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멎은 채 태어난 아기..못 믿을 중재원

김종원 기자 입력 2016. 10. 3. 20:55 수정 2016. 10. 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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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라는 기관을 알고 계십니까? 병원에서 의료사고로 추정되는 일을 겪었을 때 환자 입장에선 이게 의료진의 과실인지 아닌지 알아내기가 상당히 어렵죠. 이럴 때 믿고 맡기라고 만든 기관입니다. 그런데 심장이 멎은 아기를 낳은 이 산모의 억울한 얘기를 들어보면 이 기관을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김종원 기자의 생생리포트입니다.

<기자>

지난해 1월 일요일 새벽 6시, 갑자기 양수가 터진 만삭의 산모 김 모 씨는 다니던 산부인과를 급히 찾았습니다.

김 산모를 담당한 건 이 산부인과의 원장 이 모 씨, 산모가 입원하던 당시 이 원장은 교회에 있었습니다.

이 원장은 간호사들로부터 카톡을 통해 산모의 상태를 보고받으면서 출산준비를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오후 2시가 넘어 산모의 자궁이 완전히 열렸는데도 이 원장은 여전히 병원에 들어오지 않고 카톡만 주고받았습니다.

이 원장은 오후 4시 반쯤에야 마침내 병원으로 들어왔고, 10시간 넘게 의사 없이 분만준비를 한 산모는 20분 만에 아기를 출산했습니다.

그런데, 아기가 울지를 않았습니다.

[김 모 씨/숨진 아기 산모 : 뒤로 딱 들었는데, 이렇게 보니까 아기가 그냥 축 늘어져 있는 거예요. 울음소리도 없었고요.]

심장이 멎은 채 태어난 겁니다.

곧바로 협력병원인 강남세브란스로 옮겨 심장은 회복됐지만 뇌에 손상을 입었습니다.

식물인간이 된 아기는 출산 석 달만인 지난해 4월 숨졌습니다.

산모는 명백한 의료사고라고 주장합니다.

이 원장이 카톡으로 투약을 지시한 분만촉진제 때문에 아기 심장에 무리가 오고 있었는데도 병원 외부에 있던 이 원장이 아기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않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단 겁니다.

공정한 해결을 위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찾은 산모, 하지만 중재원은 출산 과정엔 문제가 없었단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이 원장이 중재원에 제출한 간호일지가 이 원장에게 유리한 쪽으로 조작됐단 주장이 제기된 겁니다.

[당시 간호 : 글씨가 제 글씨는 아니에요. 제가 쓴 거라면 여기서 (3시50분에) 끝나야 하거든요. 제가 퇴근한 시간이 3시 50분이니까. 나머지 40분에 대해서는 제가 있던 상황은 아니에요.]

하지만 중재원은 아무런 검증과정 없이 이 자료를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관계자 : (의사가 제출한 자료를)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우리는 감정서를 써야지 어떻게 할 수가 없죠. 저희 같은 경우에는 수사는 못하고 조사 밖에 못하기 때문에 의무기록이 있는 걸 그대로 진실이라고 생각하고서 의무기록 있는 대로 (조사를 하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거든요.)]

[성일종/국회의원 : 지난 4년간 2천8백여 건의 의료 분쟁이 접수됐거든요. 그중에서 (중재원이) 현장 방문하고 그런 일들이 24건밖에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이 기관이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이지요.]

이 원장은 취재진에게 병원 외부에서 메시지로 분만 준비를 한 건 맞지만, 산모에게는 정상적인 분만과정이 빠짐없이 진행됐으며, 설사 본인이 병원 안에 있었어도 결과는 같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며칠 전 과실치상과 사문서 위조 혐의로 이 원장을 기소했고, 민사와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사고가 아니라는 중재원의 엉터리 감정서는 재판과정에서 여전히 의사 측에 유리한 증거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김종우, VJ : 김준호) 

김종원 기자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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