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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적으로 골프 쳐라" 朴대통령 발언, 왜?

이상배 기자 입력 2016.10.0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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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장·차관 워크샵' 당시 朴대통령 골프 발언의 재구성.."소비가 애국인 시대"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the300] '장·차관 워크샵' 당시 朴대통령 골프 발언의 재구성…"소비가 애국인 시대"]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 의무감을 갖고 골프를 쳐달라."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샵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한 말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속칭 김영란) 시행으로 어려움에 처한 골프 업계를 위한 '립서비스'인지, 진심이 담긴 당부인지를 놓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당시 워크샵에 참석한 장·차관들과 청와대 참모들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박 대통령의 이 발언은 사전에 준비해 주도적으로 꺼낸 메시지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배석한 청와대 참모는 "어쩌다 나온 의례성 발언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진 강력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골프장 이용이 줄 경우 캐디 등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은 복수의 워크샵 참석자들이 기억하는 내용을 토대로 당시 박 대통령과 참석자들의 발언을 재구성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내수를 살리기 위해 이달말부터 '코리아세일페스타'(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이벤트) 행사를 연다. 국내에서 활발하게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계기로 외국인들이 한국을 많이 찾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제품들이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 세계적으로 K팝 등 한류의 인기가 높은 것처럼 외국인들이 코리아세일페스타에 대해서도 정보를 듣고 스스로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가을 날씨도 좋은 만큼 외국인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외국에서 골프를 많이 치는데, 가급적 국내에서 치도록 만들자. 작년에 우리 국민들이 해외에서 쓴 돈이 26조원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골프를 치면 내수진작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 제가 고위 공직자들도 골프를 치라고 했는데, 왜 안 치느냐? 골프를 쳤으면 좋겠다.

지난번에 유일호 부총리가 경제단체장들과 골프를 쳤는데, 그 이후에도 (고위 공직자들 사이에) 골프를 치는 분위기가 별로 안 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월30일 경기도 여주시 소재 퍼블릭 골프장인 남여주CC에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과 골프 회동을 가졌다.)

옛날에는 저축이 미덕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가 미덕인 시대를 지나 애국인 시대다. 여러분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 의무감으로 골프를 쳐달라. (웃음)"

유일호 부총리= "우리 장관들 끼리라도 내수진작을 위해 골프를 치자."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 "대신 골프를 칠 때 김영란법을 지켜가면서 자비로 '더치페이'를 해야 한다." (웃음)

이어진 만찬에선 "'내수진작'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골프 치러 가자" "골프를 친 뒤 인증샷을 올리자" 등의 농담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골프 독려 발언과 관련, 워크샵에 참석했던 한 장관은 "박 대통령의 가장 큰 관심사가 일자리 문제인데,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골프장 예약이 급감하면서 캐디 등 골프 관련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발언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당시 배석한 청와대 수석비서관은 "'소비가 애국인 시대'라는 말에 박 대통령의 생각이 다 담겨 있다"며 "지금은 장관 등 고위 공직자들부터 솔선수범해 애국하는 마음으로 골프를 비롯해 소비를 늘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간담회에서 공직자 골프 문제와 관련, "좀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며 사비 부담을 전제로 한 공직자의 골프 라운딩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임기초 공직자 골프에 대해 "골프 치는 건 자유"라면서도 "그런데 그럴 시간이 있겠느냐"고 말해 사실상 '골프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오해를 산 바 있다.

이상배 기자 ppark14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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