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미르재단 486억 기부금은 삼성, 현대, SK, LG 순

최우철 기자 2016. 9. 2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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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재단법인 미르. 법인 설립과 기부금 모금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곳입니다. 이 재단은 지난해 10월 설립 당시, 기업 30곳으로부터 486억 원의 기부금을 조성했습니다. 그런데 모금 과정에 청와대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기업체에 출연을 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에 이어, 특별감찰관도 이를 내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입니다.

그럼, 미르란 도대체 어떤 재단이고, 어떤 기업이 얼마나 기부금을 출연한 걸까요.

올해 4월 29일 재단이 공시한 자료를 확인했습니다. 미르는 공시 의무가 있는 공익법인이자, 지정기부금 단체입니다. 주무관청은 문화체육부, 공익사업 유형은 문화. 공시 모금액은 486억 원입니다. 설립 당시 전국경제인연합이 밝힌 금액과 같습니다. 전액 '기업, 단체기부금' 명목입니다. 기부금을 조성하는 경로는 다양합니다. 개인기부금, 행사모금액, 모금단체나 재단의 지원금, 기타 기부금, 기부물품. 하지만 이들 내역은 모두 '0원'입니다.

 재단이 공시한 ‘기업, 단체기부금’ 명목을 그대로 표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미르 재단은 공시 자료에, “설립 시 출연자(기부자)는 총재산가 1% 미만이나 2천만 원 미만은 공시하지 않고 있다”라고 적어 놓았습니다. 계산해 보니, 이들 30개 기업이 기부한 금액은 정확히 486억 원으로, 공시된 기업 외에 다른 기부자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공시자료는 지난해 전경련이 전한 재단 출범 소식과는 수치상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27일 전경련은 보도자료를 통해, “재단에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포스코, 롯데, GS, 한화, KT, LS, 한진, CJ, 금호아시아나, 두산, 대림, 아모레퍼시픽 등 16개 그룹이 486억 원을 출연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자세히 보니, 전경련은 기업체 숫자가 아닌, 재벌 등 그룹 숫자로 출연 기업을 정리한 겁니다.

전경련이 밝힌 대로, 공시자료를 재분류하면 이렇습니다.


미르재단 설립당시 기부금 출연 그룹은 모두 16곳. 그룹별 기부금은 아래와 같습니다.

- 삼성전자, 삼성화재, 삼성생명, 삼성물산
  : 삼성그룹 125억 원
-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 현대차그룹 85억 원
- SK하이닉스 : SK그룹 68억 원
- LG화학·LG디스플레이 : LG그룹 48억 원
- 포스코 30억 원
- 호텔롯데 롯데면세점 : 롯데그룹 28억 원
- GS그룹 26억 원
- 한화그룹 15억 원, KT 11억 원
- LS그룹(E1) 10억 원, 한진그룹(대한항공) 10억 원
- CJ그룹 8억 원
- 금호아시아나그룹 7억 원, 두산그룹 7억 원
- 대림 6억 원, 아모레퍼시픽 2억 원

재단에 출연한 기업을 그룹별로 정리하면 삼성, 현대, SK, LG 순이었습니다. 비중을 따지면, 삼성 25.7%, 현대 17.4%, SK 13.9%, LG 9.8%로, 재벌 그룹이 네 곳이 전체 기부금의 67%를 출연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전경련 자료를 보니, 이런 순서가 낯설지 않습니다. 당시 보도자료는 출연한 그룹별 금액 순으로 정리된 거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재단에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포스코, 롯데, GS, 한화, KT, LS, 한진, CJ, 금호아시아나, 두산, 대림, 아모레퍼시픽 등 16개 그룹이 486억 원을 출연했다.”

설립 첫해인 지난해 손익계산서를 보면, 486억 원의 기부금 수입에, 지출 제외 순자산이 483억5천만 원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재단 측은 급여, 교통비, 차량유지비 등 사업비용에 2억4천8백만 원을 썼다고 명시했습니다.

설립 당시 초대 대표자인 김형수 이사장은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의혹에 대해 묻기 위해 여러 번 전화했지만, 그에게선 “죄송합니다.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나중에 연락주세요.”라는 문자메시지만 돌아왔습니다.

해당 기업들 역시 ‘외압에 의한 갹출’ 의혹에 대해 크게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입니다. 선뜻 큰돈을 내놓은 기업들은 이제 와선, 어떤 까닭인지 제대로 된 해명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부금을 낸 기업체 소속 상무는 “자금을 출연한 곳은 사회공헌 부서”라면서, “구체적인 내역은 내부 다른 부서에선 알지 못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기업체의 사회공헌 부서는 국회나 주무부처 동향을 살피는‘대관’부서입니다. 또한 전경련과의 소통 역시 이 대관 부서가 맡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출연한 자금에 대해선 재단이 어떻게 집행하든 기업체는 전혀 알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수억에서 수백억 원의 기부금을 출연한 이후엔, 미르 재단 측으로부터 사업 방향 공유나 보고는 전혀 받지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미르 재단은 공시자료에서 사업 현황을, 이렇게 세 가지로 요약해 놨습니다. 한국 전통문화 가치 발굴사업. 한국 전통유산 정착 사업 및 전통유산의 글로벌 사업. 한국 전통문화 지원 및 교육사업 - 기타 한국 문화 홍보 및 발굴 관련 사업 등. 사업 내용은 예술, 문화, 스포츠. 국내는 서울, 해외는 유럽을 사업 지역으로 지정해 놓았습니다.

전통문화를 발굴하고, 국가 브랜드를 제고한다는 재단. 그리고 이 목적에 동참한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선뜻 큰돈을 쾌척한 재벌 기업들. 그들이 입을 다문 이유를 국민들은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최우철 기자justrue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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