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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피타고라스까지 끌어들인 경찰..'백남기씨 살수' 억지 주장

입력 2016. 10. 13. 15:46 수정 2016. 10. 1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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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살수차-백씨 거리 20m, 살수구 높이 6미터여서
21m 이상 살수 규정 위반 아니다” 주장
경찰 주장대로 계산해도 20.88m 나와 ‘규정 위반’

백남기 농민에게 행해진 살수가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는 경찰 주장의 근거는 기원전 580년경 태어난 고대 그리스 수학자 피타고라스였다.

경찰이 지난 5월9일 백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에 제출한 ‘답변서’를 보면, 경찰은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당시 ‘시위대가 20m 거리에 있는 경우 2000rpm(7bar) 내외의 물살세기와 수압으로 살수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다는 유족 주장에 대해 “백씨와의 거리가 21m 이상이어서 규정을 어긴 것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경찰이 살수차와 백씨 사이의 거리가 21m 이상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살수구의 높이 때문이다. 경찰은 “살수차와 백씨 사이의 평면상 거리는 약 20m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살수차) 방수구의 위치가 경찰 버스보다 두 배 이상 높고 경찰 버스의 높이가 3m 이상인 것을 고려하면 살수거리는 적어도 약 21m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즉, 백씨가 살수차로부터 20m가량 떨어져 있었던 것은 맞지만, 살수구의 높이가 6m 이상이기 때문에 실제 거리는 평면상의 직선거리가 아닌 빗변 거리로 해석해야 한다는 논리다.

전문가들은 황당한 논리라는 반응이다. 유체역학 전문가인 노현석 넥스트이엔에스 이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면 가까이 있는 펌프로부터 살수구까지 물을 올릴 때 에너지가 소실되고, 다시 지면에 있는 시위대를 향해 물이 쏟아지면서 에너지가 증가된다”라며 “살수가 높이가 지상 6m이든, 20m이든 물의 세기는 같다”고 지적했다. 노 이사는 “이런 논리라면 살수구 위치가 20m 이상일 경우, 살수차 바로 앞에 있는 사람에게도 최대 살수 세기로 살수해도 된다는 희한한 논리가 된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해 경찰 논리를 검증해봤다. 백씨와 살수차 사이의 거리 20m, 살수구 높이 6m로 가정하면 빗변의 직선거리는 20.88m다. 백씨의 신장을 고려해 살수구 높이를 4.5m로 가정하면 빗변의 직선거리는 20.5m로 나온다. “21m 이상”이라는 경찰 주장은 ‘피타고라스 정리’에도 맞지 않는 셈이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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