 연수받고 돌아온 그녀는 사실 대한민국에서 몇 안 되는 재활승마치료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그녀에게는 동물들과 교감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다양한 심신의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재활승마로 치료해주는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치료해준 것은 늉이였습니다.

1000일이란 시간을 함께 보낸 늉이와 다은의 특별한 사랑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그 안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하루를 열고 닫는 수많은 사람들의 멈추지 않는 웃음과 찡한 감동을 줄 수 있는 특별함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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