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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마 했는데.. 경찰의 '노조 내부 정보원' 진짜 있었다

정재호 입력 2016. 10. 13. 04:43 수정 2016. 10. 1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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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경찰서 보고문건에서 확인

백남기 집회 참가자 수사할 당시

기아차 화성지회 소속 정보원에

채증한 사진 보여주고 신원 확인

기소한 당사자엔 근거 설명 안해

민주노총 충격… “대응방안 논의”

평택경찰서장에게 보고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참가자 수사 관련 내사 문건 보고서.

경찰이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참석자를 찾아내기 위해 노조 내부의 정보원을 활용한 사실이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의혹으로만 회자됐던 노조 내부 경찰 정보원 존재가 드러나자 노동계는 충격 속에 진상 파악에 나섰다.

12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평택경찰서 내사보고문건에 따르면, 평택서 A 경사와 B 경감은 민주총궐기 집회 한 달 뒤인 지난해 12월16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화성지회 노동안전보건실장 이재선씨에 대한 수사상황을 경찰서장에게 보고했다. 문건에는 “기아차지부 화성지회에서 활동하는 정보원에게 (집회) 채증 사진을 열람시키자 ‘이재선이 맞다’며 피혐의자를 특정해,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고 명시돼 있다.

통상 경찰 채증은 불법집회를 주도하거나 폭력을 행사한 대상을 특정하기 위해 이뤄지며, 채증 사진은 법정에 증거로 제출된다. 하지만 경찰은 집회를 주도한 금속노조 간부가 아닌, 집회 단순 참가자인 이씨 수사에 채증 사진을 활용한 것이다. 박 의원은 “집회 직후 김수남 검찰총장이 ‘엄정 대응’을 강조해 경찰이 성과를 올리기 위해 정보원을 동원한 저인망 수사를 벌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씨는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자신을 특정한 근거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어떻게 내가 집회에 참여한 것을 확신하냐고 묻자 동그라미 쳐진 채증사진을 보여주며 ‘(자세한 것은) 알 거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를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이에 반발한 이씨는 정식 재판을 청구해 지난 6일 수원지법 평택지원에서 첫 재판을 받았다.

노동계는 노조 내 정보원의 존재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박상모 기아차지부 정책실장은 “현재까지 경찰이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여했다며 기소한 인원이 기아차에서만 30명에 달한다”며 “이들에게도 불법적 수사가 진행됐는지 급히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전체 간부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다.

법조계에선 경찰 프락치 활동은 현행법상 직권남용죄에 해당되는 범죄일 공산이 크다고 지적한다. 권영국 변호사는 “경찰 끄나풀이 정보 확인 및 제공 과정에 금전이 아니더라도 ‘수사 시 사전 통보’와 같은 무형의 이득을 얻었다면, 직권남용죄가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경찰의 정보원 활용은 모든 수사과정에서 피혐의자에게 절차를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도록 규정한 영장주의 수사원칙을 어긴 것으로 이를 통해 수집된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갖지 못한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mailto:next88@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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