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아이들 두고 "여행가다 죽어 황제 대우"..황당한 '정당'
[경향신문] ‘나라를 위해 죽은자 거지취급 당하고 여행가다 죽은자 황제 대우 받는다.’
한 정당이 세월호 희생자와 경찰의 물대포와 맞아 숨진 농민 백남기씨, 이슬람, 노동조합 등을 비하하는 플래카드를 광주시청 입구에 내걸었다. 4일 광주 서구 내방로 광주시청 앞 도로에는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과 붉은색 글씨가 쓰인 플래카드가 여러 개 걸렸다. ‘기독당’ 이라는 곳에서 내건 플래카드는 읽기에도 거북했다.
이 당은 세월호 희생자와 6·25 참전용사를 비교하며 ‘6·25참전용사들은 최고 10만원 약값 지원받고 세월호 애들은 최고 대우받고, 나라를 위해 죽은자 거지취급 당하고 여행가다 죽은자 황제 대우 받는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걸었다.
경찰의 물대포에 맞은 뒤 숨진 고 백남기씨의 죽음을 호도하기도 했다. 이들은 ‘민주노총은 책임져라! (2015.11.14)공권력을 이렇게 짓밟다니요. 백남기 농민을 퍽치기한 빨간 우의 조사하라’고 썼다.
노동조합에 대해 이 당은 ‘임금이 적어서 노조합니까? 그럼 실업자들 많으니 일자리 그들에게 물려주십시오! 임금이 적은데 왜 일합니까?’라며 비아냥댔다. 이슬람도 공격 대상이 됐다. ‘이슬람국가와 경제협력하다 테러리스트 숨어들어온다’는 플래카드는 광주시청 내부 인도에 걸렸다.
모든 플래카드에는 ‘이 현수막은 정당법 37조, 옥외광물 등 관리법 8조에 의해 훼손될 수 없습니다’라고 적어 마치 강제로 철거할 수 없는 합법적인 게시물인 것처럼 표기했다. 기독당은 홈페이지에 ‘지난 2014년 5월1일 창당해 기독정신의 사회구현과 교회수호를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플래카드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한 시민은 “아무리 소수 정당이라지만 약자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의견의 플래카드를 시민들이 많이 오가는 시청 앞에 막무가내로 걸어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불쾌해 했다.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플래카드 내용이 정당법 위반인지를 따져보기로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정당은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플래카드를 걸 수 있고 수량이나 게시 장소의 제한은 별도로 없다”면서 “하지만 행정 기관이 옥외광고물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 철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기독당은 등록된 정당이지만 플래카드 내용에 문제가 없는지 현장에 나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광주시도 “현장을 확인해 본 뒤 플래카드의 철거 여부 등을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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