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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의 손짓, 우포의 서정.. 걸어서 가을속으로

입력 2016. 10. 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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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의 고장' 경남 창녕으로 떠나는 낭만 여행
경남 창녕의 우포늪은 가을에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아침 햇살이 물들여 놓은 물안개와 물풀이 펼쳐놓은 초록융단이 몽환적인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한 어부가 장대 거룻배인 이마배를 타고 습지를 미끄러지듯 나아가고 있다.
저녁 햇살에 황금빛으로 출렁이는 화왕산 억새 평원 사잇길로 연인이 다정하게 걸어가고 있다.
은빛 억새 너머로 화왕산성이 굽이치고 있다(위). 얼음을 저장하던 창녕석빙고(가운데)와 교동 가야시대 고분군(아래).
일반에 공개중인 우포늪 따오기

‘화왕산의 은빛 억새 물결, 생태천국 우포늪의 태곳적 신비….’

자연이 준 천혜의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경남 창녕은 ‘가을의 고장’이다. 물안개와 철새가 들려주는 우포의 서정시와 산 정상을 가득 채운 억새의 손짓이 도시인을 부른다. 뜨거운 여름동안 지쳤던 몸과 마음의 피로를 덜고 여유로운 가을의 정서를 만끽할 수 있는 힐링 도시 창녕으로 가을 여행을 떠나보자.

솜이불 같은 억새의 향연, 화왕산

가을이 깊어지면 창녕의 진산 화왕산(756m)은 흔들리는 넓은 가슴에 속울음을 우는 억새를 품는다. 비화가야의 옛 땅 비사벌에 우뚝 솟은 화왕산에는 정상과 마주한 배바위 사이 약 18만5000㎡의 억새밭이 은빛 물결을 자랑한다. 재약산, 신불산과 함께 영남을 대표하는 억새 군락지로, 사계절이 모두 아름답지만 특히 가을빛이 빼어나다.

화왕산의 서쪽인 창녕읍내 쪽은 다소 완만하며 동쪽은 급경사로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서쪽 자하곡매표소에서 오르거나 남쪽 옥천매표소에서 옥천계곡이나 관룡사를 거쳐 오른다.

자하곡에서 화왕산장을 지나 팔각정을 거쳐 배바위로 오르는 1등산로가 인기다. 팔각정에서부터는 암릉구간이다. 배바위 안부에 서면 건너편 관룡산 능선과 비들재 방향의 바위능선이 용의 비늘처럼 뻗어 있다. 소방무선중계소와 산불감시초소를 차례로 지나 바위 위에 올라서면 화왕산성으로 둘러싸인 억새평원이 향연을 펼친다.

정상 일대의 분지는 둘레만 4㎞로 가을에 하얀 솜이불을 펼쳐놓은 듯 환상적인 억새꽃을 풀어놓는다. 노을 같은 핏빛을 머금은 억새는 바람의 지휘에 따라 일렁이며 ‘억새쇼’를 펼친다. 억새의 바다 사이를 헤엄치듯 걷노라면 억새 손길이 볼을 간질이고 풍경은 황홀토록 아름답다.

오래전 화산이 폭발하면서 형성돼 분화구였던 곳에 3개의 연못이 생겼다고 한다. 그 가운데 용지가 있다. 용지는 사방으로 석축을 쌓아올려 물을 가뒀다. 인근에 창녕 조씨 시조가 이곳에서 탄생했다는 설화를 간직한 득성비가 있다.

억새 평원 경계면을 따라 가야시대 때 축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길이 2.7㎞의 화왕산성이 있다. 천연의 요새인 험준한 기암절벽을 이용해 골짜기를 둘러싼 포곡식 산성으로 임진왜란 때 크게 명성을 떨친 홍의장군 망우당 곽재우 장군과 의병들의 활동무대였다. 동문 옆 그늘에 앉아 화왕산성이 들려주는 가을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정유재란(1597∼1598년) 때 왜장 가토 기요마사는 7만5000명의 대군을 이끌고 지금의 울산과 부산, 사천지역으로 쳐들어와 전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화왕산성을 에워쌌다. 성안에서는 곽재우 장군이 창녕, 현풍, 밀양 등 고을의 군사를 이끌고 왜적과 마주했다. 왜적은 화왕산성을 노리다 함양 황석산성으로 발길을 옮겨간다. 황석산성 전투에서 군사와 백성 7000여명이 전사하며 대패했다. 화왕산성에서 소식을 전해들은 군사와 백성은 피울음을 쏟았다고 한다.

정상에서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조망도 압권이다. 창녕 읍내가 손에 잡힐 듯하고 황금빛을 띤 들판 너머로 낙동강의 물줄기가 아른거린다. 성을 한 바퀴 돌아보는 데 1시간 남짓 걸린다.

태고의 순수와 만난다, 우포늪

원시의 숨결이 가득한 자연생태계의 보고(寶庫) 우포늪은 총 2.3㎢에 이르는 천연 늪으로 창녕군 유어면, 이방면, 대합면, 대지면 4개의 행정구역에 걸쳐 펼쳐져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자연내륙습지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의 보호에 관한 국제 협약인 람사르협약에 등록·보호되고 있다. 이곳에 가면 1억년 이상의 세월이 켜켜이 쌓인 태고의 순수가 기다린다. 초록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우포늪은 철새와 갈대, 물억새의 세상이다. 머리를 풀어헤친 물억새와 갈대의 흰빛 군무가 동무가 된다. 가을을 기점으로 날아들기 시작한 철새들도 곳곳에서 보금자리를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우포늪은 제방을 경계로 우포와 목포, 사지포, 쪽지벌로 나뉜다. 네 곳의 대표 이름인 우포는 소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예부터 소벌로 불렸다. 나무가 무성하던 목포늪은 나무벌, 모래가 많던 사지포는 모래벌이라는 이름을 지녔다. 우포 서쪽의 쪽지벌은 네 곳 중에서 가장 작은 규모다. 이것들 다 합치면 축구장 210개와 맞먹는 넓이다.

이곳에 탐방코스가 마련돼 있다. 대부분 구간이 외부와 연결돼 있어 어디로 접근해도 좋다. 다만 주차장과 버스정류장, 식당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우포늪 생태관에서 출발하는 것이 편하다. 탐방코스는 우포늪 생태관에서 출발해 돌아오는 3개 코스(30분 1㎞, 1시간 2.5㎞, 3시간 8.4㎞)와 목포 쪽을 따로 둘러보는 2시간짜리 코스(4.8㎞) 등 4개다.

따오기의 날갯짓 볼수 있을지도.

따오기는 자라면 몸길이가 약 75㎝, 날개 길이 38∼44㎝, 부리 길이는 16∼21㎝에 이른다. 부리 끝은 아래로 굽었다. 머리와 몸은 흰색, 얼굴과 다리는 붉은색이다. 1968년 천연기념물 제198호로, 2012년 환경부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 보호종으로 지정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79년 판문점 비무장지대(DMZ)에서 마지막으로 관찰됐다.

우포늪 따오기복원센터에서 따오기를 관람할 수 있다. 센터는 지난해 태어난 건강하고 튼튼한 따오기 21마리를 선발해 지난 4일부터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따오기들은 관람케이지 안에서 큰 날개를 펄떡이며 케이지 안을 훨훨 날기도 하고, 작은 연못에서 미꾸라지를 먹거나 휴식하며 관람객들을 만난다.

따오기 복원·증식은 2008년 5월 27일 중국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때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따오기 한 쌍을 기증하겠다’고 약속한 게 계기가 됐다. 2008년 10월 17일 중국에서 들여온 따오기 수컷 ‘양저우’(洋洲)와 암컷 ‘룽팅’(龍亭) 한 쌍은 2009년 한국 따오기 1세대인 암컷 ‘따루’와 ‘다미’를 낳았다. 올해 77마리가 태어나 우포 따오기 가족은 모두 167마리로 늘었다. 내년에는 200마리가 넘을 전망이다.

환경부와 경남도는 내년 10월쯤 20여 마리를 야생방사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 멸종된 따오기를 37년 만에 자연에서 다시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생명길 걷기대회’ 11월 개최
석빙고·가야 고분 등도 볼거리

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나들목을 나가면 읍내가 지척이다. 화왕산 산행은 자하곡매표소나 옥천매표소에서 시작한다. 비교적 경사도가 낮은 옥천매표소에서 출발해 화왕산 정상을 거쳐 경사도가 급한 자하곡매표소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 4시간가량 소요된다. 자하곡매표소에서 화왕산 정상을 올라 억새밭을 둘러본 뒤 화왕산성 동문과 환장고개를 거쳐 자하곡매표소로 되돌아오는 코스도 많이 이용된다. 3시간 정도 걸린다.

읍내에서 20번 국도를 타고 합천방면으로 가다 회룡에서 우회전하면 우포늪이다. ‘대한민국 으뜸명소’로 선정된 우포늪에서 다음달 ‘생명길 걸디대회’가 개최된다.

우포늪에는 환경감시원 주영학씨가 활동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번씩 우포, 목포, 사지포, 쪽지벌 등 4개의 늪 주변을 왔다갔다 하며 쓰레기 줍기를 10년째 해오고 있다.

그는 우포늪을 찾는 방문객과 사진가들 사이에서 유명인사다. 우포늪의 촬영 포인트를 일일이 짚어주며 길잡이 역할을 하는가 하면 이마배로 불리는 쪽배를 타고 직접 촬영 모델이 되기도 한다.

이밖에 창녕에는 얼음을 저장하던 창녕석빙고, 교동 가야시대 고분군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가야시대와 신라시대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창녕박물관은 올연말까지 휴관중이다.

현지 주민들은 창녕의 명물로 수구레국밥을 꼽는다. 수구레는 소의 가죽과 고기 사이의 부위다.

창녕읍내에 모텔이 여러 곳 있다. 하지만 가족단위 여행객이 묵기에는 부곡면의 부곡온천관광단지가 낫다. 호텔, 콘도, 음식점이 모여 있다. 창녕읍내에서 20∼30분 거리다.

창녕=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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