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장, 故백남기 유족 면담 사실상 거부?
유족 측 "면담 요청 답변 없어, 숙의 중이라는 입장만 들어"
14일 국정감사 출석 전 입장 표명할지 놓고 예상 엇갈려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고(故) 백남기씨 유족과 투쟁본부 측이 고인의 사망 진단서 논란과 관련해 지난 4일 서창석(55) 서울대병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닷새가 지난 현재까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 원장이 사실상 유족과의 면담을 거부하고, 국정감사 출석 시기까지 버티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9일 백씨 유족 측과 서울대병원 등에 따르면 서 원장은 유족 측에 면담 일정에 관한 일체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관계자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족 측 관계자는 "면담 요청을 했지만 이후 별도의 연락이 온 적은 없다"며 "사망진단서 수정에 관한 부분도 숙의 중이라는 답변만 있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면담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논의 중이다"라며 "(사망진단서 부분은) 원장이 나서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주치의의 권리"라고 선을 그었다.
서 원장은 성과연봉제, 사망진단서 문제 등에 관해 별도로 면담을 요청했던 서울대병원 노동조합 측과 8일 만남을 가졌지만 백씨 관련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안 했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어 "백씨에 대한 사망진단 과정에는 이미 병원 경영진이 깊숙이 관여했다"며 "서창석 병원장은 지금이라도 엉터리 사망진단서를 수정하고 국민들께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서 원장은 지난 7일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월례회의에 참석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돌연 회의를 취소한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서 원장의 모습을 두고 서울대병원의 운영 책임자로서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망진단서 수정에 관한 부분은 주치의 고유의 권한이라고 하더라도, 서울대병원이 논란의 중심에 선 이상 책임자인 병원장이 어떤 식으로든 입장 표명을 하고 교통 정리에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국정감사 이전에 서 원장이 전격적으로 견해를 피력할지 모른다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의사협회, 서울대 의대 총동문회까지 나서 사망진단서 작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전 방위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서 원장이 일정한 의견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국감에 출석해 야당 의원들 공세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입장 표명을 마냥 회피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다만 서 원장이 발언을 하더라도 '면피성'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고인의 주치의였던 백선하(53) 신경외과 교수를 설득은 했으나 백 교수가 완강해 정정이 어렵다는 식의 기존 병원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금은 서 원장이 어떠한 입장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국정감사 자리에서 받을 지적을 미리 일부 완화하기 위해 표피적인 언급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유족 측에 대응은 했다는 식으로 국감에서 말할거리를 만들어둬야 하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 출신인 서 원장이 본인이 어떤 얘기를 하든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소모적인 분쟁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해 최대한 함구하리라는 예측도 만만치 않다.
서울대병원 한 관계자는 "예정된 국정감사에 참석하기 전까지는 서 원장이 드러내놓고 견해를 표현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서울대병원은 오는 11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14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를 받을 예정이다. 서 원장은 14일 국감에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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