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성폭행' 해놓고 연인관계? 금융위, 조직적 은폐 의혹

CBS노컷뉴스 신동진·김광일 기자 입력 2016. 10. 6. 10:27 수정 2016. 10. 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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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소개팅으로 만나 좋아서 했다" 황당 해명으로 사실 호도
(사진=자료사진)
금융위원회가 최근 불거진 금융위 소속 사무관의 성폭행 범행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보호해야 할 피해자를 가해자와 연인관계라는 프레임으로 엮어 2차 피해까지 확산시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부산 연제)은 6일 "최근 구속기소 된 금융위원회 소속 사무관 성폭행 구속 사건은 금융권에 악습처럼 남아있는 여성 직원을 배석시키는 접대문화 때문에 발생했다"며 "금융당국은 사건 은폐 의혹 및 잘못된 언론 대응으로 2차 피해를 줬다는 점에서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위 등에 따르면, 지난 2016년 4월 25일 저녁 산하기관 A씨(과장)와 직원 B씨(피해자·女) 등 2명은 업무와 관련이 높은 금융위 C실 소속 사무관 D씨(가해자)와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다.

얼큰 하게 취하자 A과장은 자리를 떠났고, 사무관 D씨와 산하기관 직원 B씨 둘이 남게 됐다. 이 둘은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여기서 D씨는 B씨를 성폭행했다.

만취한 다음날 아침 B씨는 몸이 이상함을 여기고 서울대병원 해바라기센터(원스톱센터)를 찾았고 검사를 받았는데 남성의 정액이 발견됐다.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성매매 피해 여성에 대한 지원 역할을 하는 곳으로, 피해 신고와 상담, 치료를 원스톱으로 수행하는 곳이다.

B씨는 전날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수준이었지만 사실상 을의 위치인 상황에서 경찰에 피해 사실을 알리길 원치 않았다. 자칫 직장을 잃을 수도 있고, 소문이 돌 경우 여성인 자신에게 치명적일 수 있어서다. 가해자로 짐작되는 이가 금융권에 절대적 갑의 지위에 있는 금융위 소속 사무관이어서다.

해당 병원은 매뉴얼에 따라 해당 사건을 종로경찰서 여성청소년과로 이첩했다. 경찰은 B씨를 3개월 동안 설득한 끝에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수차례 피의자 D씨를 만나 조사를 하게 됐고, 사전구속영장을 신청, 발부받아 D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2차 피해로 고통받을 수 있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울였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감독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피감독기관 여직원과 술자리 후 만취한 피해자를 성폭행한 사건"이라며 "해당 피해자는 증거채취 직후 감독기관과 피감독기관이라는 갑을 관계, 사건이 알려지면 퇴사해야 하는 문제 등을 우려해 사건 중지를 요청했던 건으로 경찰이 오랜 설득 끝에 해당 가해자를 구속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은 금융위쪽에서 터졌다. 금융위 측이 피해자 B씨와 가해자 D씨가 연인관계라는 논리로 2차 피해를 키운 것이다.

이번 사안에 금융위 측은 "둘은 소개팅으로 만난 연인 사이"라며 "자기들끼리 좋아서 한 것"이라는 보호해야 할 피해자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도 서슴치 않았다.

이어 "갑질은 전혀 아니"라며 "소개팅으로 만나서, 여러번 만나서 여자 집에 인사까지 하러 갔다"며 직원 감싸기에만 급급할 뿐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김해영 의원은 "금융위에서는 조직의 명예와 이미지 훼손 등을 우려해서 종로경찰서를 상대로 조용한 사건 처리를 요청하는 등 사건무마 의혹이 있었다"며 "최초 언론 보도이후, 금융위원회는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가해자와 피해자는 연인 관계였다'는 상식 밖의 언론대응을 하며 2차 피해를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김해영 의원은 이어 "이번 금융위 성폭행 사건은 금융권의 구태적인 접대문화와 조직적인 은폐 의혹, 비상식적인 언론 대응 등 자정능력을 잃은 권력기관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건 인지시점부터 추악한 대응까지 일련의 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해서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중히 문책하는 등 환골탈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CBS노컷뉴스 신동진·김광일 기자] sdjinn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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