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사경 헤매자, 시신 탈취 시도한 공권력

장슬기 기자 2016. 9. 2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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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 상태 악화되자 사망 염두하고 시신탈취 시도한 경찰…청문회·검찰수사 지지부진 “특별검사로 진상규명해야”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농민 백남기씨의 건강이 최근 급격히 악화되자 24일과 25일 밤 사이 경찰과 검찰이 백씨의 사망을 염두하고 시신을 탈취한 뒤 부검을 시도하려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백씨는 지난해 11월14일 쌀값 보장을 요구하며 민중총궐기에 참여했다. 그는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경찰 살수차가 직사로 쏜 물대포에 맞아 시신경 손상, 뇌출혈 등으로 25일 현재 317일째 서울대병원에 누워있다.

백씨의 건강은 최근 더 위독해진 상황이다. 조병옥 전국농민회 총장은 “10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백씨가 위독했지만 최근에는 최고혈압이 80까지 떨어졌고, 의사들이 혈압약이나 이뇨제가 먹히지 않는다며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며 “가족들에게도 중환자실을 떠나지 말 것을 얘기했다”고 전했다.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백남기대책위)는 25일 오전 11시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을 향해 “부검시도를 중단하고 책임자를 기소하라”고 요구했다.

백남기대책위에 따르면 23일부터 백씨의 건강이 매우 악화되자 24일 오후 9시경 서울대병원 인근에 경찰이 배치됐다. 성균관대 앞, 창경궁 앞, 이화사거리 등에 경찰버스 20여대가 배치됐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엔 사복경찰 100여명, 병원 내부에도 사복경찰 10명이 들어왔다.

▲ 경찰은 후문 밖에 경찰 버스 6대와 병력을 배치했고 장례식장 제3주차장 건물에 이미 진입해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민중연합당, 흙수저당 당원 등 시민,학생들이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경찰의 난입에 대비해 장례식장 내부 곳곳에 연좌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경찰은 후문 밖에 경찰 버스 6대와 병력을 배치했고 장례식장 제3주차장 건물에 이미 진입해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민중연합당, 흙수저당 당원 등 시민,학생들이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경찰의 난입에 대비해 장례식장 내부 곳곳에 연좌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 소식을 들은 시민 230여명이 24일에서 25일로 넘어가는 늦은 밤 서울대병원으로 모여 밤을 새웠고, 병원 주차장에 침투한 경찰을 향해 항의하기도 했다. 백남기대책위는 검찰 내부규정에 부검을 하도록 돼 있는 것을 확인했고, 경찰과 의사 등을 통해 검찰이 부검할 의사를 밝혔다는 것을 확인했다.

백남기대책위를 대리하고 있는 변호단 소속 이정일 변호사는 “백남기 어르신이 쓰러진 것은 기사와 동영상 등으로 경찰 물대포 직사살수에 의해 쓰러진 것을 모든 국민이 알고 있고, 당일 서울대병원 응급센터로 후송된 후 수술집도의 의사들도 그렇게 보고있다”며 인권위 조사과정에서도 담당 의사들이 뇌손상은 외부 충격에 의한 외상성 출혈이라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사안이 명백한 상황에서 검찰이 부검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고 볼 수 없다는 게 변호인단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부검을 해야 진상규명된다는 의견이 있는데 (사망한 뒤) 혈액이 굳은 상태에서 부검을 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이미 살아있을 때 수술을 시도하며 상태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부검은 사인이 명확하지 않는 경우 실시하는 것이므로 국가가 백씨에게 부검을 실시하는 것에 대해 백남기대책위는 다른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조 총장은 “1991년 안양에서 박창수 열사의 경우 경찰이 영안실 벽을 해머로 부수고 들어가 시신을 탈취해 자살로 결정내리고 화장을 해버렸다”며 “어제도 수백명의 사복형사들이 군사작전 하듯 장례식장에 투입됐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 2005년 경찰 공권력으로 희생된 전용철, 홍덕표 농민에 대해서도 결정적인 증거가 나올때까지 두 농민의 사인이 직접적인 폭력이 아니라 평소에 앓던 지병 탓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부실 수사·부실 청문회, 특별검사 필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렸던 백남기청문회를 두고 “지난번 청문회를 봐서 알겠지만 자료제출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려는 시도는 실패했다”며 “어쩔 수 없이 특별검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백씨 가족들은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을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10개월 간 강 전 청장을 소환하지 않고 있다. 박 의원은 “물대포를 쏘는 역할을 했던 가장 하위계급의 경찰을 중심으로 하는 수사만 있고 누가 어떤내용을 지시했는지는 수사가 되고 있지 않다”며 “더민주는 국정감사 때도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백남기대책위는 25일 서울대병원 본관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백남기 농민의 위독한 상태에 대해 알리고 부검을 시도하려는 검찰을 규탄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경찰은 후문 밖에 경찰 버스 6대와 병력을 배치했고 장례식장 제3주차장 건물에 이미 진입해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민중연합당, 흙수저당 당원 등 시민,학생들이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경찰의 난입에 대비해 장례식장 내부 곳곳에 연좌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청문회는 열렸지만 국민이 원하는 청문회는 우리 앞에 없었다”며 “며칠 있으면 남편과 사별할지 모르는 부인 앞에서 미소를 짓는 강신명 전 청장의 모습을 보면서 국회의원의 한사람으로서 대단히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을 시도할 게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썩어빠진 국정을 부검해야 하고, 농민에게 물대포를 쏴 사경을 헤매게 한 경찰을 부검해야 한다”며 “정의당 역시 특검과 국정감사를 통해 이 문제를 파헤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유가족도 연대

또 다른 국가폭력 피해자인 세월호 유가족들도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유경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 시간에 맞춰 오려고 했는데 백남기 농민이 위독하다는 소식과 이해할 수 없게 경찰이 배치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서 잠을 이룰 수 없어 새벽에 급히 올라왔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와 백남기 어르신에 대한 만행의 차이점을 굳이 찾자면 세월호는 국가가 해야 할 의무를 하지 않아서 (국민을) 죽인 것이고, 백남기 어르신에 대한 살인행위는 국가가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했기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이라며 “정부의 범법행위에 의해 국민이 죽었다는 점은 다르지 않아 4·16 가족협의회는 경찰이 말도 안되는 짓을 할 경우 내 자식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앞장서서 몸으로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 백남기대책위는 25일 서울대병원 본관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백남기 농민의 위독한 상태에 대해 알리고 부검을 시도하려는 검찰을 규탄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오후 2시 33분 기사수정. 백남기 농민이 25일 오후 2시14분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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