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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억울해서 울었습니다" 눈물바다된 고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

박광연·이혜리·최민지 기자 입력 2016. 10. 01. 17:14 수정 2016. 10. 0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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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고 백남기 동지여!”

1일 오후 4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고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 무대엔 백씨를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봐왔던 정현찬 가톨릭농민회장이 올라 백씨를 부르짖었다. 굳의 표정의 정 회장은 하늘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동지가 떠난 25일 이 땅이 울고 하늘이 울고 이땅 농민 노동자 민중이 울었습니다. 너무 억울해서 울었습니다. 지난 11월 14일 당신이 물대포를 맞을 때 우리가 막아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정 회장은 “당신은 살인정권에 의해 순절했지만 당신의 정신마저 짓밟고 빼앗아가지 못할 것”이라며 “이제 당신이 평생 살면서도 그렇게 애타게 바랐던 통일,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서 한 청춘을 바친 그 정신을 우리들이 꼭 해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추모대회는 백씨가 지난 25일 사망한 뒤 처음 열리는 대규모 추모대회다. 집회를 주최한 백남기투쟁본부 측 추산 1만5000명, 경찰 추산 7600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백씨의 차녀 민주화씨도 무대에 올라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민주화씨는 “진실을 숨기기 위해 많은 거짓이 동원되고 있는데 쌓이고 쌓이면 감당 못할 정도가 돼서 끝내 무너질 것이라고 믿는다”며 “비록 많은 시간 걸리겠지만 아버지 자식으로서 감당해야 할 몫이고 암울한 시대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민주화씨는 이어 “사인에 대한 증거가 넘쳐나는데 어느 자식이 아버지 시신을 다시 수술대에 올려 정치적인 손에 훼손시키겠냐”라며 “끔찍한 희생을 보고 교훈을 얻었다면 양심이 있는 경찰들은 집회 참여한 사람들을 끝까지 보호해달라. 우리 모두 이 땅에 사는 똑같은 사람들이다”라고 했다.

가수 임정득씨가 눈물을 흘리며 추모 노래를 불렀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세월호 유족들도 집회에 참석해 추모에 동참했다.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바로 내가 세월호에서 죽을 수 있고, 바로 내가 물대포에 죽을 수 있는 현실에서, 그렇게 하나 둘 슬픔의 눈물만 흘리고 있다가 다 쓰러져가면 어느 누가 추모할 것이냐”며 “지금 당장 바꿔야 한다. 우리는 이 슬픔의 눈물을 분명히 행동으로 연대의 행동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전국여성농민회 김정열 사무총장은 “억울하고 원통해서 어떻게 눈을 감으셨냐. 당신을 죽인 그놈들이 오히려 당신의 죽음이 의심스럽다고 미쳐 날뛰고 있는데 그놈들 끄집어내리지 못하고 분해서 어떻게 눈을 감으셨습니까”라며 “진상규명하고 책임자 처벌하는 그날 저희들 백남기 회장님 고이고이 모셔 보내드리겠다”라고 했다. 시민사회 대표들이 “살인정권 몰아내고 책임자를 처벌하자. 물대포를 추방하고 국가 폭력을 종식시키자”는 내용의 결의문을 낭독한 뒤 시민들은 오후 5시30분 광화문으로 행진했다.

정치인도 이날 추모대회에 함께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박주민·기동민·유승희·표창원·전현희 의원, 국민의당 장정숙, 채이배 의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 등이 집회에 나왔다. 송영길·정춘숙·표창원·이정미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행진도 동참했다.

앞서 이날 오후 3시에는 ‘성과퇴출제 폐기, 공공성 강화, 생명-안전사회건설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김주업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공공성을 확대하고 강화해야할 대한민국에 성과주의라는 잣대를 도입해서 정부가 공공성을 심각하게 유린하고 있다”며 “공무원들의 업무 성과 평가해서 임금을 차등지급하고 매년 10%씩 저성과자를 강제할당해 최종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무원 업무는 성과를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앞뒤 맞지 않는 불가사의한 일”이라며 “전체 사회의 공공성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두니아제 자오슈 프랑스 노동총연맹(CGT) 공무원노조 연대위원장도 참석해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인위적인 평가, 노동자간의 경쟁이 촉발되고 공공기관의 부패도 심화될 것”이라며 “우리가 모두 함께 막아내자”라고 했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 대비해 92개 중대 7360명의 경력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박광연·이혜리·최민지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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