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과열에 속타는 세입자들.."내집마련 꿈도 못꿔"

신희은 기자 2016. 10. 11.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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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세입자 주거불안 부추기는 시장 과열.."집 사자니 비싸고, 집주인 바뀌니 보증금 걱정"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전세 세입자 주거불안 부추기는 시장 과열…"집 사자니 비싸고, 집주인 바뀌니 보증금 걱정" ]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단지 전경. @머니투데이 DB.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지아(가명)씨는 최근 전세 만기를 앞두고 집을 팔려고 내놨다는 집주인의 연락을 받았다. 단지에 전세 매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에서 김씨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큰 맘 먹고 전세 살던 집을 살까 싶어 집주인에 가격을 물어본 김씨는 두 귀를 의심했다. 2년 전 전세 들어올 때 5억원 후반대였던 집을 8억원에 내놨다는 것. 전세금에 대출을 얼마간 받더라도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액수였다.

집은 내놓은 지 며칠 되지도 않아 하루에 두세명씩 사람들이 다녀갔다. 선뜻 사겠다는 사람은 아직 없지만 조만간 주인이 바뀌면 전세 보증금을 대폭 올려주거나 이사를 나가야 할 상황이라 김씨는 불안하기만 하다.

손님과 집에 들른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요즘은 실거주가 아니라 대부분 투자 목적이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살테니 이사는 안 해도 될 것 같다"면서도 "집값이 많이 올라 2년 전 보증금에서 좀 올려줄 각오는 해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가을 이사철, 서울의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세 계약 만료가 돌아온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높은 전셋값에 매매를 고려하던 수요자들이 껑충 뛴 집값에 울며 겨자먹기로 전세 보증금을 추가로 올려주거나 일부 보증부전세(반전세)로 갈아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 신도시 신규분양 물량으로 역전세난이 빚어지고 전셋값이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서울 시내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는 여전히 전세 매물이 품귀를 빚고 있어 세입자들의 '갈아타기'가 수월치 않은 실정이다.

10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지수(2015년12월 기준)는 올 1월부터 9월 현재까지 매월 0.2~0.3%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난달까지 누적 상승률은 2.4%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전국의 아파트 전세값 누적 상승률인 1.2%와 비교하면 서울이 2배 가량 가파르게 상승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지난달까지 전셋값이 지난해 12월 수준을 밑돈 지역은 일시적인 역전세난 현상을 겪고 있는 송파구(-0.5%)가 유일하다. 마포구는 9개월간 전셋값이 5.3% 급등했고 서대문구도 4.5% 뛰었다.

나머지 △용산구(4.0%) △동대문구(3.7%) △은평구(3.6%) △중랑구(3.5%) △광진구(3.3%) △영등포구(3.3%) 등도 일제히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3개월간 전셋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송파구의 경우에도 상당수 단지들이 여전히 전세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잠실의 H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미사강변도시 등 입주로 잠시 전셋값이 주춤했지만 여전히 선호하는 층에 소형 평수는 매물 구하기 쉽지 않다"며 "2년 전보다 몇 천 만원 올려줘도 같은 단지 내 이사는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8·25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내 집 마련이 요원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뒤늦게 분양시장에 뛰어드는 실수요자도 적잖다. 40대 직장인 박민철(가면)씨는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니 계속 전세를 전전하다가는 서울에 내 집 마련하기가 더 힘들어지겠단 생각에 청약을 넣었다"며 "한 편으론 너무 비싼 것 같고, 한 편으론 더 오를 것 같아 불안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시민단체·전문가들도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에 따른 부동산 시장 열기가 국지적인 수준을 넘어 실수요자들의 주거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홍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수도권 전세 세입자 대다수가 대출로 겨우 전세를 연장해가는 상황에서 부동산 과열은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만 한다"며 "집값이 뛰고 전세가 오르면 그나마도 월세로 전환해야 해 주택구입 여력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규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신희은 기자 gorg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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