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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장례식장 지키는 일반 시민들.."누군가는 있어야"

심동준 입력 2016. 10. 2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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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언제 들이닥칠지 몰라" 장례식장 밤샘 대기
추위 속 즉석 음식으로 끼니 해결…20대들은 시험 공부하기도
"겁은 나지만 누군가는 지켜야" "뭔가 도움이 되고 싶어 왔다"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고(故) 백남기씨 시신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영장(부검영장) 유효 기간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24일, 부검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전날부터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대기하며 밤을 지새웠다.

장례식장 주변에 모여있는 시민들은 약 200명 안팎이다. 이들은 경찰이 부검영장 강제 집행 시도를 했던 전날부터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쪽잠으로 버텨가며 대기했다.

백씨 시신이 있는 안치실 앞, 그의 빈소가 있는 장례식장 3층, 장례식장 1층 입구 등에는 돗자리가 깔렸다. 장례식장 안에서도 안치실로 향할 수 있는 여러 경로에 시민들이 자리했다.

이날 서울의 아침 기온은 9.6도를 기록, 찬바람이 불면서 쌀쌀했다. 백씨 시신을 지키겠다며 모인 시민들은 큰 일교차에도 아랑곳 않고 옷깃을 여미거나 준비한 담요를 덮고 앉았다.

이들은 아침 끼니를 교대로 해결하면서 자리를 지켰다. 양반다리를 하거나 쪼그려 앉아 즉석 국과 밥으로 식사를 때우는 모습도 보였다.

장례식장에 있는 시민들은 대체로 경찰이 강제력을 동원할 가능성이 있어 자리를 뜰 수 없다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50대 남성은 "경찰이 어제는 돌아갔지만 언제 다시 들이닥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며 "이곳을 떠날 수가 없어서 이렇게 대기하며 밥을 먹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장례식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각자 준비한 책을 읽기도 했다.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시민들은 돗자리 위에서 영어 회화 시험 준비를 하거나 학교에서 나눠준 것으로 보이는 인쇄물에 줄을 쳐가면서 공부했다.

서울 강북구에서 왔다는 채모(24)씨는 보고 있던 프린트물을 내려놓으며 "장례식장에 있어야 할 것 같아 자리를 지키러 왔다"고 말했다.

채씨는 "주변 지인들도 백남기씨 사건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저녁 때 장례식장에 오기로 했다"며 "이곳에서 밤을 지새울 계획인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경찰의 강제력 동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충돌에 대해 묻자 "물론 겁은 난다"면서도 "그래도 누군가는 여기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시 시신이 있는 안치실 앞에서는 투쟁본부 관계자들과 일부 시민들이 앉아 담소했다. 전날 경찰의 강제력 동원 가능성이 커졌을 때 안치실 앞에는 쇠사슬이 쳐졌던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쇠사슬은 풀린 상태고 안치실 앞에 앉은 이들은 각각 무리지어 한국 농업의 미래 등 저마다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안치실 인근에는 밤이슬을 맞고 잠시 실내로 몸을 피해 눈을 붙이고 있는 시민들도 있었다.

경기도에 산다는 김모(23·여)씨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텔레비전에서 백남기씨 사건을 보고 찾아왔다"고 밝혔다.

김씨는 "작년에 민중총궐기 때 그런 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며 "물대포에 의해 백남기씨가 사망했다는 건 분명해 보이는데 1년 동안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뭔가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왔고 무섭지는 않다"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전날 오전 10시께 백씨 시신에 대한 부검영장을 강제 집행하기 위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경찰은 유족 측 관계자 및 일반 시민들과 3시간 넘게 대치하다가 "유족의 반대 의견을 존중한다"는 이유를 들어 철수했다.

백씨 시신에 대한 부검영장은 25일까지 유효하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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