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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르·K에 '쾌척' 건설업체들, 자기 재단엔 약속한 돈 3%도 안 냈다

입력 2016. 09. 24. 05:06 수정 2016. 09. 2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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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 출연액 보니]
삼성물산·GS건설·대림산업·두산중
550억 기부 공언해놓고 16억 ‘찔끔’
두산중공업은 100억원 중 한푼도 안 내
국토부 독촉에도 “경영난 때문에…”
미르·K스포츠에 32억 ‘신속 완납’ 의문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기금을 출연한 건설업체들이 정작 비슷한 시기에 자신들이 설립한 사회공헌재단에는 약정액에 턱없이 못 미치는 금액만 출연하거나 아예 납부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들은 이 과정에서 경영난 등을 이유로 분담액 납부 시기를 늦춰 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는 약정액 납부를 신속히 완료한 것과 확연히 대조된다.

23일 <한겨레>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사회공헌재단)의 기금 출연 현황을 보면,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출연 기업인 삼성물산·지에스건설·대림산업·두산중공업이 사회공헌재단에 낸 기금은 약정액(550억원)의 2.9%인 16억원에 불과했다.

사회공헌재단은 입찰 담합 사실이 적발돼 공공입찰 참가 자격이 제한됐던 74개 건설업체가 지난해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제재 조처를 감면받은 뒤 8월19일 대한건설협회 주도로 ‘자정 결의 및 사회공헌사업 선포식’을 열고 같은 해 12월 설립한 기금 규모 2천억원의 공익재단이다. 이상대 전 삼성물산 부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나머지 이사진은 현대건설·대우건설·포스코건설 등 대형 건설업체 대표이사와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 대한건설협회 상근부회장 등으로 꾸려졌다. 재단이 작성한 올해 중점 추진사업 계획안에는 취약계층 주거지원, 공공시설 건립·확충, 학교·복지시설 개보수 지원 등을 명시해놓았다.

하지만 업체들의 기금 납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말 자산순위 상위 11개사가 47억원을 1차분으로 모금한 뒤 기금 조성 실적이 전무했다. 각각 150억원의 기금을 할당받은 삼성물산은 10억원, 지에스건설은 3억원, 대림산업은 3억원을 출연하는 데 그쳤고, 100억원을 할당받은 두산중공업은 약정액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업체들의 기금 납부 실적이 지지부진하자 재단은 수차례 완납을 다그쳤으나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재단설립 허가 부처인 국토교통부까지 업체들에 기금 납부 이행계획서 제출을 재촉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8일 재단 임원진과 업계 대표 6명이 긴급간담회를 열어 기금 완납 시기를 내년까지 연기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결론내렸다. 당시 간담회 보고서를 보면 참석자들은 “2016년 말까지 약정액을 모두 출연해야 하나 해외 수주 급감과 주택경기 하락 우려 등 기업 경영에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어 시기 조정이 필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반면 이 업체들이 실체도 불분명한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의 기금 모금에 응하는 태도는 달랐다. 삼성물산은 미르재단에 15억원을, 지에스건설은 두 재단을 합쳐 7억8천만원을 출연했다. 대림산업은 미르재단에 6억원을, 두산중공업은 케이스포츠재단에 4억원을 냈다. 사면에 대한 화답 차원에서 설립한 공익재단에는 건설협회와 국토교통부의 압박에도 약정액의 3%도 안 되는 16억원만 출연한 기업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동떨어진 두 재단에는 그보다 2배나 많은 32억여원을 신속하게 완납한 것이다. 재단 설립 시기도 미르재단이 지난해 10월, 케이스포츠재단이 올해 1월 등으로 사회공헌재단과 비슷하다. 미르·케이스포츠재단의 기금 모금에 정부의 일개 부처 차원을 넘어선 ‘힘’이 작용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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