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뉴스1

[백남기 부검논란]부검 꼭 해야하나..유가족-경찰 팽팽한 대립

정재민 기자 입력 2016. 10. 01. 07:00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조건부영장 발부, 의학적·법적 해석 둘러싸고 논란 피할 수 없어
고 백남기 농민 유가족들과 백남기 투쟁본부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사망 국가폭력 규탄 시국선언'에서 정부의 사죄, 부검 시도 즉각 중단, 국가폭력 종식과 물대포 추방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 News1 허예슬 인턴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두 차례에 걸친 부검영장과 추가 소명자료를 제출한 끝에 결국 고(故) 백남기씨(69)에 대한 부검영장이 발부됐다.

이에 따라 경찰이 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유족과 투쟁본부, 그리고 경찰 간 충돌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부검을 강력히 반대해 온 시민사회와 야당 등의 반발 또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영장 발부의 조건으로 내건 것은 총 4가지다. Δ부검장소는 유족 의사를 확인해 서울대병원에서 부검을 원하면 서울대병원으로 변경하고 Δ유족이 희망할 경우 유족 1~2명, 유족 추천 의사 1~2명, 변호사 1명의 참관을 허용하며 Δ부검 절차 영상을 촬영하고 Δ부검 실시 시기, 방법, 절차, 경과에 대해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이에 유가족과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규명·책임·책임자 처벌·살인정권 규탄 투쟁본부(투쟁본부)' 측은 "유가족의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한 사람들에게 다시 시신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변함없는 입장"이라며 부검 거부를 재확인했다.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숨진 농민 고(故) 백남기씨(69)에 대한 부검영장이 발부된 28일 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백남기 대책위와 시민들이 경찰의 부검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영결식장 입구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조건부 영장 발부는 위법?…"유가족에 피해" vs. "'정확한 사인' 밝혀야"

백씨의 시신에 대한 부검영장 발부와 관련해 시민사회단체나 투쟁본부, 유가족 측이 이견을 보이는 점은 Δ부검의 필요성 Δ백씨의 사망진단서에 대한 의학적 논쟁 Δ부검영장 청구에 대한 법적 논쟁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유가족 측은 우선 유가족 등이 원하지 않는 부검을 해야한다는 것부터 의문을 제기한다. 투쟁본부는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은 (물대포로 인한) 사인이 명확한 만큼 필요하지도 않고, 동의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3개 법률원은 30일 공동성명을 통해 "조건부 영장은 형식적 확실성을 침해하고 유족을 불확실한 상태에 놓이게 하기에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률원이 밝힌 불분명한 조건은 Δ부검 장소의 불확실성 Δ참관인의 불확실성 Δ부검 실시 시기·방법·절차·경과의 불명확성 등이다.

반대로 경찰이 부검에 내세우는 주장은 '정확한 사인'을 찾기 위해서다. 비록 망자의 부검영장이 기각된 사례는 있지만 그 후 이번처럼 영장 재청구와 법원의 추가 소명자료 제출 등이 이어진 일은 전무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백씨가 지난해 집회 진압과정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중태에 빠져 입원했을 당시와 사망할 때 주치의가 기록한 내용이 다르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26일 "애초에 그분이 병원에 갔을 때 지주막하출혈 즉, 두피 밑으로 출혈이 있었다고 병원에 기록돼 있는데 주치의의 기록 사인(死因)은 병사(病死), 심부전에 의한 심정지사"라고 말했다.

이는 곧 백씨가 경찰이 사람을 향해 직사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는 것은 명백하지만 병사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29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2016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출석한 경찰들이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간사가 공개한 故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질 당시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백씨의 사망진단서는?…외인사 vs. 병사 놓고 팽팽

백씨의 사망진단서 상 사망의 종류는 '병사'로 기록돼 있다. 이는 경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직접 사인은 심폐정지이고 그 원인은 급성신부전, 급성경막하출혈이다.

하지만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대한의사협회(의협) 지침을 예로 들면서 기록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침의 예에는 '교통사고 손상의 합병증으로 사망해도 병사를 선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B형 간염을 앓는 인원이 교통사고로 다쳐서 수혈하는 과정에서 감염됐다면 원사인은 '보행자교통사고'라고 해야한다'는 의견이 담겨있다.

윤 의원은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사망원인'"이라며 "의협 지침에서도 사망의 원인란은 '질병과 병태가 직접 사망에 이르게 한 경과를 순서대로 기록한다'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씨의 사망진단서 상의 가장 큰 의혹은 직접 사인으로 기재한 것"이라며 "지침에 누차 반복적으로 기재하고 있음에도 이와 다르게 '심폐정지'를 직접 사인으로 기재한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백씨의 의료기록에 사망원인은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기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즉 원사인은 '외상'에 의한 경막하 출혈이라고 봐야하는데 (기록에는) 급성경막화 출혈로만 기재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협지침과 백씨의 사망진단서와는 차이가 있다"며 "의료진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가족과 국민의 의문은 명백히 해소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쟁본부도 같은 논리다. 27일 서울대병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사무국장은 "가장 근본적인 사망 원인은 '급성경막하출혈'"이라며 "왜 백씨만 병사라고 하는지 의문이다. 물대포에 의한 사망이고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모든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외인사"라고 주장했다.

인의협 소속 김경일 의사는 "사건 발생 당일날 응급실에 찍은 CT 소견서만 보더라도 명백히 즉사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며 "진단명에 대한 논란은 사실상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외인사에 있어 부검이 필요한 경우라면 진단명이 확실하지 않을 때"라며 "백씨의 경우 부검은 필요 없다"고 덧붙였다.

유가족과 고 백남기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앞에서 '故 백남기 농민 상황 및 입장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 News1 최현규 기자

◇부검 영장을 둘러싼 법적 해석 갈등…"부검 필요성·상당성 없어" vs. "사망원인 위해 필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고 백남기 변호인단은 28일 부검 영장 인용에 대해 "검찰·경찰에 면책의 기회를 줬다"며 강하게 규탄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성명을 내고 "법원의 결정은 유가족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결국 가해자인 경찰에 또다시 고인의 시신을 훼손하도록 허락한, 실체적 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정일 변호인단장은 "이미 알고 있듯 동영상 자료를 통해서 백씨가 살수에 의해 쓰러진 사실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며 "법원이 추가 소명자료를 요구하면서 밝힌 부검의 필요성과 상당성에 대해 논했다.

이 단장은 "이미 원인이 밝혀졌는데 그 원인을 밝힘에 있어 부검은 유가족의 고인에 대한 존엄한 장례를 치를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다"며 "그럴 권리를 침해할 정도를 넘어서 부검이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연선 변호사 역시 "법적인 문제를 의학적인 인과관계로 접근하는 경찰의 입장은 자신을 면책하기 위해서"라며 "경찰의 부검영장 청구는 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은 사망진단서 상 최종 사망 종류가 변사라는 점에서 부검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 청장은 "통상 변사사건에 있어 사망원인을 정확히 밝히고 일반 변사사건을 처리할 때 부검을 하는 게 맞다"며 "부검을 통해 여러 논란이 되는 부분을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백씨의 사망과 부검을 둘러쌓고 유가족과 투쟁본부, 경찰 등과의 갈등은 영장 집행까지 혹은 그 이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ddakbom@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코리아 www.news1.kr 무단복제 및 전재 – 재배포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