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스포츠재단 해산 발표에 야 "재단 세탁"
재단설립에서 모금‧허가 과정까지 각종 의혹에 휩싸인 미르‧K스포츠재단이 돌연 사라지게 됐다. 전경련은 두 재단 간 유사성으로 인해 비효율이 나타난 점을 해산의 주된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두 재단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피해가기로 일관했다. 야당은 금융계좌 변경 등 재단 세탁 움직임이라며 날을 세웠다.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을 해산하고 문화와 체육 사업을 아우르는 문화체육재단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갑작스런 미르‧K스포츠재단 해산에 관해 전경련이 내건 명분은 경영효율성‧사업역량 제고, 투명성‧책임성 강화다.
전경련 측은 최근 두 재단의 운영상황을 자체 진단한 결과, 두 재단이 문화·체육 사업간 중복되는 부분이 많고, 조직구조‧경상비용 등 분리운영에 따른 각종 비효율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존 재단을 해산하고 문화 및 체육을 아우르는 750억 규모의 새로운 통합재단을 설립해 경영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논리다.
하지만 전경련 측은 스스로도 유사하다고 인정한 두 재단을 왜 비슷한 시기에 설립했는지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전경련은 신설재단의 위치를 여의도 인근지역으로 옮긴다고도 밝혔다. 미르‧K스포츠재단은 서울 강남구에 자리해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 및 최순실씨 소유 신사동 빌딩과 인접해 있어 의혹과 논란을 키운 측면도 있다.
이에 대해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지난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화·체육계가 강남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탓에 강남으로 한 건데 그게 문제이면 옮기자는 입장”이라고 밝혔었다.
또 전경련은 문화·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한 단순출연에 그치지 않고 효율적인 경영노하우를 접목해 빠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잇따른 논란을 완전히 피해간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미르재단의 경우 설립 1년여가 돼가지만 뚜렷한 진행사업이 눈에 띄지 않는다. 심지어 재단 설립 후 첫 사업은 한식세계화를 명분 삼아 서울 중구 소재 ‘한국의 집’에 프랑스요리학교를 만드는 것이었다. 전경련 측 입장대로라면 이는 경영노하우가 비효율적이어서 생긴 해프닝이 되는 셈이다.
또 전경련은 신설 재단은 중복성격을 보이는 사업도 단일화해 추진역량을 제고하고 명망 있는 문화·체육계 인사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경련은 K스포츠재단 이사장에 재단설립취지와 동떨어진 정동춘 씨가 선임된 배경에 대해서는 별 다른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정 전 이사장은 고 최태민 목사의 딸 최순실씨가 추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정 전 이사장은 전경련의 재단해산발표를 하루 앞둔 어제(29일) 전격 사임했다.
전경련은 10월 중 기존 2개 재단 해산과 함께 새로운 재단 설립을 위한 법적 절차를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경제계는 그동안 여수세계박람회, 한일월드컵 및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등 다양한 문화·체육행사를 지원하고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이번 재단설립도 추진되고 있는 만큼 국민 여러분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30일 오전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세탁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재단 명칭 등을 바꿀 경우 법인 수입지출 내역이 담긴 금융계좌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며 “미르·K스포츠는 재단을 세탁할 게 아니라 법규에 따라 지금까지 기업들로부터 받은 788억원을 도대체 어디에 썼는지 즉각 밝혀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고재석 기자 jayko@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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