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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씨 사망진단 논란]'외인사' 기재 땐 법적 '가해자' 찾아 처벌해야

정유진 기자 입력 2016. 10. 02. 22:14 수정 2016. 10. 02.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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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의협 지침서’ 보니

“진단서 발급은 순수한 의료행위임과 동시에 피해자, 가해자의 이권이 개입되는 일입니다. 따라서 의사는 진단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바르게 교부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해 3월 ‘진단서 작성·교부지침’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이렇게 밝혔다. 지침서는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올바른 작성기준을 어길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경고하고 있다. 마치 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를 둘러싼 논란을 막기 위해 미리 마련한 것으로 여겨질 정도다.

먼저 지침서는 “사람이 자연사(병사)하였다면 법이 개입할 이유가 거의 없다. 외인사라면 다시 자살인지 타살인지 사고사인지를 살펴야 하는데, 타살이면 법이 개입해 가해자 또는 살인자를 찾아 벌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자살이 아닌 백씨의 경우 ‘외인사’라고 기재하면 가해자를 찾아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 때문에 사태를 봉합하기 위해 백씨의 사망진단서에 ‘병사’로 표기했을 의혹이 제기된다.

또 지침서는 “사망의 종류는 대개 원사인에 따라 결정된다. 사망원인이 질병임에도 사망의 종류가 외인사, 심지어 타살일 수도 있다. 사망원인이 뇌출혈이라도 폭행으로 뇌출혈이 생겼다면 이는 타살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 “B형간염으로 사망했더라도 교통사고로 다쳐서 수혈하는 과정에서 감염됐다면, 원사인은 ‘보행자 교통사고’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지적한다.

이 기준에 따른다면, 백씨의 원사인은 물대포를 맞아 생긴 급성경막하 출혈이기 때문에 이론의 여지가 없는 ‘외인사’이다.

백씨가 쓰러진 직후 병원에서 찍은 CT 촬영본을 보면, 정수리부터 귀 뒤까지 뼈에 금이 가 뇌에 피가 찬 상황이었다.

특히 지침서는 “심장정지, 호흡정지 같은 사망 양식(mode of death)을 사망원인으로 기록할 수 없다”면서 “차라리 ‘알 수 없음’이라고 기록하는 것이 섣부른 진단명으로 범죄가 은폐되는 것보다 낫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지침서를 마련해 병원과 의사들에게 배포한 의협과 서울대병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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