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우의' 당사자 "백남기 가격설 너무 엉터리라 대응 안해"

심동준 2016. 10. 1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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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물대포 맞고 있던 백씨 옮기려 다가갔던 것"
"등에 물대포 맞고 넘어지면서 아스팔트에 손 짚어"
"경찰, 조사하면서 백남기 관련 내용 묻지도 않아"
"검·경 조사 언제든 응할 것…국가 폭력이 사안 핵심"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고(故) 백남기씨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았을 당시 곁에 빨간 우의를 입고 있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40대 남성 A씨가 19일 공식 입장을 밝혔다.

A씨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경찰은 지난해부터 진행된 조사에서 집회 참석과 관련된 사항 외에 백남기씨와 관련된 내용은 묻지 않았다"며 "조사를 받을 때 제가 빨간 우의를 착용하고 있었다는 것도 말했었다"고 했다.

그는 "저는 경찰이 백씨에게 물을 계속 직사하는 상황에서 안전한 장소로 옮길 목적으로 달려갔다"며 "백씨에게 쏟아지는 경찰의 직사 물대포를 등으로 막으려 했었다"고 백씨가 의식불명에 빠졌던 당시 현장 상황을 그렸다.

그는 "경찰은 접근하는 이들에게도 계속 물대포를 직사하면서 쓰러진 분을 살피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접근하는 것을 방해했다"며 "등으로 쏟아진 물대포는 성인인 저마저 순식간에 쓰러트릴 정도로 강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때 양손은 아스팔트를 짚었으며 주변에 있는 분들과 함께 백씨를 물대포 각도가 잘 나오지 않는 길가로 겨우 옮겼다"면서 "그런 뒤 저는 원래 대열로 복귀했다"고 설명했다.

또 "당일 물대포는 정확히 사람의 얼굴을 겨냥했고 쓰러진 백남기씨에게 지속적으로 살수한 범죄이자 살인 행위"라며 "최루액에 범벅이 되고 코피를 흘리던 백씨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A씨는 그간 빨간 우의 논란 속에서도 해명에 나서지 않았던 이유도 밝혔다. 그는 "이제까지 일간베스트저장소 등 일부에서 제기되는 주장이 너무나 엉터리라 굳이 대응하지 않았다"며 "국가 폭력에 의한 살인이라는 사건의 초점을 흐리기를 바라지 않아서 침묵해왔다"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까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보수언론이 상황을 왜곡하고 있다는 생각에 나서서 입장을 밝히려고 마음먹었다"며 "제 신상은 아이, 가족과 충분한 협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밝히지는 않겠다"고 했다.

이어 "검찰과 경찰의 조사하겠다면 언제든지 응할 것"이라며 "지금은 빨간 우의를 찾을 것이 아니라 누가 물대포를 쐈는지, 명령했는지를 밝혀 책임자를 규명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사건의 본질은 백씨에 대한 국가의 폭력 살인"이라며 "무엇보다 농민이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백씨가 외쳤고, 돌아온 것은 경찰의 폭력이었다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했다.

숨진 백씨가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을 때 일간베스트저장소 등에서는 "빨간 우의를 입은 사람이 다쳐서 끌려가는 백씨를 몸으로 덮쳤다. 백씨 상해의 원인"이라는 등 '빨간 우의' 가격설을 제기했다.

수사기관은 이 같은 빨간 우의 가격설을 염두에 두고 백씨의 사망을 불러온 명확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면서 시신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영장(부검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A씨는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소수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A씨가 입장을 밝힌다는 사실을 인지한 다른 언론들이 회견장으로 몰리면서 기자회견은 취소됐다.

공공운수노조는 A씨의 입장을 전하면서 "당사자의 요청으로 소수 언론과 별도 인터뷰를 진행했다"며 "공개 기자회견을 할 경우, 이제까지 왜곡에 앞장선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와 TV조선, 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이 다시 왜곡보도를 하면서 당사자와 주변 공개로 인한 피해가 우려돼 불가피하게 그 같이 진행했다"고 밝혔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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