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겨레

세월호 할머니 "특조위 지킬 수 있다면 내 장기라도.."

입력 2016. 09. 29. 22:36 수정 2016. 09. 29. 23:16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한겨레] 세월호 특조위 30일 종료
유경근 세월호 가족협위원장 어머니
광화문광장에서 ‘회개’의 1인 시위
“장기 떼서라도 특조위 이어갈 수 있으면”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의 어머니 이세자씨가 지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 세월호광장에서 세월호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펼침막을 들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특조위 활동 기간이 30일로 종료된다고 통보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광화문 네거리 횡단보도 중 신문로와 보신각을 잇는 북쪽 횡단보도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분향소가 있는 광화문광장을 잇는다. 이 횡단보도의 보행신호는 50여초간 켜져 있다. 신호 한 번에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명의 시민들이 길을 건넌다. 그중 분향소로 눈길을 돌리는 이는 고작 두세명. 지난 28일 이세자(72)씨가 그곳에서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고 있었다.

“20대 국회는 특조위 조사보장 특별법 개정으로 세월호 진상규명 약속 반드시 지키십시오!”

지난달 17일 이씨의 맏아들 유경근(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씨가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을 보장하라며 광화문광장에서 단식을 시작했다. 이씨는 그 이틀 뒤 1인시위를 시작해 지난 5일 아들이 단식을 멈출 때까지 이어갔다. 그리고 24일 만에 특조위 활동 마감시한을 앞두고 다시 광장에 섰다.

“내가 1인시위라는 것을 할 거라고 한 번도 생각 안 해봤어요. 경근이도 딸(유예은양) 잃고 가만히 있을 순 없어 이 고생이잖아요. 그런데 지(유 위원장)도 내 새끼인데. 내 새끼 잘못되면 어쩌나. 안 먹고 그러다 혹시나 쓰러지면 물이라도 한잔 가져다줄 수 있을까 싶어서….” 그러나 이씨는 스무날 가까이 아들을 먼발치서 지켜만 봤을 뿐, 맘 편히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까 하는 걱정에서다.

단식이 길어지면서 유 위원장의 몸은 마르고 눈에 생기는 사라졌다. 바라보는 어미 마음은 타들어갔다. 하지만 단식을 말리진 못했다. 416연대 관계자들은 수차례 이씨를 찾아와 “유 위원장 고집 꺾을 분은 어머니밖에 없다”며 단식 중단을 설득해달라 부탁했다. 이씨는 “어미 심정으로 왜 말리고 싶지 않았겠어요. 그렇지만 70년 넘게 내가 잘못 살아 자식, 손주에게 이런 세상을 물려줬는데. 도저히 그런 말을 할 염치가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이씨는 인터뷰 도중 ‘내 탓’, ‘내 잘못’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내가 교회 장로인데,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하지 못했어요. 그냥 나만 잘 살면 됐고, 다른 사람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무관심했어요. 너무 힘들 땐 내가 겪는 이 시련이 그런 행동에 대한 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는 “1인시위는 내 어리석었던 삶에 대한 회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엉켜만 가는 세월호 문제를 보면 마음이 답답하다. 특히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국회를 보면 피가 마른다. 이씨는 “여야 힘겨루기에 특조위 연장은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대체 정치인들은 유족들의 피 마르는 마음을 아시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오는 1일이면 세월호 참사 발생 900일째다. 특조위는 그 전날인 30일 활동을 멈춘다. 정부가 통보한 활동 종료일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장기를 하나 떼서 특조위를 이어갈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다”고 했다. “싹싹하고 어른 공경할 줄 아는 손주 예은이 이제는 보고 싶어도 못 봐요. 유족들이 정권을 흔들려고 이러는 거 절대 아니에요. 이런 일 또 안 일어나게 해야지 우리 손주 죽음이 헛되지 않게 되는 거잖아요. ‘지겹다’고 하시지만 우리가 포기 못 하는 이유는 그거예요.” 이재욱 기자 uk@hani.co.kr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