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찍힌 이윤택 "교묘하게 당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입력 2016. 10. 13. 09:39 수정 2016. 10. 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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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동창이라 TV 찬조연설해
-그 후 지원금 삭감, 소극장 폐쇄
-정치의 문화개입, 야만적 상태
-문화검열, 일상 스며들어 치명적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윤택(연극인)

지난해부터 소문으로만 파다하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이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입증하는 문건이 하나 나왔습니다. 이 문건을 제보한 사람은 ‘문화부로부터 내려온 이 문건을 내가 직접 봤고 하도 기가 막혀서 사진을 찍어두었다’라고 말을 합니다. 그러고는 한국일보에 최초 제보를 한 건데요.

그의 주장에 따르면 총 9473명이 A4 용지 100장 분량에 담겨 있었다고 하고요. 일단은 개괄적인 내용이 담긴 표지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아마 9473명 가운데 분명히 들어 있을 걸로 예상되는 한분 지금부터 직접 만나보죠. 연극계의 거장입니다. 이윤택 예술감독 만나보겠습니다. 이 감독님 안녕하세요.

◆ 이윤택> 안녕하세요.

◇ 김현정> 공개된 블랙리스트 표지 보셨어요?

◆ 이윤택> 아직 저는 못 봤습니다. 저는 지방에 있기 때문에.

◇ 김현정> 아직 못 보셨어요. 이렇게 써있습니다.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는 서명자 594명. 세월호 시국선언한 문화인 754명.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을 한 문화인 6517명. 그리고 박원순 후보 지지선언을 한 문화인 1608명. 그런데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TV 찬조연설하셨잖아요?

◆ 이윤택> 네, 제가 했죠.

◇ 김현정> 그러니까 아마도 포함 되셨겠어요?

◆ 이윤택> 네. 포함됐겠죠.

◇ 김현정> 아니, 이런 블랙리스트 소문은 계속 있기는 했습니다마는 막상 이렇게 문건으로 나왔다니까 들으시고 어떠십니까?

◆ 이윤택> 저는 담담합니다. 저는 원래 연극인이고 저는 정치가가 아니고요. 그런데 지난 대선에 문재인 후보 측에서 찬조연설을 해 달라고 해서. 경남고등학교 동기인데요. 고등학교 동창이라서...

◇ 김현정> 고교 친구세요.

◆ 이윤택> 네, 거기서 정치적인 발언을 한 적은 없고요. 학교 다닐 때의 인간성이라든지 품격이라든지 이런 걸 위주로 얘기를 했거든요. 제가 했던 지지연설이 어떤 정치적인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뒤에 그것이 문제가 되어서 저에게 어떤 불이익이 왔다면 그건 제가 달게 받아야죠.

◇ 김현정>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그때는 상상 못하셨어요? 전혀요?

◆ 이윤택> 저는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제가 처음 밝히는 말이지만 제가 그래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연출가이기 때문에 문화재청에서 하는 숭례문 재개관 축제에 제가 연출을 했어요.

◇ 김현정> 그건 그러니까 이번 대선, 2012년 대선 후죠?

◆ 이윤택> 그러니까 대선 후죠.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이야기예요. 그 당시에는 청와대 문화 담당 비서관한테 제가 이야기를 했어요.

◇ 김현정> 뭐라고요?

◆ 이윤택> ‘제가 문재인 후보 지지연설한 사람이라고. 그런데 괜찮겠느냐?’라고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때 그 여자 분이 괜찮다 했어요.

◇ 김현정> 그러면 그때만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지난해 2015년 문학창작기금 희곡 심사에서 100점을 맞고도 심사지원 대상에서 떨어지는 희한한 일이 발생한 거예요?

◆ 이윤택> 그때 정부 당국의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지금까지 혜택을 많이 받은 중견 원로 예술인들보다는 좀 더 젊고 혜택을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돌리려고 한다. 그래서 떨어뜨렸다’라는 명분을 내세웠기 때문에 저는 거기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문학창작기금 희곡 심사에서 사실은 이윤택 선생의 작품이 100점을 받았는데도 떨어졌어요. 지원을 못 받게 지원 탈락이 됐습니다. 다들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그쪽에서는 ‘기존에 지원 많이 받은 사람 말고 신진 예술가들한테 기회를 주려고 그랬습니다’라고 해명을 해서 그냥 수긍하셨군요?

◆ 이윤택>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랬는데 석연치 않은 일들이 뒤에도 계속 벌어졌죠.

◆ 이윤택> 그 이후로 계속해서 그런 일들이... 제가 사실상 대표로 있는 게릴라극장이 매년 지원을 받아온 극장이거든요.

이윤택 예술감독
◇ 김현정> 사실 연극 극장은 순수예술이라 지원 안 받으면 좀 운영이 어렵잖아요?

◆ 이윤택> 소극장은 거의 못하죠. 그런데 이게 2년 전부터 지원이 끊겼죠. 저 같은 경우에는 게릴라극장을 내년에 처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문 닫아버리는군요?

◆ 이윤택> 게릴라극장이라고 하면 대학로 혜화동 로타리 일대에 연극의 굉장한 메카인데...

◇ 김현정> 대학로 게릴라극장 하면 유명한 곳인데 거기 내년에 문 닫아요?

◆ 이윤택> 지금 내놨어요. 내놔가지고 지금 우리는 다시 1주일에 사흘만 공연을 하는 작은 스튜디오로 이전을 해야 하는 그런 상황에 와 있고요. 제가 콜롬비아 보고타에 공연을 가게 됐는데요.

◇ 김현정> 콜롬비아 보고타로요?

◆ 이윤택> 네, 그것도 지원이 떨어졌어요. 지원 신청 했는데 그것도 ‘옛날에 받지 않았느냐 옛날에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지원 안 하는 게 좋겠다’ 그런 규정인 것 같았는데요. 보고타 국제연극제는 국립극단이 초청하는 대단히 국가적인 행사거든요. 그것도 지원을 못 받아가지고 비행기를 저가항공을 구해가지고 48시간을 타고 갔어요. 그래가지고 싼 항공으로 공연을 하고 왔어요.

◇ 김현정> 그래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포기하고 ‘왜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질까?’ 하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 이런 명단이 있었고 증언에 의하면 이 명단을 산하단체장들이 유리 밑에다 끼워놓고 봐가면서 심사를 했다는 겁니다. 명단이 너무 많으니까 외워가면서요. 듣고는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 이윤택> 지금 현재 제가 들은, 그 말씀하신 대로라면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잘못된 선택을 했던 그 정책들은 그 뒤에 반드시 비판을 받게 돼 있습니다.

◇ 김현정> 반드시 역사 속에서 비판 받을 것이다?

◆ 이윤택> 왜 그러냐면 예술이기 때문에 그래요. 지금 예술이라고 하는 순수한 예술행위에 대해서 좋지 않은 제약을 주거나 위해를 가했다면 그런 행동은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우리가 지금 나서서 심판하지 않아도 역사 속에서 반드시 심판 받을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군요?

◆ 이윤택> 저는 그렇습니다. 지금 문화 정책을 담당하시는 분들이 정말 판단을 다시 한 번 해 줬으면 합니다. 이게 지금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 김현정> 지금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게 무슨 말씀이실까요?

◆ 이윤택> 그러니까 몇 년만 지나면 이 모든 일들을 누가 이렇게 했느냐, 왜 이런 일을 했느냐 심판받게 되는데 ‘그날이 왔을 때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냥 이대로 간다면, 만약 이게 지금 청와대로부터 내려오는 지시여서 어쩔 수 없이 나는 그냥 가야 한다, 가야 된다면 그다음에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 겁니까? 그 사이에 우리 문화예술계는 상당히 피폐해질 거란 생각이 들어서요. 자꾸 이렇게 문 닫고요.

◆ 이윤택> 아닙니다. 우리 문화예술계는 정부 당국으로부터 지원금이 끊긴다고 해서 연극이 죽지 않습니다. 저항력이 약한 연극들, 정부 당국에 의존적인 공연 예술들은 많이 약화될지 모르지만 그런 것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력을 키우는 젊은 연극인들이나 소극장 연극을 하시는 분들은 지원금 없이도 헝그리정신이라는 게 있잖아요.

◇ 김현정> 아, 헝그리정신이요?

◆ 이윤택> 살아남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여러분들의 견딤과 버팀이 훌륭한 작업으로 기록될 것이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말입니다, 선생님. 지금 블랙리스트를 추린 키워드를 보면 말이죠. 무슨 ‘반정부’, 뭐 ‘4대강 반대’, 이런 게 아니고 ‘문재인’, ‘박원순’, ‘세월호’. 이 세 가지 키워드예요.

◆ 이윤택> 저는 우리 사회가 종합적으로 말해서 정치적인 영역의 언어들이 문화에 영향을 미친단 말이에요. 이 자체가 사실은 야만적인 상태입니다.

◇ 김현정> 야만적인 상태요?

◆ 이윤택> 문화는 문화대로 독립된 영역인데 정치적인 어떤 행위가 문화적인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옳지 못한 것이죠. 그래서 저는 이런 자체가 잘못된 행위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연극계에 지금 한 30년 몸 담으셨죠? 30년 넘으셨죠?

◆ 이윤택> 저는 극단은 30년이지만 50년 가까이 되죠.

◇ 김현정> 그럼 여러 정권을 거치시면서 여러 우여곡절을 다 겪으셨을 텐데요.

◆ 이윤택> 저는 검열시대를 거친 사람입니다.

◇ 김현정> 검열시대가 다 끝나간 줄 알았는데 이런 식의 검열이 또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셨나요?

◆ 이윤택> 그렇죠. 검열의 형태가 다를 뿐이죠. 1970년대에는 오히려 물리적인 위해가 있었기 때문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정당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방법이 너무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더 치명적인 위해일 수도 있습니다.

◇ 김현정> 오히려 그때는 데려다가 눈에 보이게 때렸으니까 ‘나 멍 들었소’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은 훨씬 더 교묘해진 겁니까?

◆ 이윤택> 그렇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아무쪼록 계속 말씀하신 그 공존과 상생의 문화시대가 오기를 기대하면서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윤택>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우리 연극계의 거장이시죠. 이윤택 예술감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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