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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세월호 유가족·위안부 피해 할머니·백남기씨 유족을 향해 계속되는 혐오, 왜 이렇게까지..

오주환 기자 입력 2016. 10. 0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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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갈등하는 약자를 외면하는 현상에 우려 제기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개인들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약자 혐오’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세월호 사태 이후 두드러지기 시작한 이런 현상은 농민 백남기씨 유가족에 대한 조롱,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비난 등으로 되풀이된다. 국가 권력에 절대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정부와 갈등하는 약자를 외면하는 사회 현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백씨 유가족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에서 ‘발리에 여행을 갔다’ ‘적극적 치료를 거부했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우익단체인 ‘정의로운시민행동’ 정영모 대표는 7일 기자회견에서 “백씨가 경찰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을 때 빨간 우의를 입은 한 사람이 백씨를 고의로 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그 빨간 우의가 백씨의 아들 두산씨라는 말도 있다”고 주장했다. 백씨 유가족이 부검 논란에 대한 입장을 SNS에 올리는 것도 “상중인데 SNS를 한다”는 식의 공격이 진행되고 있다.

우익단체나 익명의 네티즌들만 이런 비난 대열에 나서는 게 아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백씨 유가족을 겨냥해 “가족이 적극적인 치료를 원하지 않아 사망하게 됐다는 겁니다”라며 “이때 백남기씨 딸은 어디 있었을까요?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 중이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우익단체는 백씨의 자녀들을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정부와 불화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어떤 모욕을 당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2014년 참사 이후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성적 모욕과 유가족에 대한 비방글 등은 온라인을 통해 쏟아졌다. 지난 5월 기준으로 모욕죄, 명예훼손, 사자명예훼손 등으로 45건이 기소됐지만,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쏟아지는 비난도 비슷한 맥락이다. 비난은 지난해 12월 위안부 할머니들이 정부의 한·일 협상을 비판한 뒤부터 부쩍 늘었다. 어버이연합은 지난 1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종북 사상’을 갖고 활동하는 단체”라고 비난했다. 엄마부대봉사단도 같은 달 “한국이 더 강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위안부 할머니들이 희생해 달라”고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약육강식’ ‘우생학적 사고방식’이 뿌리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나영 교수는 “많은 이들이 강자의 편을 들면서 마치 자신도 강자가 된 것처럼 느낀다”며 “국가나 구조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모든 것이 개인의 탓이라는 사고방식이 자리잡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익단체들이 사회적 비극을 정치 쟁점화하고 이를 약자혐오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이택광 교수는 “보수단체가 정부 대 유족, 경찰 대 유족 등으로 프레임을 만들어 정치 쟁점화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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