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순실, 독일 유령회사 지분 살 때 조카 장시호도 동원

김정우 입력 2016. 10. 22. 04:42 수정 2016. 11. 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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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비덱 전신 주주목록 입수

작년 11월 5일 주식 매입 계약

미르 초고속 인가와 연관 가능성

장씨 지분 한달 만에 정씨에게

인적구성ㆍ회사명ㆍ주소지 등

1년도 안 돼 수시로 변경

정유라에 필요한 자금 동원 위해

페이퍼컴퍼니 급조 추론도

현 정권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씨가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자금 유입’ 통로로 의심되는 독일의 페이퍼컴퍼니 ‘비덱 스포츠’(이하 비덱)의 지분을 매입한 시점은 한국에서 미르가 설립된 직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조카도 동원했으며, 수시로 회사의 인적 구성과 주소지, 사업목적 등을 변경했다. 설립 당시에는 독일 현지인들을 내세웠던 최씨가 수개월이 지나서야 해당 업체의 대주주로 뒤늦게 참여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지난해 11월 10일자 코어스포츠 인터내셔널(비덱의 전신)의 주주 목록에 따르면, 최씨와 그의 딸 정유라(20)씨는 같은 해 11월 5일 이 회사 대표인 박승관(45) 변호사로부터 1만7,500유로(한화 2,169만원)와 2,500유로(309만원) 상당의 주식을 각각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제3의 한국인 장시호(37)씨도 5,000유로(619만원) 상당 주식을 박 변호사한테서 사들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활동하는 박 변호사는 이 업체의 설립 과정을 주도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 처음 등장하는 인물인 장씨는 한국일보 취재결과 최씨 언니의 딸이자 과거 승마를 했던 ‘장유진’씨와 동일 인물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2월 장시호로 개명을 한 것인데, 그는 어린 시절 성악을 했던 정씨가 결국 승마선수가 되는 데에 영향을 준 인물로도 꼽힌다. 장씨는 코어스포츠 지분을 취득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인 12월 11일, 보유 주식 전체를 고스란히 사촌인 정씨에게 넘겨줬다. 최씨가 1만7,500유로(지분율 70%), 정씨가 7,500유로(지분율 30%) 상당 주식을 갖고 있는 현재의 비덱 소유구조는 이렇게 완성됐다.

눈에 띄는 점은 우선 최씨 모녀가 이 업체의 주식을 최초 취득한 날짜다. 2015년 11월 5일은 재단법인 미르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설립 허가(10월 27일)를 받은 직후다. 미르는 재단 설립 신청 서류를 낸 지 단 하루 만에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초고속으로 정부 인가를 받아냈다. 미르와 비덱이 같은 시기에 움직이며 모종의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또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비덱 설립 초창기에는 최씨 측이 등장하지 않았으나, 수차례 이름과 설립목적을 변경하며 최씨의 회사로 거듭났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17일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도시인 본에 설립된 이 회사의 원래 명칭은 ‘마인제 959’였고, 사업목적도 ‘자산관리’였다. 대표도 독일인 한 명뿐이었다. 그런데 40일 후인 8월 25일 사명을 ‘코어스포츠 인터내셔널’로, 주소지는 딜렌부르크 지역으로 바꾸었다. 스포츠컨설팅과 마케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고, 기존 독일인 대표를 사임시킨 뒤 또 다른 독일인과 박 변호사가 공동대표가 됐다. 9월 4일에는 독일인 대표가 사임, 박 변호사의 단독 대표체제가 됐다.

미르재단 설립 당일인 10월 27일, 코어스포츠는 현 비덱의 소재지인 ‘슈미텐 쇠네 아우스지히트 9-13’으로 또 다시 소재지를 변경했다. 곧이어 최씨 모녀의 지분 취득 절차가 개시됐고, 박 변호사는 11월 17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신임 대표에 오른 인물은 정씨의 독일 현지 승마코치인 크리스티앙 캄플라데(52)다. 회사 설립 약 4개월 만에 최씨가 전면에 나선 셈이다. K스포츠재단이 출범한 지 약 한 달 후인 올해 2월 9일 ‘비덱 스포츠’로 또 다시 이름을 바꿨고, 3월 29일에는 사업목적에 ‘호텔 및 식당 운영’을 추가했다.

1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이처럼 이례적으로 변화가 잦은 데 대해 일각에서는 “독일에서 훈련 중인 정씨와 지원 인력의 숙소 마련, 이에 필요한 자금 동원 등을 위해 급하게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게 아니냐”는 추론이 나오고 있다. 비덱은 지난해 말~올해 초 한 3성급 호텔을 인수해 지난 6월 ‘비덱 타우누스 호텔’로 재개장했으나 실제로는 최씨와 정씨 및 주변 인사들의 숙소로만 활용해 왔다. 지난달부터 미르ㆍK스포츠 의혹이 확산되자 이들은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는데 정확한 행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결국 이 회사의 실체 파악을 위해선 호텔 인수자금 출처를 규명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rear@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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