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전경련은 왜 '미르·K 재단' 독박을 쓰려하나?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2016. 9. 2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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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은 무소불위(?)의 능력자인가?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국정감사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문제이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의 사보타지로 국정감사가 파행을 겪으면서 제대로 파헤치지 못하고 있다.

두 재단의 설립과 이사진 구성에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불린다.

그런데 전경련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 의혹이 확산되자 지난 22일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직후부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에 대한 청와대 개입설을 공식 부인하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로 추진됐다고 주장하면서 두 재단의 이름을 바꾸고 사무실을 이전하고 이사진을 교체하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전경련은 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에 대해 독박을 쓰려하나?"라는 제목으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진=박종민 기자)
▶ '독박'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 전경련의 얘기를 들어보면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 재단은 전경련에서 아이디어를 냈고 기업별 모금액수를 할당해서 모금을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아무 관련도 없고 전경련이 알아서 했을 따름이라는 것이다.

이승철 부회장은 언론인터뷰에서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었고 내가 안(아이디어)을 내고 총괄했을 뿐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는 연관이 없다"며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재단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사진=자료사진)
이승철 부회장의 얘기를 듣다보면 전경련이 언제부터 저렇게 막강한 조직이었나?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청와대 경제수석과 버금가는 권력자였나? 전경련 상근부회장의 말 한마디에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800억원을 내놓았다는 얘긴데 그게 가능한 얘긴가? 그런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전경련은 회원사 위에 군림하는 조직이 아니라 회원사를 위해 일하는 곳이다. 갑을관계로 따지자면 회비를 내는 회원사가 갑이고 전경련은 을인 것이다. 그런데 전경련이 모든 일을 했고 청와대나 최순실씨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하고 나선 것이다.

어버이연합에 차명계좌로 수억원을 지출한 것도 전경련이 자발적으로 한 것처럼 떠 안으려 했는데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도 전경련이 모든걸 했다고 하니 스스로 독박을 쓰려 한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사진=전경련 홈페이지)
▶ 전경련이 실제로 모금을 했지 않나?

= 그렇다 대기업들에게 할당액을 제시하고 모금을 했다. 그렇지만 전경련이 아이디어를 내서 이러이러한 재단을 설립하고자 하니 삼성은 204억원 현대차그룹은 128억원, SK그룹 111억원 등등을 납입하라고 하면 대기업들이 알아서 돈을 낼까? 전경련 허창수 회장이 이끄는 GS그룹은 GS건설 등 8개 계열사가 기부에 참여해 총26억원을 기부했다.

대기업들이 거액의 돈을 그냥 낼리가 없다. 26일 한겨레신문의 보도를 보면 입찰 담합 사실이 적발돼 공공입찰 참가 자격이 제한됐던 74개 건설업체가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제재 조처를 감면받은 뒤 기금 2천억원의 규모의 사회공헌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그 중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쾌척한 4개 대형 건설회사들은 550억원을 내기로 약정하고도 정작 3%에도 못미치는 16억원을 내는데 그쳤다. (삼성물산 150억원, GS건설 150억원, 대림산업 150억원, 두산중공업 100억원 등 550억원 출연약속, 실제 납입은 삼성물산 10억원, GS건설 3억원, 대림건설 3억원등 16억원에 불과)

그런데 청와대와 아무런 관계없이 전경련이 돈을 내라고 한다고 순식간에 800억원을 쾌척했다? 대기업관계자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전경련이 돈을 내라고 한다고 낼 기업이 어디 있겠나? 라고 반문한다. 한 대기업 고위임원은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회원사의 심부름꾼 중의 심부름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은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도저히 자발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액을 냈을 때는 단순히 전경련 부회장이 이야기 했다고 낼 일은 없고, 적어도 기업 오너들한테 정권의 핵심인 청와대에서 그런 업무를 담당하는 분이 일정 부분 역할을 했지 않겠느냐, 추측"한다면서 안종범 수석이 재단 관계자에 대해서 사퇴를 종용했다는 걸 근거로 들었다.

다른 야당의 한 의원은 "이승철이 뭔데 마음대로 재단의 이사장을 바꾸고 재단의 이름을 바꾸고 소재지를 바꾸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이승철 부회장이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건 결국은 자기 위에 누가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사진=전경련 홈페이지)
전경련 홈페이지에는 "회장은 총회에서 선임하고 본회를 대표함, 회장은 총회, 이사회 및 상임이사회를 소집하고 그 의장이 되며 회무(會務)를 총괄함"이라고 소개하고 있고 "부회장 총회에서 선임하며, 회장을 보좌하고 회장의 유고시 최연장자가 직무를 대행함 부회장 중 1인은 상근으로 하며 본회를 대표함, 상근부회장은 회장의 명을 받아 사무국을 총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경련 부회장 19명 (사진=전경련 홈페이지)
참고로 전경련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SK최태원 회장, LG구본무 회장, 롯데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이승철 상근부회장까지 19명이다.
(사진=황진환 기자)
▶ 전경련이 아니면 청와대가 배후에 있다는 거냐?

= 대기업들이 그렇게 신속하게 돈을 모금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청와대의 막강한 힘이 작용하지 않고서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승철 부회장은 안종범 경제수석(현 정책기획수석)과 자주 연락했다고 시인했다.

박근혜 정부들어 대기업에 대한 수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CJ이재현 회장의 구속을 시작으로 효성그룹과 포스코, 그리고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에 이르기까지 쉬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공정위의 조사도 계속되고 있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대기업들로서는 권력이 무서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들을 컨트롤 하는 건 검찰만이 아니라 국세청과 공정위, 금감원까지 나서서 해당그룹을 이른바 탈탈 턴다고 한다. 최근 검찰의 수사를 받았던 한 대기업 임원은 "오너가 구속된 뒤에도 국세청과 공정위 등에서 조사에 착수하는 바람에 이러다가 회사의 존립이 위태롭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권력이 밉보일 경우 국세청이 나설 것이고 그러면 수백억원 이상 추징당하는 건 기본이기 때문에 차라리 내라는 돈을 내는 게 편하다는 자조섞인 얘기도 들린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기업의 규모에 맞게 돈을 내도록 하는 배분율이 있다"면서 "삼성그룹이 얼마를 내면 현대차그룹이 얼마, SK그룹이 얼마, 등으로 돈을 내는 공식이 있다"고 말했다. 청년희망재단에 대기업들이 낸 돈의 규모를 보면 이 배분율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삼성 250억원, 현대차 200억원, SK, LG, 롯데 각 100억원, GS 50억원, 포스코와 한화 각 40억원 등이었다.

한 대기업은 미르재단에 기금을 내지 않았다가 세무조사가 나오는 등 문제가 생기자 뒤늦게 다른 재단에 거액을 냈다고 한다.

(사진=박종민 기자)
▶ 전경련이 왜 독박을 쓰려하는 거냐?

=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전경련이 독박을 쓰려는 이유는 첫 번째는 전경련 회원사들이 돈을 냈으니 전경련이 바가지를 쓰는게 맞기 때문일 것이다. 전경련은 사단법인으로서 '순수 민간 경제단체'라고 스스로 강조한다(홈페이지 참고)

두 번째는 설립 뿐아니라 재단 개혁 또한 이른바 청와대 하명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심부름꾼 중의 심부름꾼이 이승철 부회장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이사장을 교체하고 재단이름을 바꾸고 재단사무실을 강남에서 여의도로 옮기고 이런 일을 할 권한이 없다. 전경련이 회원사들에게 재단납입금을 분배하고 모금을 했지만 그 이상이 권한을 가진 건 아니기 때문이다.

(사진=전경련 홈페이지)
재단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이 재단이 설립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대부분 교체됐다. 그리고 재단납입금을 낸 대기업들이 이사회 의결이나 심의 등의 절차조차 제대로 밟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승철 부회장의 설명대로 자발적인 제안이고 모금이었다면 절차를 제대로 밟아서 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통해 "포스코는 미르재단에 30억원을 출연하면서 사전심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출연결정을 내렸고, KT는 10억원 이상 출연ㆍ기부할 경우 이사회에 부의해야 하지만, 이사회 의결 없이 출연했고, 삼성물산 역시 15억원 출연에 대한 이사회 의결을 찾을 수 없었다" 밝혔다.

세 번째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청와대 책임론을 가리기 위한 일종의 물타기가 아닌가 여겨진다. 이승철 부회장은 기재위, 농해수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고 교문위 등 다른 상임위에서도 증인 채택을 기다리고 있다.

이승철 부회장이 모든 책임을 떠 안아 국정감사를 돌파하려는 꼼수 아니냐는 것이다. 명목상으로는 전경련이 주도했기 때문에 전경련이 모든걸 떠안을 경우 논란을 비껴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에 사상초유의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단식농성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그리고 비선실세 의혹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파행시키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한 사표수리도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샀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 이런 정도라면 특검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의혹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서 특검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해당 부처, 관계 기관에 규명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당내 태스크포스에서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밝히면 그만"이라면서 "대통령이 그렇게 자신 있다면 조사하면 될 것 아니냐. 증거를 대라고 하지만 수사를 해야 증거가 나오는 것"이라고말했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안종범 경제수석과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대한 감찰을 위한 사전 단계로 정보수집과 조사에 들어갔다가 감찰 착수를 보류했는데 그 이유가 '숙성이 덜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권이 1년 6개월 이상 남았는데 대기업들이 순순히 불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감찰을 미뤘다는 것이다.

특별감찰관실의 사정을 잘아는 한 중견 법조인은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의 경우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기업쪽에서 돈을 강제로 냈느냐? 혹은 모금 과정이 얼마나 정상적이었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지만 상황이 바뀐다면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사출신 한 중견 법조인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의 경우 노태우 정부를 지나 김영삼 정부에서야 그 실체가 드러났다"면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기업들이 돈을 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하려면 정권말이거나 다음 정권에서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의혹이 언젠가는 반드시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bamboo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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