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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낳아라? 이게 더 비도덕적

신필규 입력 2016. 10. 14.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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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보건복지부의 '비도덕적 의료행위' 처벌 강화안에 부쳐

[오마이뉴스 글:신필규, 편집:김예지]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2일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저지른 의료인의 의사면허를 최대 1년 정지하는 의료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11월 2일까지 입법예고했습니다. 그런데 이 비도덕적 의료행위 8가지에 '임신중절수술'이 포함돼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의사들과 여성 단체들은 임신중절수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기는커녕 처벌만 더 강화하려는 입법안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번 논란에 대한 시민기자의 의견을 싣습니다. 다양한 의견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2008년 개봉해 큰 화제를 모은 영화 <4개월, 3주... 그리고 2일>
ⓒ 유레카 픽쳐스
2008년 개봉해 큰 화제를 모은 영화 <4개월, 3주... 그리고 2일>는 1987년의 루마니아를 배경으로 한다. 당시 루마니아는 독재자인 차우셰스쿠에 의해 임신 중절이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영화는 대학생인 오틸리아가 친구인 가비타의 임신 중절을 돕는 이야기다. 가비타는 원치않는 임신을 하게 되고, 임신을 중단하기 위해 중절 시술 전문가를 찾는다. 독재 정권 아래의 황량한 루마니아를 배경으로, 영화는 임신 중절이 불법인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는 고투를 건조하게 다룬다.

이 영화에서 내게 인상깊게 다가온 장면이 있었다. 오틸리아는 임신 중절 시술 전문가를 찾고, 그를 호텔로 데리고 온다. 하지만 그는 시술을 받는 가비타가 아니라 오틸리아가 그를 데리러 와서 위험 부담이 높아졌다고 화를 낸다. 거기에 급하게 호텔을 찾느라 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돈을 써버렸고, 당초 준비한 돈도 시술 비용으로는 부족했음을 알게 된다. 결정적으로 시술 직전 가비타가 자신의 임신 기간을 속인 사실이 드러난다.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결국 거래가 무산되기 직전, 시술 전문가는 오틸리아와 가비타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과연 그 거래의 조건은 무엇이었을까.

몸에 대한 다양한 통제 방식

우리는 흔히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신체의 자유가 있으며, 각자의 몸은 고유한 개인의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몸은 개인적인 것임과 동시에 사회적인 것이기도 하다. 보다 정확하게는 몸은 여러 종류의 권력 아래에 놓여있다. 그리고 그 권력들은 이상적인 몸의 형태를 제시하고 그런 몸을 가지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필요한 영양을 제대로 섭취하고 만성적인 질환이 없는 몸. 그리하여 노동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몸. 담배를 피우지 않고 비만하지 않은 몸. 국가, 미디어 그리고 시장은 이런 식으로 우리가 마땅히 가져야 할 몸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몸을 관철시키기 위해 권력은 메시지나 시스템을 통해 우리를 훈육한다. 우리가 규정된 이상적인 몸을 가지도록 부단히 여러가지 행위들을 하도록 만든다. 가령 때만되면 새로운 공익 광고가 우리를 찾아와 담배는 위험하니 흡연을 중단하라고 말한다. 지하철 계단에 부착된 칼로리 표시는, 우리가 충분히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더 많은 운동을 하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직장인 건강검진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우리의 몸이 국가가 정한 기준에 얼마나 못 미치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그에 따른 적합한 행동 양식을 제시한다.

통제권이 박탈된 여성의 몸

 여성은 자신의 몸에 대한 중요한 결정권을 박탈당한다.
ⓒ pixabay
몸에 대한 이 같은 통제 방식은 매우 만연하지만 그렇다고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같은 통제는 매우 성별화 되어있다. 가령 내가 너무 많은 술을 마셔서 건강을 헤치고 있다고 국가에서 나에게 벌금을 물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또 내가 너무 적은 영양을 섭취하고 있다고 어디론가 나를 끌고가 억지로 밥을 먹이는 일도 없다. 남성으로서 나는 몸에 대해 내가 취해야 할 적합한 행동이 무엇인지 '권유'를 받을 뿐 '강제'를 당한 적은 없다. 그저 부적합한 수행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지는 식으로 은근한 압력을 받을 뿐이다. 어쨌거나 최소한 내가 내 몸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자유는 나에게 있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는 다르다. 특히나 임신과 출산의 영역에 있어서 그렇다. 아이를 가지고 낳는 일은 여성의 몸에서 일어난다. 변화를 겪는 것은 여성의 신체이다. 즉 출산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선택은 여성의 몸을 둘러싼 문제다.

하지만 국가는 그러한 여성의 몸을 나에게 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통제하지 않는다. 법을 통해 임신을 중단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즉 여성의 몸에 대한 선택권을 빼앗고, 출산을 강제하는 방식으로 법은 여성의 신체를 통제한다. 일단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되면 그 이후에 선택권은 없다. 아이를 낳은 몸은 적법한 몸이 되고 임신을 중단한 몸은 불법인 몸이 된다.

도구화된 몸

다시 말해 임신과 출산의 영역에서, 여성은 자신의 몸에 대한 중요한 결정권을 박탈당한다. 몸에 대한 통제권을 완전히 상실 당하는 것이다. 나는 질문하고 싶다. 한 개인이 스스로의 신체에 대해 아무런 결정도 통제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과연 그 사람을 사람처럼 대우하는 것이냐고. 그것은 실상 그 사람의 몸을 도구처럼 취급하는 것이 아니냐고. 나는 동전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커피가 나오는 자판기가 아니라서, 국가가 아무리 술이 건강에 나쁘다고 말해도 얼마든지 다른 행동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의 임신은 다르다. 법은 딱 한가지의 길 만을 열어두고 있다. 낳아라.

임신과 출산을 둘러싸고, 여성의 몸이 도구화 된 현실은 '모자보건법'의 임신 중절 예외 조항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해당 조항은 임신 중절의 허용 한계를 제시한다고 하지만, 사실 이 말을 거꾸로 뒤집으면 '굳이 낳지 않아도 괜찮은 몸'이나 다름 없다. 그리고 그 몸이라는 것이 이런 것들이다. 비장애가 아닌 몸(본인이나 배우자에게 유전학적 정신 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혹은 허용 가능한 이성애 관계 밖에서 탄생한 몸(법률상 혼인이 불가능한 혈족 또는 친척간에 임신), 그야말로 사회가 '정상'이 아니라고 규정하는 몸들이다. 이런 식으로 몸을 감별하고 경계를 만드는 것이, 출산하는 여성의 몸을 도구처럼 여기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정말로 '비도덕적'인 것은 무엇인가?

익히 알려진 것처럼 법은 이념적으로 표백 상태가 아니다. 모든 법은 특정한 가치관 위에 서있다. 가령 절도를 금지하는 법은 사유재산을 존중해야 한다는 가치관 위에 서있을 것이다. 지금은 폐지된 간통죄는 결혼 관계 외부의 성애적 행위는 범죄라는 가치관 위에 서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묻고 싶다. 낙태죄는 과연 어떤 가치관 위에 서있는가.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오틸리아 일행과 실랑이를 벌이던 낙태 시술가는 임신 중절 수술의 대가로 자신과 성관계를 맺어 줄 것을 요구한다. 말하자면 그에게 여성의 몸은 거래의 수단이자 재화이고, 하나의 도구이다. 그리고 여성의 몸에 대한 그러한 인식은, 영화의 배경이 된 루마니아 정부의 것과 다르지 않다.

임신한 여성의 몸은 오직 출산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인식. 당사자인 여성의 의지와 선택은 묵살되어도 괜찮다는 인식. 이 같은 인식은 현재 한국 사회에도 만연한 '여성 멸시'의 연장이나 다름 없다. 그리고 나는 한국 형법의 낙태죄 조항 역시도 같은 가치관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시행령이 눈길을 끈다. 최근 정부는 비도덕적 의료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시행령을 공개하고 조만간 도입하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그리고 그 비도덕적 의료 행위에는 임신 중절 수술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질문하고 싶다. 과연 정말로 비도덕적인 행위는 누가 하고 있는지.

 10월 15일 토요일 보신각에서 열리는 '낙태죄 폐지를 위한 검은 시위' 포스터. 여성의 몸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나의 자궁은 나의 것'이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드레스 코드는 검은색. 지난 3일 폴란드 정부가 낙태금지 법안을 제출하자, 이에 반대하는 의미로 시민들이 검은 옷을 입고 시위를 벌인 것에서 따왔다. 결국 해당 법안은 시민들의 반발로 통과되지 않았다.
ⓒ 페미당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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