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순실 카페전화 뒷자리, 대통령 차량번호와 같은 '1001'

구교형 기자 입력 2016. 10. 28. 06:00 수정 2016. 10. 2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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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순실씨(60)가 국가원수가 주로 쓰는 ‘1001’이라는 숫자를 개인 전화번호나 거주 오피스텔 호수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씨가 막후 그림자 수준을 넘어 또 하나의 대통령 행세를 하고 다닌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2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최씨가 정·관·재계 유력 인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논현동 ‘테스타로싸(Testa Rossa)’ 카페의 전화번호는 ‘02-5○○-1001’이었다. 지금 이 번호로 전화를 걸면 통화 연결음이 나오지 않고 ‘삐삐삐삐’ 하고 자동으로 끊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테스타로싸 운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인사는 “최씨가 카페 2~3층을 오가며 몇몇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과 자주 통화했다”고 전했다. 주택을 개조해 만든 이 카페 1·2층에서는 각종 음료와 샌드위치를 팔았다. 3층에는 최씨가 개인 숙소로 쓰는 공간이 있었다.

2014년 12월 개점한 이 카페는 올해 8월 말까지 운영되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자 돌연 문을 닫았다.

최씨의 국내 거주지였던 곳으로 알려진 서울 청담동의 고급 오피스텔 호수도 ‘1001’이다. 최씨의 특정 번호에 대한 집착이 예사롭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본래 ‘1001’은 대통령의 차량번호다. 국회의장은 의전 서열상 대통령 다음이어서 ‘1002’를 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의상을 제작해준 최씨를 곁에서 도운 이들은 청와대 제2부속실 행정관들이었다. ‘샘플실’이라고 불린 최씨의 의상실에서 찍힌 동영상을 보면 행정관들은 그를 ‘상전’ 모시듯 했다.

제2부속실은 과거 정부에서 대통령 부인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었다. 박 대통령은 미혼임에도 당선 이후 제2부속실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소외된 계층을 살피는 민원 창구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시중에서는 이처럼 기억하기 쉬운 번호를 ‘골드번호’라고 부른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변호사 시절 입주했던 서울 서초구 서초동 빌딩의 사무실 호수는 ‘1111’이다.

골프장 운영업체 삼남개발 대표인 우 수석 장모가 타는 외제차 차량번호는 ‘△△주7777’이다.

골드번호는 ‘과시용’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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