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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서 통보받아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부"

입력 2016. 09. 24.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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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437억·288억 출연 기업들 반응

[서울신문]“전경련 요청받고 타당 판단해 실행”
일부 “계열사별 내역 언론 보고 알아”
과정 불투명… 모금 배후 의심 가중

“전경련으로부터 공문을 직접 받은 게 아니라 그룹으로부터 액수를 통보받고 기부금을 냈다.”

“미르재단 때는 기탁을 조금 해서 K스포츠를 할 때는 기탁금을 더 늘렸다.”

지난해 10월 미르재단에 총 437억원을 기부한 19개 기업, 지난 1월 K스포츠재단에 288억원을 출연한 19개 기업은 23일 모금 과정에 대해 묻자 이같이 밝혔다. 기업들은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도 대체로는 “전경련의 요청을 받고, 타당하다고 생각해 기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룹 계열사별로 수억~수십억원의 기부를 집행하며 이사회 보고를 생략한 곳이 허다했다. 일부 그룹에서는 “계열사별 기탁 내역을 언론을 보고 알았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정권의 비선 실세로 꼽히는 고(故) 최태민 목사의 5녀 서원(순실에서 개명)씨 지인들이 두 재단의 이사로 등재된 정황은 아예 몰랐다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주장했다. 부실한 절차를 거쳐 속전속결로 거액을 기부했다는 기업의 해명이 재원 모금의 배후세력 의심을 가중시켰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그룹별 기탁액은 재계 순위와 비슷하게 구현됐다. 재계 1위인 삼성이 184억원을, 현대차가 82억원을, SK가 111억원을, LG가 78억원을 냈다. 기업들은 “전경련이 기탁을 주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문화·체육 분야에서 기업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회원사 의견을 수용해 두 재단 설립에 전경련이 총무 역할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두 재단 설립 당시 경제수석)이 모금을 주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두 재단의 출연 규모와 방법 등이 거의 결정 났을 시점에 내가 알렸고, 안 수석이 격려했다”고 해명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반응이다.

출연금액이 거액임에도 결정 과정은 투명하지 않았다. 10억원 넘게 돈을 낸 한 상장사는 “전경련으로부터 직접 공문을 받은 게 아니라 그룹 측으로부터 액수를 통보받아 기부금을 냈다”고 밝혀 주주가치에 무심한 한국 기업의 정서를 드러냈다. 다른 기업은 “전경련으로부터 재원 활용 관련 보고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보고받지 못했다”며 재원 출연 뒤 사후관리가 없었음을 시사했다.

이사회 보고를 거쳐 자금을 집행한 곳은 서너 곳에 불과했는데, 대부분은 “매년 기부금 액수만 이사회 승인을 얻을 뿐이며 두 재단에 대해서는 자체 심사 과정을 거쳐 기부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시민단체나 행사에 간헐적으로 협찬할 때와 비슷한 방식”이라고 했지만, 미르재단 등에 출연한 액수는 평소 기업들의 행사 협찬 금액에 비해 ‘0’이 1~2개 더 붙은 수준이다.

전경련의 요청에 기업들이 비교적 쉽게 기탁을 결정한 배경으로 “전임 정부에서부터 재현된 관행으로 봤기 때문”이란 응답도 나왔다. 전경련 주도로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걷기도 하고, 이명박 정부 당시 미소금융재단 설립 자금 등을 기업에 배정해 갹출한 전례가 있었기에 미르재단과 관련해서도 큰 저항 없이 거액을 냈다는 설명이다. 10억원 미만을 기탁한 기업들 사이에선 “미르재단의 설립 취지에 동감했다”는 소신 발언도 나왔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미르재단에 기탁을 조금 해서 K스포츠에는 기탁금을 늘렸다”고 답변하는 등 모금 과정이 부담스러웠음을 우회적으로 털어놨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산업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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