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국감엔 안 나오면서 "증인 채택은 막아라"

정재호 입력 2016. 9. 29.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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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단독 국감이 만든 진풍경들

최순실 딸 부정입학 의혹 관련

교문위, 이대 총장 증인 추진에

與 ‘안건 조정’ 문 앞에서 대기

與 의원 편들기 시간 없다 보니

피감기관장 시종 저자세 진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던 28일 오후 2시 40분쯤. 유성엽 위원장이 교문위 소속 직원으로부터 구두 보고를 받았다. 얼굴이 급격히 붉어진 유 위원장은 “우리가 청와대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부정입학 등 의혹에 대해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려니까 새누리당이 안건조정절차 신청서를 들고 지금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며 “국감에 불참하면서 증인 채택은 방해하려는 (여당의) 모습에 참담하고 암울한 심정이 든다”고 성토했다. 당론에 따라 국감장에 들어가지 못한 새누리당 교문위원들이 최 총장에 대한 증인 채택이 임박하자 “국회선진화법이 규정한 안건조정절차를 발동시키겠다”며 야당 교문위원들을 압박한 것이다.

안건조정절차 신청서가 제출되면 교문위는 증인채택 안건에 대해 90일 간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활동해야 한다. 10월 초까지 예정된 국정감사 기간 내에 물리적으로 증인 협상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카드란 뜻이다. 최 총장의 증인채택 주장이 나온 전날 새누리당 교문위원들은 신청서에 미리 서명한 뒤 새누리당 교문위 간사인 염동열 의원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교문위원장실 관계자는 “증인 채택이 우려되면 국감에 참여해서 협상을 할 일인데, 국감은 거부하면서 증인 채택만 훼방 놓는 것은 국회 스스로의 직무를 방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여당의 압박 작전으로 야당 단독의 증인 채택은 일단 보류됐다. 다만 야당 교문위원들은 이날 저녁 이화여대에서 최 총장과 긴급 면담을 진행, 의혹을 해명할 수 있는 자료를 교문위에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야권은 관련 자료를 검토한 뒤 최 총장 증인 채택 방식 등을 다시 결정할 예정이다.

여당 교문위원들의 행동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작전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대표는 국감이 시작된 지난 26일 의원총회에서 “야당 단독의 무리한 의사일정 시도에 대해 현장에서 저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후 당 사무처는 “야당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 간사는 야당 단독 추가 증인 채택 등 긴급 상황 발생시 적극적으로 대응해달라”고 공지했다.

여당의 불참으로 이뤄진 야당 단독 국감은 피감기관장들의 표정과 태도도 바꿨다. 통상 야당은 피감기관의 입장은 제대로 듣지 않은 채 의혹 추궁에 매진하고 여당은 피감기관의 해명을 충분히 들어주는 식으로 국감 질의가 진행돼왔다. 하지만 여당의 불참으로 국감 시간 내내 야당 의원들의 날 선 질의만 받아내다 보니 기관장들은 적극적 항변이 아닌 철저히 ‘저자세’로 답변을 이어갔다. 야당 의원들이 독점한 의사 진행 발언도 수시로 제기됐다. 이날 교문위 오후 국감에선 교육부의 자료 미제출 문제 등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이 30분 가까이 이어지기도 했다. 야당의 집요한 요구에 결국 교육부는 오후에 재차 사유서를 제출해 해명하는 등 하루 종일 진땀을 흘렸다.

야당 단독 국감은 야당의 국감 준비 풍경도 변화시켰다. 여당 의원들이 없어 발언 시간이 두 배 이상 늘다 보니 일부 야당 의원들은 질의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밤 늦게까지 대책회의를 열며 ‘열공 모드’를 보이고 있다. 한 야권 초선 의원실 보좌관은 “통상 국감 시작 전날까지 바빴으나 이번에는 국감이 개시된 이후에도 매일 밤을 새다시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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