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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 내 성폭력, 터질게 터졌다"

입력 2016. 10. 23. 14:15 수정 2016. 10. 2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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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권력관계 때문…예비 문인ㆍ전문가 비판 한목소리
-박범신ㆍ박진성 작가 성희롱 파문에 문단 자성 요구 높아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유명 문인들이 성추행 및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이른바 ‘문단 권력’ 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두 작가 개인의 일탈이 아닌, 문학출판계의 오랜 권력 관계와 침묵의 카르텔이 문제를 만드는 구조적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는 소설 ‘은교’의 박범신(70) 작가가 술자리에서 방송작가, 여성팬 등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과 성적 농담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헤럴드경제DB

박 작가와 수필집 작업을 했다는 전직 출판 편집자 A씨는 “(박 작가가) 쉴 새 없이 술을 따라달라 하며 (방송작가와 여성 팬들의) 몸을 만졌다. 그러나 권력관계 탓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A씨는 박 작가가 이들을 “늙은 은교”, “젊은 은교” 등으로 불렀으며, 영화 ‘은교’의 주연배우 김고은씨에게 성경험 여부를 물은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피해자로 묘사된 방송작가와 여성 팬 등은 “당시 성희롱이라 느낀 적 없다. A씨가 본인의 관점에서 해석했다”는 취지의 반박 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박 작가는 결국 SNS를 통해 “나의 말과 행동 때문에 상처받았다면 나이 많은 내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앞서 지난 19일에도 ‘식물의 밤’ 등을 펴낸 박진성(38) 시인에게 성희롱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의 SNS 글이 올라와 파문이 일었다.

이 여성은 자신이 미성년자였던 지난해 시를 배우기 위해 연락을 주고받던 중 그로부터 “여자는 남자 맛을 알아야 한다”라는 등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시인은 “올해 예정되어 있던 산문집과 내후년에 출간 계획으로 작업하고 있는 시집 모두를 철회하겠다”며 사과 글을 올렸다.

두 문인의 발빠른 사과에도 불구하고 SNS상에는 #문단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예비 문인 이모(25ㆍ여)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단 시스템으로 들어가고 싶은 습작생들은 권력 관계 때문에 작가로부터 폭력을 당해도 고발하기 힘들다”며 “‘#문단_내_성폭력’이란 해시태그는 이들의 익명의 절규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 문단 전체가 자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현재 문학출판계의 문화와 관행 속에서 이같은 악순환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문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소위 잘 팔리는 유명 문인들은 출판계에서 ‘갑’이 되고 특권의식이 생기게 된다. 결국 문단 권력의 이같은 ‘갑질’이 극단화된 형태가 성폭력”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공공도서관이 활성화되고 독립출판사들도 많이 생겨야 한다. 그렇게 수익에만 함몰된 국내 출판 문화를 개선해야 몇몇 스타 작가가 아닌 의미있는 작가들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문단의 폐단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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