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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백남기씨 부검 시도.. 25일 영장만료, 재신청 '명분쌓기'

입력 2016. 10. 24. 03:07 수정 2016. 10. 2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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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본부 인간띠-바리케이드 저지.. 유족 반대에 3시간만에 철수경비병력 동원 시신확보 시도도 안해.. 전제조건 없는 영장 재발부 노리는듯

[동아일보]

23일 고 백남기 씨의 시신 부검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오른쪽)이
강제집행에 반대하는 정의당 윤소하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 및 투쟁본부 관계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경찰이 23일 백남기 씨(69) 시신의 부검영장(압수수색 검증영장) 강제집행에 나섰다. 지난달 28일 영장 발부 후 첫 시도였지만 유족과 투쟁본부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법원이 발부한 부검영장의 유효기간은 25일까지다.

○ 긴장 높아지는 서울대병원

 이날 오전 경찰의 강제집행 시도가 알려지면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투쟁본부 측은 경찰로부터 영장집행 전화 통보를 받은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이 사실을 알리며 집행을 막기 위한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오전 10시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이 경찰들과 함께 강제집행에 나섰지만 투쟁본부 측은 즉각 반발하며 막아섰다. 이들은 “경찰의 영장 집행은 시신 탈취다” “부검은 필요없다”고 주장하며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층에 노란 천막과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30여 명은 몸에 쇠사슬을 이어 묶어 인간 띠를 만들어 경찰의 진입을 차단했다.

 백 씨의 큰딸 백도라지 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하고 장례도 못 치르게 하는 경찰을 (아버지와) 만나게 하고 싶겠느냐. 저희가 만나기만 해도 유족과 협의했다고 명분 쌓고 부검영장 강제집행하려는 꼼수인 것 다 알고 있다”며 비판했다. 경찰은 3시간여 만에 철수했지만 시민지킴이 등을 비롯한 투쟁본부 측은 계속 장례식장 앞을 지키며 강제집행 재시도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 강제집행보다 부검영장 재신청에 무게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한 차례 영장을 기각한 뒤 지난달 28일 부검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면서 이례적으로 단서를 달았다. △유족이 원할 경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아닌 서울대병원으로 부검 장소를 변경할 수 있고 △유족, 유족 추천 의사 및 변호사의 참관을 허용하며 △부검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부검 시기, 방법, 절차 등에 관해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것 등 네 가지다. 이 때문에 경찰은 6차례 유족과 투쟁본부 측에 협의공문을 보내 유족대표를 선정하고 부검 일시와 장소를 통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족과 투쟁본부 측이 계속 협의를 거절하자 경찰은 23일 장례식장 주변에 경비병력 800여 명을 배치하고 강제집행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물리력을 동원해 백 씨 시신을 강제로 확보하려 나서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이날 서울대병원을 찾은 이유가 실제 영장 집행이 아니라 부검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추후 영장 재신청을 위한 명분을 쌓으려는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날 상황을 이유로 내세워 경찰이 공권력 집행의 어려움을 주장하며 법원에 부검영장을 재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장 유효기간이 지난 뒤 경찰이 기존 영장을 반환하고 조건이나 제한이 없는, 혹은 유효기간이 긴 영장을 재신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여전히 부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부검 후 정확한 사인이 규명돼야 유족과 투쟁본부 측이 원하는 경찰의 사과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장의 조건을 유족과 협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 향후 해결 전망은 불투명해 보인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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