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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공약 땐 "15만명에 1400억 지원".. 작년 고작 26억

김현길 기자 입력 2016. 10. 18.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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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통령 '저소득층 기저귀·분유 지원사업' 4년

지난 대선을 앞둔 2012년 11월 14일 박근혜 대통령은 0∼12개월 영아를 둔 저소득층에 대한 ‘기저귀·조제분유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공약 실무를 맡았던 김현숙 청와대 고용복지 수석은 당시 “최저생계비 150% 이하 계층 15만명 정도가 지원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산은 기저귀 900억원, 분유 5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약은 어떻게 현실화됐을까. 대부분의 다른 공약처럼 기저귀·분유 공약도 ‘공약 발표→시행 계획 발표→재검토→연기→예산 및 대상 축소→집행 부진’ 과정을 거쳤다. 2014년 상반기 시행 예정이던 공약 사업은 우여곡절을 거쳐 1년 뒤인 지난해 10월 시작됐다. 사업 시행 1년이 지난 10월 현재 기저귀·분유 지원 사업은 우선 지원 대상이 최저생계비 150%에서 중위소득 40%(최저생계비 100% 상당·올해 3인 월 143만원) 이하로 축소됐다. 지원 범위가 축소되면서 대상이 5만1000여명으로 줄었다. 올해 예산도 200억원으로 공약 당시와 다르다. 무엇보다 실제 집행 실적이 시원치 않다. 올 1∼9월 예산 집행 실적은 20.9%에 불과하다. 2개월여 실시한 지난해 집행 실적 7.6%보다 높지만 여전히 매우 낮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7월 결산 예비심사검토보고서에서 “바우처 지급 이후 실제 구매 및 비용청구 과정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으나 올해도 집행이 다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이 어정쩡한 상태로 표류하는 것은 사업 출발부터 우여곡절을 겪은 것과 무관치 않다. 2013년 현 정부 출범 후 보건복지부는 사업 시행 시점을 2014년 상반기 중으로 했다가 같은 해 10월로 연기했다. 2014년 반영하려던 예산도 기획재정부 심의에서 전액 삭감됐다. 2011년 개정된 국가재정법에 따라 중기 재정지출이 500억원 이상인 경우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마저 늦어져 사업 개시 시점이 2015년으로 다시 늦춰졌다.

결국 현 정부 임기 절반을 넘긴 2015년 10월 지원 신청을 받으며 사업을 시작했지만 사업 내용은 이미 크게 달라진 상태였다. 원래 복지부 안은 2015년부터 최저생계비 150% 이하 계층을 대상으로 중앙예산 599억원을 투입하는 것이었다. 반면 KDI 예비타당성조사, 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의 검토를 거친 후 사업이 대폭 축소됐다. 지난해의 경우 수시 배정으로 50억원이 책정됐다가 기저귀와 분유 단가를 절반으로 깎는 바람에 26억6000만원만 배정됐다. 증가하는 복지예산을 감안해 지원 대상을 최소화하되 연도별로 대상을 확대하라는 검토 결과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후 국회가 제품 단가를 올려 올해 예산은 200억원으로 늘렸지만 첫 구상과는 여전히 격차가 있다.

사업 준비도 부족했다. 지난해 10월 시행 당시 바우처로 기저귀·분유를 살 수 있는 곳은 온·오프라인 각 1개(나들가게·우체국 온라인몰)뿐이었다. 우체국 온라인몰에는 기저귀·분유가 1∼2종밖에 없어 대상자들이 외면했다. 나들가게도 취급 점포를 560개에서 2000여개까지 늘린다고 했으나 1년이 지난 17일 기준 취급 점포는 210개에 불과하다. 쓰던 제품을 쓰는 육아 제품 특성상 바우처가 있어도 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던 것이다. 지난 4월부터 G마켓, 옥션 등으로 온라인 구입처를 늘렸지만 최대 지원 기간이 12개월인 것을 감안하면 그 사이 상당수 가정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복지부 출산정책과 관계자는 17일 “초기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매월 신청자가 2000명씩 늘고 있다”며 “접수창구와 구입처를 확대하고, 출산을 앞둔 임신부를 상대로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회는 ‘지원 대상을 확대해서라도 제도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에도 지원 대상과 범위를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집행 실적 부진을 이유로 내년 정부 예산안도 올해의 절반인 100억원으로 줄었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약임에도 지원 대상이나 효과 등을 엄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제도를 시행하다 보니 이용자가 생각만큼 늘지 않는 것”이라며 “이는 다시 정부의 정책 의지 부족으로 이어져 사업 자체를 관망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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