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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시장격리' 실패, 더 떨어진 쌀값

입력 2016. 10. 05. 10:07 수정 2016. 10. 0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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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초과생산량 정부매입 대책 효용성 떨어져… 백남기씨 사망 부른 민중총궐기 때보다 10.7% 하락

17만6788원에서 14만9392원으로, 그리고 다시 13만3436원까지. 정곡 한 가마니인 80㎏당 산지 쌀값의 변화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 5개월이 지난 2013년 7월부터 통계청이 집계한 산지 쌀값은 17만6000원대로 시작했지만, 농민 백남기씨가 정부에 쌀값 보전을 요구하며 참여했던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에는 15% 떨어진 14만9000원대까지 낮아진 상태였다. 300일이 넘는 백씨의 병상생활 동안에도 쌀값 폭락은 멈추지 않았다. 백씨가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지던 때보다 10.7% 더 폭락한 쌀값의 하락추세는 아직도 진정되지 않고 있다.

“(80㎏당) 17만원 하는 쌀값을 2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 나서며 농민들에게 내건 대표적 공약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공약이기도 했다. 쌀값의 하락을 유도하는 구조적 문제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1993년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 따라 농산물시장은 개방됐지만 국내 쌀시장은 예외로 개방되지 않았기 때문에 5% 저관세의 의무수입물량이 정해져 있었다. 의무수입물량은 해마다 늘어 개방 유예기간 후 재협상에 들어가게 된 2014년에는 국내 소비량의 8% 수준에 달하는 40만9000톤까지 늘었다.

9월 22일 서울 혜화동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쌀값 폭락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쌀값 21만원 공약” 현실적으로 불가능

개방을 미룰수록 의무수입물량은 80만톤까지 늘어날 수 있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였다. 결국 정부는 2014년 7월 ‘쌀 관세화 결정’을 내리고 2015년부터 쌀시장을 개방했다. 관세율은 513%로 책정됐다. 그러나 40만톤이 넘는 의무수입물량은 그대로 유지됐다. 국내 농가를 위해 쌀값 수준을 유지하려면 의무수입물량 중 밥쌀용 쌀 수입을 최대한 낮출 필요가 있었다. 쌀시장 개방 이후부터는 밥쌀용 쌀 수입 비율을 지켜야 했던 전과 달리 의무수입물량을 대부분 가공용 쌀로 수입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해 밥쌀용 쌀 3만톤을 수입했고, 여기에 시장 개방으로 밀려들어오는 수입쌀이 늘어나면서 쌀값은 폭락하게 된 것이다.

쌀값 폭락의 이유는 쌀시장 개방과 밀려오는 수입쌀에만 있지 않다. 생산량이 줄어드는 속도보다 소비량이 줄어드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이미 매해 쌀 생산량을 예측할 수 있는 상황에서 보면 정부의 쌀 재고관리 대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가 2011년 세운 ‘쌀산업 발전 5개년 종합계획’에서 ‘자동적 시장격리기준 제도화’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혀놓고도 그간 실행에 옮기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정감사에서 농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부가 지난해와 올해 2회에 걸쳐 수확기 쌀 수급안정 대책으로 시행한 ‘시장격리’ 대책이 쌀값 폭락 대책으로는 효용성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시장격리란 말 그대로 수확된 쌀의 일부를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게 막아 유통량을 통제함으로써 가격수준을 유지하는 대책이다. 자동적 시장격리는 수확기마다 일회성 대책을 세워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연간 소비량보다 초과생산되는 경우 자동으로 시장격리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어서 정해진 기준만 넘으면 시행될 수 있다. 농림부도 자동적 시장격리가 일회성 대책으로서는 가격을 잡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한다고 자체평가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쌀 소비예상량 대비 초과 생산량 35만톤 가운데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20만톤과 15만톤을 시장격리해 매입에 나섰으나 정부의 대처에도 쌀값 하락은 계속됐다. 농협이 계속되는 쌀값 폭락 사태를 막기 위해 9월 29일 사상 최대 물량인 180만톤을 매입해 가격 안정에 나서기로 했지만 일회성 대책으로는 재발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현권 의원은 “정부의 (일회성) 시장격리가 쌀 가격이 하락추세인 수확기 중에 뒷북으로 발표되고, 2회에 걸쳐 분산돼 가격지지 효과가 없었다”며 “농림부가 자동적 시장격리기준 제도화를 추진했더라면 정부의 수급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해 수급안정에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호 단국대 교수도 “쌀은 재고를 오래 보관할수록 관리비용이 증가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쌀 재고의 즉시적 해소 및 식용 쌀시장에서 완전 격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쌀농사 수입 최저임금에도 못 미쳐

재고관리 실패로 낮아진 쌀값에 대한 피해는 농가, 특히 영세소농으로 집중된다. 정부가 발표하는 산지 쌀값에 농민단체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10㎏ 벼를 80㎏ 쌀로 환산하면 정부는 13만5000원 수준이라고 하지만 실제 농가 수취가격으로 따지면 9만6000원선에 그친다”는 것이 이효신 전국쌀생산자협회 회장의 주장이다. 정부는 쌀값을 80㎏당 18만8000원을 목표가격으로 해 쌀값이 떨어져 목표가격에 못 미치는 부분을 약 95% 이상 보전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부 발표 쌀값과 농가 수취가격 사이의 차이가 3만~4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실제 보전되는 액수는 70%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4년 기준 농가에서 쌀을 통해 얻은 연간 조수입은 평균 637만3000원에 불과했다. 한 달에 53만원을 겨우 넘기는 액수다. 2014년 기준 시간당 최저임금 5210원을 월급으로 환산할 경우 108만8890원이지만 쌀농사로 얻은 수입이 이것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벼 재배농가가 전체 농가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45.2%다.

현재 정부 비축분만 175만톤에 달하는 데다, 올해 수확기 이후 소비량을 넘어선 초과 생산량이 다시 재고로 들어갈 것을 감안하면 결국 생산과 소비 양쪽 모두를 통제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1인당 쌀 소비량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소비 측면에서의 대안으로는 저소득층 할인판매 등 사회복지에 사용하거나 대북지원 등으로 대량을 소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저소득층 가구에 60% 할인해서 공급하고 있는 쌀값을 좀 더 낮추는 방안과 일방적으로 지원만 하는 식의 쌀 대북지원 대신 북한이 생산한 옥수수와 교환하는 방식으로 서로 ‘윈·윈’하는 방식 등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박완주 의원(더민주)이 농림부와 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연평균 쌀 공급과잉 물량은 36만톤 수준이다. 공급과잉 물량을 대북지원에 사용하는 한편, 논에 다른 작물로 바꿔 재배하면 쌀농사만큼의 수익을 보전해주는 생산조절제를 병행한다면 생산량 감축에 소요되는 비용 2850억원 대비 4328억원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를 초과한 쌀의 식량자급률에 비해 1%에도 못 미치는 옥수수의 자급률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완주 의원은 “쌀 대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수매량 확대와 현물 교환을 포함해 북한 수해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대체작물 전환 등의 실효성 있는 방안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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