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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궁의 주인은 나" 한국판 '검은옷 시위' 불붙나

입력 2016. 10. 12. 18:16 수정 2016. 10. 1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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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중절수술 의사 처벌’ 강화 복지부 입법예고
산부인과의사회 “중절수술 전면 중단” 선언
일부 여성단체들은 ‘낙태 합법화 투쟁’ 예고

여성주의단체 ‘페미당당’ 트위터 계정 갈무리.

보건복지부가 임신중절 시술을 한 의료인을 더 강하게 처벌하는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을 지난 9월22일 입법예고한 뒤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성주의단체 ‘불꽃페미액션’ ‘페미당당’ ‘강남역10번출구’는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행법은 여성의 임신중절을 범죄로 고려하고 있지만, 여성의 몸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임신중절 범죄화’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입법예고안에서 임신중절과 관련한 조항을 삭제하라는 피케팅과 집회 등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선 ‘#내 자궁은 나의 것’ ‘#임신중절 정상의료화’ 등 해시태그도 퍼지는 등 한국판 ‘검은 옷 시위’ 움직임도 꿈틀댄다. 가톨릭국가인 폴란드에서 집권 우파정당이 낙태 전면금지 법안을 추진하자, 지난 3일 폴란드 여성 2만여명이 검은 옷을 입고 ‘낙태 자기결정권’을 주장하며 거리로 나와 법안을 폐기시킨 바 있다. 인터넷에서도 “내 자궁은 내 것이지, 공공재가 아니다”(@cinn*****) “이미 태어난 아이들도 죽이는 나라야, 그냥 노동력이 필요하다고 실토해라”(@parc***) “임신중절 합법화하면 여성들이 더 쉽게 낙태할 거라는 생각 자체가 여성혐오”(@lick****) 등 정부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낙태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현재도 임신중절 건수가 신생아 수의 36%(2011년, 복지부)인 현실을 고려하면 임신중절을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복지부의 이번 입법예고는 ‘비도덕적 진료 행위’의 유형을 △임신중절수술 △대리수술 △진료 중 성범죄 △허가받지 않은 주사제 사용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의 목적 외 사용 등 8가지로 구체화하고, 그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현재는 비도덕적 진료 행위 시 자격정지 1개월에 처하는데, 입법예고 기간(9월23일~11월2일)이 끝난 뒤 규칙 개정안이 확정되면 최대 1년까지 자격정지 처벌을 할 수 있게 된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안대로 비도덕적 진료 행위에 대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이 시작되면, 모든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수술 전면 중단을 선언할 것”이라며 반대 뜻을 드러냈다. 아예 전면 중단으로 ‘배수진’을 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행 모자보건법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임신중절의 99%는 ‘원치 않는 임신’ 때문이다. 대책 없는 의사 처벌 위주의 정책보다는 임신중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가임기 여성 5명 가운데 1명은 임신중절 경험이 있다는 자료가 나왔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입법예고 뒤 안전하게 중절수술 받을 수 있는 병원을 문의하는 상담전화가 늘었다. 의사회도 중절수술 ‘전면’ 중단을 주장하면서 여성을 볼모 삼아 정부에 항의하고 혼란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도덕적 진료 행위’ 처벌 강화 조항에 임신중절수술이 들어간 경위를 묻는 <한겨레>의 질문에 “현재는 대리수술을 저질러도 자격정지 1개월이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을 고치자는 게 규칙 개정의 취지이고, 낙태는 원래 불법이다. 또, 일률적으로 12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사안마다 경중을 따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부인과의사회의 중절수술 전면 중단 방침에 대한 질문에는 “의사회가 오해하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도 남아 있는만큼 입법예고 기간에 각계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형법 269·270조에 따라 ‘낙태죄’가 있다. 낙태 수술을 받은 여성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수술을 한 의사는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낙태에 동의한 남성에 대한 처벌은 없다. 임신중절이 허용되는 때는 모자보건법 14조1항에 따라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1년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한국 형법 조항을 재검토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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