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난치병 치료할 '세포 청소'만 50년 매달렸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2016. 10. 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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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 노벨생리의학상 오스미 교수 세포내 불필요한 단백질 분해.. '自家포식' 과정·유전자 규명 단백질 찌꺼기 재활용 막히면 암·알츠하이머 등 유발 日 3연속 노벨상에 축제 분위기

50년 '한 우물 파기' 연구를 한 오스미 요시노리(71) 일본 도쿄공업대학 명예교수가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1970년대 중반 세포 내 노폐물을 청소하는 '오토 파지(autophagy·자가 포식)' 연구에 입문해 '인생 연구'로 매달린 결과다.

오스미 교수는 일본 후쿠오카 출신으로 도쿄대를 졸업하고 1974년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록펠러대학에서 3년간 자가 포식을 연구했고, 도쿄대 조교수로 복귀한 오스미 교수는 기초과학 연구소를 돌면서 연구를 이어갔다. 그는 1980년대 현미경으로 자가 포식 현상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고, 1992년에는 효모를 이용해 자가 포식을 촉발하는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규명해 논문으로 발표했다. 그 연구 성과가 이번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오스미 교수는 3일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발표가 난 뒤 도쿄 메구로구 도쿄공대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초 생물학을 계속해 온 사람에게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과학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젊은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세포 청소부, 자가 포식

오스미 교수의 연구로 세포 내 노폐물이나 찌꺼기를 어떻게 청소하고 때론 어떻게 재활용하는지를 명확히 알게 됐다.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세균에 감염되면, 세포 내에 불필요한 단백질 찌꺼기가 쌓인다. 이때 노폐물을 에워싸는 주머니가 등장한다. 노폐물은 이 주머니에 쌓여 세포 내 재활용센터 리소좀으로 이동해 분해된다. 일종의 '재활용 봉투'에 해당하는 이 주머니는 평상시 세포 안에 없던 것이어서 어떻게 생성되는지 몰랐는데, 오스미 교수가 주머니 생성을 명령하는 유전자를 최초로 발견한 것이다. 리소좀이 세포 내 쓰레기 소각장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이미 벨기에 의학자 연구로 밝혀져 1974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자가 포식은 노폐물 청소 기능뿐만 아니라 비상시 에너지를 재활용하는 역할도 한다. 세포 에너지가 고갈된 상황이 오면, 세포 내 노폐물을 재처리 소각장인 리소좀으로 보내 세포 생존에 재사용한다.

◇자가 포식 연구의 활용

자가 포식 기능이 고장 나서 세포 노폐물이나 불필요한 단백질 찌꺼기가 제거되지 않고 쌓이면 질병의 원인이 된다. 단백질 찌꺼기가 넘쳐서 세포 밖으로 나오면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암 발생을 유발할 수 있다. 뇌에 독성 단백질 찌꺼기가 쌓이면 알츠하이머 치매나 파킨슨병의 단초가 된다. 이에 자가 포식 기능을 특정 질병이나 부위에 활성화시킬 수만 있다면,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에 쓰일 수 있다.

섭취 칼로리 부족으로 세포가 적당히 굶으면 자기 생존을 위해 세포 내 노폐물을 소각해 에너지를 재활용한다. 칼로리 공급이 과잉 상태가 되면, 노폐물을 재활용할 이유가 사라지면서 자가 포식 활동이 뜸해지고 노폐물이 적체된다. 이런 원리로 칼로리 과잉이 암을 유발할 수 있고 세포 노화가 빨라진다고 설명된다. 적절히 굶주려야 생존력이 강해진다는 얘기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백찬기 교수는 "인위적으로 자가 포식을 과잉 유발해 암세포를 잡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며 "자가 포식 연구는 감염병 치료나 노화 방지 등에도 다양하게 활용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축제 분위기

일본은 "3년 연속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고 축제 분위기가 됐다. 오스미 교수가 졸업한 후쿠오카고교에서는 이노우에 다쿠오(井上拓夫) 교장과 동창생 20명이 모여서 노벨상 뉴스를 기다리다 수상 소식을 듣자마자 만세삼창을 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아사히신문 등 주요 언론은 지난달부터 저마다 홈페이지에 노벨상 특집 코너를 마련해 부문별 노벨상 발표 날짜와 일본인 유력 후보를 적어놨다. 다른 수상자가 더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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